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스승님으로 모시고 싶은 분이 몇분 계신다. 그 가운데 한 분이 노영민 선생님이시다. 나와는 강길을 걸으면서 깊은 인연을 맺었다고 믿는다. 금강 천리길, 영산강, 낙동강, 제주도 해안길. 선생님과 함께 길 위에 서서 많은 이야기 들었다. 때로는 위로를 받았고, 때로는 호통을 들었다.(물론 선생님은 호통친 일이 절대 없으시지만, 어리석은 나는 채찍으로 받아들였다.) 함께 노래 부르며, 시를 읊으며 눈물 흘린 일도 있다. 그러면서 삶은 더 깊어져갔다.

 

 이런 인연이 있는 선생님이 첫 시집을 내셨다. 꼬박 20년 가까이 써오신 시다. 이상석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시 낭송을 가장 잘 하는 사람으로 노영민을 꼽는다. 들어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 나긋나긋 읽는 게 시낭송이 아님을, 노영민의 시낭송을 들어보면 안다. 말이 곧 시가 되는 몇 안되는 사람. 일같이 시를 쓰신다는 사람. 그런 분이 20년 세월이 지나서야 늦둥이를 보신 셈이다.

 

 함께 강을 걸었다는 인연으로, 함께 당 후원 관련으로 징계를 받았다는 인연으로, 함께 근무했다는 인연으로. 그런 인연이 모여 선생님의 출판 기념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판흐름, 먹거리, 시극, 악기 연주, 시낭송, 음악 준비, 이야기 판... 세상에나 몇 경험해보지 못한 출판기념회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느낌이 풍성한 출판기념회는 처음이었다.

 

 

 시집의 발문을 쓰신 이상석 선생님. 시집에 실린 시도 시이지만, 발문도 인상깊다. 다른 시집과는 달리 알아먹게 써주셨다. 대단한 통찰이다 싶다. 해야 할 말을 맞춤한 자리에 부려쓰는 것, 이상석 선생님의 글을 읽어보면 알게 된다. 이상석 선생님이 쓰신 <못난 것도 힘이 된다>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를 추천한다. 

 

 

 우리는 좌석 45개를 준비했는데, 한 70분 가까이 오셨다. 무슨 인연으로 오셨을까?

 

 

 예쁜 자리에 오랜 인연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무척 예쁘다. 그렇지, 인연이란 게 이런 거지. 인연이란 진리의 다른 말이야. 모든 존재가 그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가 곧 인연법인 거야. 모든 존재가 그런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그렇게 하도록 이끄는 인연. 어쩌면, 우리 선생님, 이런 인역 덕에 이 좋은 시를 쓰셨는지 몰라.

 

 

 

 꽃으로 축하해주는 제자. 역시 제자로부터 감사와 존경을 받는 선생님의 표정은, 딴데서 보는 것과는 달라.

 

 

 

 본인 시 읽어주는 사람 여럿 있었고, 본인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불러주는 사람도 있었고, 분위기 띄우려고 악기 연주해주는 친구도 있었고, 본인의 시를 극으로 바꿔 무대에 올린 후배도 있었는데, 이제 시인 이야기 들어봐야지. 어째 어째 시가 됐는지, 어째 어째 살았는지... 그럼, 격정적이지는 않았으되 치열하게, 여유는 있었으되 부지런히, 우리 선생님 그렇게 사셨을 거라, 시를 통해 짐작할 뿐.

 

 

 

 출판 기념회를 총괄 기획한 선생님. 뒤풀이 흥에 겨워 사랑가 한 자락 부르신다.(내 혼례식에서도 이랬다~ㅋ) 아무렴, 잔치에 노래 빠지면 곤란하지.

 

  

 

 눈물도 흘렸고, 가슴도 먹먹했고, 그리고 이렇게 재미도 있었다. 

 

 노영민 시인, 두번째 시집이 벌써 기다려진다.

 그날도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자리, 함께 만들면 좋겠다. 

 

 

 이번에 출판하신 시집의 표지다. 선생님의 학교 학생이 직접 그렸다고 한다. 시가 많아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조만간 읽고서 리뷰 남기는 것으로 선생님에 대한 예를 갖춰야겠다. 이번에는 일단 이렇게라도 출판 기념회 후기를 정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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