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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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이 느낌표로 선정된, 소위 잘나가는 책인 줄 모르고 읽었다. 우연히 정민 교수님의 홈페이지를 알게 되어 그곳에 게시된 글들을 읽다가,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앞쪽에는 '말하지 않고서 말하는 방법'이라는 글이 나온다. 나는 이 짧은 글을 읽고 또 읽었다. 눈으로 읽고 소리내어 읽고...밑줄 그어가며 읽었다. 나는 국어선생님이 되고자 현재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있는데, 이 글처럼 간결하고 정확하게 시론(詩論)을 밝혀준 글은 처음이었다. 분명한 내용은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훗날 이 책의 글들을 가지고 내 제자들에게 시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겠다는, 내나름대로의 결심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처럼 잘 가다듬어지고 사람냄새 풀풀 나는 글을 써주신, 정민 교수님께 두고두고 감사를 드리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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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자의 글쓰기 - 책이나 논문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낼 것인가?
하워드 S.베커 지음, 이성용ㆍ이철우 옮김 / 일신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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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대한 학자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글로 표현되는 지식들과 사유틀을 독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자의 태도가 섬세할수록 독자의 수준은 높아지고 반대로 학자의 태도가 건성일수록 독자의 수준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어교과서에 실린 대부분 글들의 저자들은, 그리 좋은 글쓰기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그 글들은 쓸모없는 지식과 엉성한 사유틀로 학생들을 농락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국어교사는 그 글의 문제점을 분석해내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선별된 지식과 치밀한 사유틀을 맛보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사회과학자의 글쓰기'에서는 퇴고와 편집의 중요성과, 글의 내용으로 독자와 만나려는 양심적인 태도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번역이 잘 된 편이 아니라 아쉬운 점도 많지만, 우리나라 글쓰기 풍토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특히, 마지막 역자 후기로 쓰여진 '한국 사회과학자의 존재이유'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에게 좋은 토론자료가 될 것이라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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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의 푸른 현
김정자 지음 / 푸른시대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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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된 공간적 배경은 통영이다. 통영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이 소설의 공간묘사에 많이 공감할 듯 하다. 한편 이 소설의 사건은 모두 가족사에 얽혀있다. 가족만큼 미움을 낳는 관계는 없다고, 가족들간의 어려운 화해장면들은 역설적으로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도 자연 떠오른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어보면 흥미로운 비평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통영 출신의 예술가들에게 통영의 바다향기와 가족사에 얽힌 비애들은 모두 공통된 특징인가 하는 희안한 의문이 절로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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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베트 사람들의 지혜
단정자춰 지음, 성진용 옮김 / 호미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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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의식하고 있는 삶 중간중간에, 선명하고 상서로운 꿈도 꾼 적이 있고 어지럽고 근심스러운 꿈도 꾼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것만이 꿈인 줄 알고 자기 삶 전체가 꿈꾸는 것인 줄 모른다.이 책에서는 삶 전체라는 꿈 속의 꿈은 전체 속의 한 부분에 불과하니, 낮에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밤에 정신을 잃는 법이고 낮에 정신을 모으면 밤에 마음의 상처도 치유되는 것임을 말한다. 숨을 들이쉬며 꿈꾸고 있음을 알 때, 새로운 숨을 내쉬기 전에 내면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기에... 꿈을 다스리면 삶이 풀린다고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싶다. 마음을 열고 꿈수행의 체험들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을 비추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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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생육기
심복 / 을유문화사 / 199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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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복의 아내 운(芸)이의 한자 芸은, ‘성한 모양, 많은 모양’이라는 뜻을 지닌다. 그래서 그런지 운이는 재주가 많은 여자였고, 무성할 정도로 풍족한 사랑을 경험할 수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러한 운이의 타고난 특성을 누구보다도 잘 간파하고 계발시켜준 것이 심복이 아니었나 싶다. 심복은 그녀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으면서 자유로운 사랑을 추구했다. 자유로운 사랑이라고 하면, 으레 무슨 규범이나 예절에서 한참 벗어나 종횡무진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요즘 사람들에 비해, 이들 사랑이 보여주는 자유로움은 담백하고 정갈해보인다. 즉 상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상대의 특성을 살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아쉬운 점도 남는다. 그들의 사랑이 운이의 불운한 죽음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심복의 가슴에는 한스러움이 남았다. 물론 죽음이 사랑을 갈라놓지 못한다는 점만을 강조한다면 이들의 사랑은 애절한 로맨스로 볼 수도 있을 터이지만, 살아남은 자에게 남겨진 슬픔이 너무 크다면 그것은 지나친 사랑(아마도 집착)일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즉 상대에 대한 자신의 소유욕이 커져 상대와의 헤어짐을 어떤 깊은 상실감,허탈감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거라는 거다. 헤어짐 뒤에 남는 여운은 남은 자의 삶에 향기를 더해주어야 할 터인데, 남은 자의 삶에 향기보다는 상처만 깊이 더해준다는 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 세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둘 사이안에서만 머물렀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 아닐까?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형상에 집착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상상력을 고갈시키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본다. 어찌 보면 만남 자체가 다 인연이기에, 그 형상 너머로 내게 던져주는 존재에 대한 감사함을 되새길 때, 만남도 헤어짐도 모두 더 큰 사랑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으로 삭혀질 거라 본다. 운이와 심복의 사랑은 그러지 못한 채 오로지 '마주보며 사랑하기'의 모습으로 남아서, 내게 아쉬움을 주는 사랑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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