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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법칙 - 생명에 관한 대담하고 우아한 통찰
션 B. 캐럴 지음, 조은영 옮김 / 곰출판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최근 몇 년사이 날씨가 더워질 무렵이면, 금강과 낙동강의 녹조 심화와 관련한 기사가 난다. 강물에서 유독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거나 물고기의 집단 폐사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의 강 생태 환경은 이미 그 균형이 망가졌으며, 그 속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개발 사업 이후, 이런 경향은 보다 심화된 것 같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한 강의 직강하 작업과 보를 가장한 댐의 건설이 주원인이라는 진단이 많다. 그래서 환경단체나 시민들은 보를 해체할 것을 요구한다.
세렝게티는 탄자니아와 케냐에 걸쳐 있는 지구상에 남은 몇 안 되는, 다양한 생태가 군집을 이뤄 야생하는 생태 발물관이다. 이 책은 세렝게티에서 야생 코끼리를 조우한 저자의 경험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황금 사자 무리와 줄무늬 물결이 바다를 이룬 듯한 20만 마리의 얼룩소, 100만 마리의 검은꼬리 누의 장관이 펼쳐진다. 어떻게 세렝게티는 이렇게 많은 동물들이 각기 생존할 수 있는 것일까? 이 많은 동물들이 같은 공간에 서식하면서 그곳에 존재하는 먹잇감을 모조리 먹어치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인체도 수많은 종류의 분자와 세포가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고 조절하는 자가 조절 시스템으로 유지가 되는 것처럼, 자연 생태계 또한 서식하는 동식물의 균형을 유지하는 생태적 법칙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저자는 세렝게티 법칙이라 부른다. 이 책은 인체의 몸에서 부터 시작해, 이러한 동식물의 자가 조절 능력을 다양한 사례로 보인다. 또한 생태 균형이 무너진 사례와 그 원인,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들을 안내하면서, 앞으로 생태 환경 보존을 위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생리학자 월터 캐넌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서 병사들의 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몰두한다. 캐넌은 쇼크를 경험하는 군사의 혈액을 검사했더니 탄산수소이온의 농도가 현격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 농도를 높이기 위해 탄산수소나트륨을 환자에게 주사하게 되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로써 캐넌은 인체의 `항상성` 개념을 도입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우리의 신체는 신체 환경을 특정한 범위 내에서 유지하도록 제어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는 사람의 자가 조절 메커니즘이 무너졌을 때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의 수는 어떻게 조절되는가?``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찰스 밀턴은 극지 탐사를 통해 이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그는 극지 경험에서 동물성 플랑크돈과 어류는 바닷새의 먹이가, 바닷새는 북극여우, 북극여우는 바다표범, 바다표범은 북극곰의 먹이가 된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른바 `먹이사슬`의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된 것이다. 모든 동물을 움직이게 하는 1차적 원동력은 먹이에 있으며, 군집 전체도 먹이 공급에 따라 그 규모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사령관으로 복무했던 모노는 보편적 조절의 법칙을 발견한다. A가 B를 양성적으로 조절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때 A가 B에 대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A가 B를 억제하는 C를 억제함으로써 B에게 간접적으로 양성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음을 상상할 수도 있지 않겠나. 실제 모노는 효소 합성 연구에서 이와 같은 현상-억제자의 존재-을 발견하고, 이를 `이중부정의 논리`라고 부른다. 효소 합성 실험에서 유도 물질을 넣었더니 효소 합성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유도 물질이 직접적으로 효소 합성을 활성화한 것이 아니라, 효소 합성을 저해하는 인자를 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를 억제함으로써 양성적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차원의 발견이었다. 이러한 이중부정의 논리는 생태계에서도 작동한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A의 개체수가 없거나 확연히 준다면 C의 창궐로 인해 B또한 절멸할 가능성이 있다. 해조류 켈프는 성게의 먹이, 성게는 해달의 먹이다. 해달이 사라진 곳에서는 성게만 무한 증식하고 해조류 켈프는 거의 없어져 버렸다.
인체에 발생하는 암또한 마찬가지 현상이다. 암세포는 정상적인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고 특정 세포가 무한 증식할 경우 발생한다. 우리의 몸은 무한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억제자가 있다. 그런데 그 억제자가 파괴되었거나, 억제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도록 하는 외부적 요인이 있을 때, 세포 분열은 억제되지 못하고 무한 분열하게 되고, 그것은 곧 암으로 이어진다.
세렝게티 법칙은 항상성에서 출발해서, 먹이사슬, 이중부정의 논리를 통해 완성된다. 그런데 어느 개체 한 군데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곳 생태계엔 암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 것을 유발하는 존재가 최대 포식자 우리 인간이라는 점이다. 금강 낙동강 녹조류의 발생 원인도 결국엔 인간에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이리호수의 녹조, 동남아시아의 벼멸구 이상 증가, 대서양의 소코가오리의 이상 증식 또한 인간이 그 원인을 제공한 것이었다. 벼멸구 이상 증가와 인간이 관련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는데, 이런 논리였다. 벼멸구의 유충과 성충을 잡아머근 천적은 거미이다. 그런데 인간이 벼멸구를 처치하겠다고 농약을 쳤더니, 천적인 거미를 모조리 없애버린 결과를 초래했고, 그것이 벼멸구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소코가오리의 천적은 상어인데, 인간이 상어 남획을 한 결과 소코가오리가 이상 증식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우리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인간의 노력으로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스스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준 사례가 많다.
고롱고사는 모잠비크의 국립공원이다. 원래 여기도 세렝게티처럼 다양한 생태종이 서식하는 거대한 생태 박물관이었다. 그런데 1975년 모잠비크 내전으로 인해 이 낙원은 사라져버렸다. 2002년 미국의 한 자선 사업가 그레그 카는 고롱고사를 방문하고서 그곳의 생태계를 회복하겠다는 큰 꿈을 꾸게 된다. 공원은 동물이 절멸해버려서 숲이 넓어졌고, 초원은 높아져만 갔다. 먹이사슬의 아래로부터 회복할 필요가 있었고, 카는 다른 공원으로부터 초식동물인 아프리카물소부터 도입하는 노력을 했다. 그후로 얼룩말, 검은꼬리 누, 코끼리, 하마, 영양 등을 차례 차례 도입했다. 그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2000년에는 모든 종을 다 합해도 1000마리가 못 되었던 것이 2013년 무렵에는 총 개세수가 무려 7만 1,086마리로 집계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 1970년 무렵으로 생태계가 회복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기다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이고,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고 묻는다. 그러면서 `인간은 확실히 생태계를 독점하는 핵심종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생태계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생태계에 해를 가한다면 결국에는 최후의 패배자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또한 20세기가 `의술을 통한 더 나은 삶`이 우리 삶의 모토였다면, 21세기에는 `생태학을 통한 더 나은 삶`이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생태계 조절의 법칙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하지만 생태 환경의 유지는 지식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노력, 그리고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겠다는 인간의 실천만이 길이다.
부탄이라는 작은 나라의 국정 운영 목표는 경제 성장률 몇 프로가 아니라 국민의 행복도 증진이라고 한다.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생태계를 보존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사정은 어떤가.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무분별한 토목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 않나. 훗날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증거가 곳곳에서 넘쳐나는 데에도 무한반복, 무한질주하고 있으니,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깜깜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