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의 직무 연수가 끝났다. 방학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은 같았고, 그렇다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떠오르지 않던 차에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 연수가 올랐다. 명상이라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 또는 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연수 신청을 했다. 자꾸만 피폐해져가는 것만 같은 내 삶을 정돈하고 북돋아야 할 필요 또한 있었기에 그런 용기가 가능했으리라.
30시간의 연수를 받았지만, 아직 사마타 위빠사나 명상은 내게서 멀다. 부처님의 수행법 가운데 하나라는데, 이걸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은 모르겠다. 그저 그 잠오는 듯한 고요와 적은 파동으로 쉬어지는 숨길이 내겐 평화같은 거였다. 그 적막과 고요가, 번다한 일상에서의 탈출이 내겐 큰 쉼이었다. 40분을 앉아서 명상을 해도 몸에 크게 무리가 없는 걸 보고, 마음의 평화가 몸의 평화로까지 이어지는 건가 신기해 하면서, 명상의 효험(?)을 알아갔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 사춘기 시절 엄청 올라왔다. 딱히 답을 찾지 못해 방황했던 시절이 아득하다. 그때 혹시 이 길을 알았다면,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무언가 있을 것 같은, 이대로 가면 희미한 빛 하나쯤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희망으로 이 길을 알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내가 말하는 그 무거운 짐을 벗어던질 수 있었을까? 그 방황의 시절, 헤르만 헷세의 <싯타르타>를 읽으며 강의 소리가 궁금했기도 했다.(얼마 전에 그 책을 다시 읽었다. 시간이, 아니 마음의 여유가 나면 리뷰를 써야지 마음 먹고 있다.)
명상에 대해 달리 더 이상 뭐라 말할 수는 없겠다. 아직은 나에게 미궁이고 더 나가봐야 할 길이다. 미궁은 결국 진리에 가닿기 위한 길이라지. 그렇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마음에서 선생님들과 주기적으로 명상을 할 수 있는 자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방학이니까 몸과 시간이 자유로운데 개학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다만 좋은 판이 꾸려지길.
연수가 끝나고 주강원, 양윤복, 이선동, 명상 선생님과 간단히 막걸리 한잔 했다.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는데, 특히 주 선생님이 나에게 농사를 권하셨다. 주 선생님 댁 근처에서 약 300평의 농사를 짓고 계시다는데, 함께 주말 농장 겸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 제안하신 거다.
농사라. 어제 리뷰로 올린 <검사 그만뒀습니다>에서도 농사 이야기를 적었지. 인연이란 이렇게 느닷없이 이어지는 것인가 보다. 처음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다가갈 수 있는 것, 몸의 움직임이 주는 묘한 느낌을 말씀하셨다.
명상이 농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인연대로 또 흘러가야 할까보다. 어디에 닿을까는 생각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