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기와 지내다보니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 평화로운 산책도 3시간 가까이 즐길 수 있고(물론 슬뫼와 함께다.) 잠깐이지만 낮잠도 잘 수 있다. 제일 신경이 쓰이는 일은 슬뫼를 챙겨 먹이는 일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 전에 학교에서 받던 나의 스트레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낮잠을 잘 자던 슬뫼가 자지러질 듯 울어 넘어간 일이 있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우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많이 무서웠다. 꼭 신들린 듯한 느낌. 저러다 혹 잘못 되면 어쩌나, 무서웠다. 아는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을 말씀드렸다. 이래 저래 하라, 는 말은 들었지만 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이불로 싸맨 채 가까운 한의원으로 향했다. 소아과나 이비인후과를 생각하지 않은 우리 부부도 좀 웃긴다. 여튼 한의원에 가니까 좀 안정이 됐다.( 그 뒤에 알고 보니 슬뫼는 결막염을 앓았다. 이비인후과에 먼저 갔어야 했던 것이다.) 한의원에 간 참에 나도 진맥을 받아 보았다. 한의사 샘 말씀이 `남자가 기가 이렇게 허해서 어쩝니까?`였고, 나는 아주 독한 침을 맞아야 했다.

 

 며칠 전에 부모보다 먼저 저승길을 앞세운 아이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나는 두 가지 공포에 떨었다. 하나는 슬뫼가 나보다 먼저 잘못되는 일이었고(살다보면 충분히 이런 일도 있을 수 있으니까.) 다른 것은 내가 우리 어머니보다 먼저 잘못되는 일이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예측 가능한 일이며, 그게 현실이 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아...

 

 슬뫼와의 육아 경험을 쓰려고 시작했다가 이상하게 흘렀다.

 근데 확실히 최고의 효는, 부모보다 오래 이 세상을 사는 것, 부모님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드리는 것.

 (그런 점에서 최근 나의 건강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