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길 - 도법스님 생명평화 순례기
김택근 지음 / 들녘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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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사는 일이 무척 신비롭게 느껴진다. 행과 불행 사이를 외줄타기하듯 하는 게 삶이라고 말했던 한 지인의 말도 떠오르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무척 고심스런 밤을 보냈다가도 그러고도 삶이 이어지는 우리네 삶이 그렇다. 그래, 사는 것은 이렇게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지어냈든, 혹은 그것과 상관없이 나에게로 오는 그 무엇이든, 그런 것들을 받아 안으며, 때로는 힘에 부쳐 고민하며. 하여, 삶은 살아진다는 말보다 살아낸다는 말보다, 살아간다는 말이 더 적실한 시간이다.

 

 아내는 법륜 스님을 좋아한다. 법륜 스님의 말씀을 나누는 가정법회도 성실히 다녔으니, 그 정성은 기특하다. 나도 안다. 아내가 법륜 스님을 찾아가고 법문을 듣고 즉문즉설을 경청하게 된 계기가 어쩌면 나에게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근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결국엔 본인의 문제일 것이다, 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걸로 동네 아주머니들은 나에게 은근히 타박을 준다. 왜 아내 고생시키냐는 뉘앙스다.

 

 나는 도법 스님을 좋아한다. 도법 스님에 대해 좀 알게 된 게 아주 최근의 일이지만, 내가 도법 스님의 스타일을 좋아한 것은 오래전부터 분명했다. 앉아서 말하는 것보다 몸으로 밀고 나가는 게 좋다.(그렇다고 법륜 스님을 폄훼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법륜이든 도법이든 결국 진리는 하나다. 법은 하나다. 다만 내 스타일이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서른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겁니까?`하는 물음 꽤 오래 담고 살았다. 질문이 너무 포괄적이라 답도 없기 쉽지만, 어째튼 나는 내 삶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삶이 충실했으면 좋겠다, 내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는 헛된 바람같은 걸 늘 품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여기 저기 기웃대며 지냈다. 공부를 해보겠다고 나선 적도 있고, 현장 실천에서 길을 찾겠다고 나선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의 끝까지는 가본 적이 없다. 가다가 실망하고 되돌아섰다. 끝까지 가보지 못했다는 것은, 내 끈기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이게 길이 맞나?`하는 회의도 없지 않았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길을 걷는 운을 얻었다. 그 시작이 금강 걷기였다. 노00, 황00, 김00, 그리고 내가 함께 걸었다. 물뿌랭이 마을에서 시작한 금강의 시작에서부터 군산 앞바다까지 천리길을 걸었다. 나는 그 길에서 많은 걸 얻었다. 함께 한 사람에게서 오는 절대적 인간애. 자연이 가져다주는 자연 치유의 능력. 걷는 게 곧 자유일 수 있다는 깨달음. 반대로 잃어가는 것에 대한 아픔도 많았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사람의 길이 아닐 수 있다는 막연한 깨달음 같은 것이었다.

 

 걸어보면 안다. 사람의 길은 갈 수록 좁아진다는 걸. 속도에 밀리고 편의에 밀리고 욕심에 밀린다. 그럼에도 사람의 길은 계속해서 탐색되어야 한다. 속도에 치여 죽어가는 뭇생명들에 대한 연민, 도심지 소비를 지탱해주는 농촌의 무한한(언젠가는 그렇지도 않겠지만) 희생, 경쟁보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지혜, 자신의 실상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슬기, 연민에 바탕은 자비심의 실행.

 

 이 책을 읽고는 우리 사는 현실에 절망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스님은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그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은, 우리가 모두 사람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아.. 사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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