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싸해지면 `산`을 떠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며칠씩 걸리는 여행은 지금으로서는 엄두가 잘 나지 않고,
그저 하루 일정으로 산에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큰 것이다.
산 가운데서도 으뜸은 단연코 지리산! 이유는 딱히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
지난 10월 25일. 나는 가을을 핑계 삼아 지리산에 다녀왔다.
슬뫼와 아내는 남겨두고.
두 사람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땐 내 마음에 신열같은 게 있었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집에서 두 시간여를 달려 거림에 도착했다. 가
까운 식당에서 소박한 시골 밥상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완만한 산길에 들어섰다.
가다 거림 계곡에 내려 다리를 잠시 쉬기도 했고,
예쁘게 물든 잎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석산장에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데웠다.
촛대봉에 올라 한 시간여를 상념에 젖었다.
시골 밥상
별꽃처럼
가을이구나
중간 전망대에서 바라본 능선
촛대봉에서 반야봉과 노고단을 건너보다
하산길 마지막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