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똑같은 패턴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먹는 것과 관련된 일(만들기 장보기 먹이기 설거지하기 등)과 집안 일(청소 빨래 등) 놀이(산책, 놀이터 등)가 거의 매일 변화없이 반복된다. 가끔은 장보러 외출을 하거나 마을 도서관에 가서 색다른 놀이를 하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가끔이다. 아기에게는 이런 반복되는 패턴이 생활의 익숙함을 경험하기에는 좋을지 모르나 어른인 나에게는 가끔 지루함이 느껴지곤 한다.
특히 요즘 내가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의사소통과 관련해서다. 아기는 아직 자신의 욕구를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지 못한다. 이제 겨우 `아냐` `이거 뭐?` `밥빠` 정도를 하고 물을 마시는 거나 자신이 직접 하고자 하는 일, 예를 들어, 과일을 깎고 싶다거나, 자기가 직접 요리를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은 행동으로 표현한다. 그 외에도 많은 욕구를 표현하는 것 같은데 아직 나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햐... 이거 내가 육아를 맡아서 애 성질 버리는 거 아냐?`하는 걱정이 들 때가 있다.
또한 내가 내 이야기를 온전히 할 수 없으니 나는 나대로 갈증을 느낀다. 저녁 아내의 퇴근 시간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아기에게서 좀 벗어나고픈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아기와는 할 수 없는 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내는 거의 파김치기 되어 퇴근을 한다. 숫자로 표변되어 버린 학업 성취도에 목을 매는 학교 현실에서 오는 고단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러니 가족이 둘러앉아 대화를 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파김치가 되어 버린 아내 탓만은 아니다. 하루 종일 집안 살림에 신경이 곤두선 내 문제도 한몫한다.
이쯤에서 아내가 휴직을 하고 내가 출근할 때가 부끄럽게 떠오른다. 그때 나는 집안 살림을 학교 일에 비해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가? 집안 살림, 그게 뭐라고, 업수이 여기지 않았던가? 나 혼자 힘들게 밖에서 힘들게 일한다고 여기지 않았던가? 내가 `아내`의 자리에 앉아 보니, 그때 아내가 얼마나 야속해 했을지 짐작이 된다. 지금 내가 그러는 것처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집안일을 도와줄 아줌마도 아니고, 돈 많이 벌어다 주는 외조도 아니다. 그냥 함께 살림을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