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메일을 확인하다가 10년 전의 상황이 고스란히 떠오르는 사진 몇 장을 찾았다. 그 상황이 고스란히 떠오른다는 것은, 또 헤매어야 할 감정과 맞닿는 것이고, 아니, 이젠 좀 거리를 두고 객관화가 되어야 할 것이지만, 미안함이 지배하는 이 감정은 내가 해결해야 할 묵은 숙제같은 것이기도 하다.

 

 

 

 어느 가을 산행.

 제대와 복학 후, 나는 심한 정신적 방황기를 경험해야 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춘기를 경험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제서야 성장통을 경험한 셈이다. 그 성장통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이 사진은 현상이 되어 어머니 집 장식장에 들어 있다.

 

 

 범어사 뒤편이었다. 대성암 표지판을 보고 한 선배에게 전화를 했었지.

 이 사소한 기억까지 한다는 것은...

 

 

 

 대학 4학년. 이때는 취업이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였다?

 교육과정해설서, 문학, 문법, 교육학... 지하철이고 카페고 도서관이고

 짬만 나면 펼쳐들었다.

 

 

 

 임용을 치고 발표가 나기 전에 부석사로 여행을 떠났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의 부석사. 바람이 몹시도 불었던 풍기 영주, 기차.

 

 

 발령을 받고 또 긴 시간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살은 쭉쭉 빠졌고, 주름은 얼굴을 덮었다.

 불면의 밤을 긴 시간 보내야 했다.

 

  사상에 있는 어느 해물탕집 건물의 호프집.

 삶은 슬픈 것이라고

 이젠 더 이상 꿈꿀 것도, 애쓸 것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어보자는 마음이,

 지금도 읽힌다.

 

 우린 모두 그동안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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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1 12: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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