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고호석 선생님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이상경이 쓴 <갈팡질팡하더라도 갈 만큼은 간다>는 제목. 저자는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못난 것도 힘이 된다>를 쓴 이상석 선생님의 동생이다. 형과 동생이 함께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다.(정약용, 정약전 형제 이후 대단한 문필가, 지식인 형제를 꼽으라면 단연코 서승, 서준식, 서경식 형제를 꼽겠다.)
이상경의 저 책에 음악에 관한 이야기가 좀 나온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좀 논다 할 때, 음악 연주회와 시낭송회를 기획하고 공연했다. 지금의 고딩들로서는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그림. 만날 학원에 야자에 보충에 시달리는 요즘의 학생들과는 문화적 대화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여튼 이상경은 주페의 `시인과 농부`를 친구의 집에서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풀 수 있으면, 여학생을 꼬득이는 데도 참 좋겠다, 그리 생각했겠지. 그리고 아침에 눈을 뜨고 이 음반을 올려 들을 수 있다면, 찬 겨울 이불 속에서 따뜻한 구들의 온기를 조금 더 잇고 싶은 것처럼, 꿈속에서 만난 그녀와의 황홀한 만남의 여운을 더욱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사실, 나도 음악을 듣는 귀나 미술을 보는 눈이 없다고, 평소에 생각해 왔다. 부끄럽게도 책으로 하는 공부 말고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물론 경제적 이유도 큰 몫을 차지했겠지. 대학 시절을 포함한 학창 시절을 지나오면서 클래식은 나에게 저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러다 우연히 김해 문화의 전당을 알게 되고, 오페라 `라트라 비아타`를 시작해서 몇 번 좋은 공연을 보았다. 나는 다른 것은 잘 모르겠고, 소리의 울림에 확 이끌렸다. 내 뱃속을 울리는 것 같은 소리의 파동에 나는 가끔 몸을 떨기도 했다. 그리고 까닭 모를 일로 시간의 충만함을 느끼는 게 아닌가. 그것으로 내게 꽤 매력있는 것으로 인지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 - 육아와 생활의 번다함이 주 이유지만 - 공연 일정은 확인하지만 실제 티켓팅까지는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이 사실을 인지한 순간, 나는 올 연말 꽤 괜찮은 공연을 꼭 보겠다, 마음에 새긴다.)
서경식 선생님이 쓰신 <나의 서양 음악 순례기>를 읽고 있다. 그 가운데 무척 공감한 부분이 있어 여기 남긴다.
음악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다. 한없는 청순과 고귀함, 그리고 바닥 모를 질투와 욕망을 동시에 지닌 존재, 이쪽의 이해를 거부하면서 끌어당기고는 다시 뿌리치고 농락해 마지않는 존재, ``어디가 그렇게 좋다는 거지?``하고 누가 물어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존재, 한마디로 불가해한 여성과 같은 존재, 그것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