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결국 해석이다. 그리고 해석은 기록을 전제로 이뤄진다."
기록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이해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나 분석은 드물다. 어쨌든 '기록'에 대한 또 하나의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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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센터에서 자서전을 쓰는 할아버지는 "인간은 누구나 종국에는 작가를 꿈꾼다."라고 대답하셨다. -11쪽
기록하고 기록물을 살피는 행위는 자신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록하다 보면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기록은 살아가는 목적이자 방법이며 생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불멸을 꿈꾸는 가장 오래된 이야기다. -12쪽
오롯이 사적인 글쓰기는 불가능하다. ... 개인의 독자성은 사람들과 더불어 엮이며 사회로 흘러나왔다가 다시 자신만의 창의적인 생각과 행동을 잉태한다. 국가 주도로 작성된 기록물이 아닌 민간 아카이브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 개인의 기록물이 지닌 공공성에 주목하는 까닭은 기록이야말로 우리의 '공유 기억'을 만드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13쪽
인간은 결국 죽는다. 전 생애에 걸쳐 축적한 기억과 경험이 다른 세대에게 전승된다. 개별적인 인간은 소멸하되 기록하는 인류는 미래를 꿈꾼다. -17쪽
역사란 앞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반드시 전달해야 할 기록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달리 DNA 밖에 기록을 남긴다. 인간에게는 생존본능 외에 문화전승의 본성이 있다. -24쪽
상상이 현실 세계를 바꾸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동안 사실을 알려야 한다. 공유의 토대가 견고하고 깊고 방대할수록 상상은 현실이 된다. ... 현재를 사는 우리는 공유의 기억과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기록'부터 시작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사회적 기억으로 환원하지 못하면 재앙은 반복되고 불멸을 꿈꾼 인류는 사라질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의 한국 사회가 보여주었듯이. -37쪽
소수자로부터 출발한 평등과 인권에 관한 투쟁은 모두 기록의 부족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기록에서 타인의 삶을 배우는 이들의 시공간을 넘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 ... 역사는 결국 해석이다. 그리고 해석은 기록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45쪽
쿨란스키는 <시카고 트리뷴>의 카리브 해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7년 동안 대구의 역할 변천사와 생태를 취재하고 자료를 고증하여 대구 인류학을 썼다. 대구가 '어느 바다'에 서식하느냐에 따라 어부들의 흥망성쇠가 갈렸다. 해류에 따라 움직이는 물고기가 인간사의 흐름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왕이나 국가가 아닌 물고기가 우리네 삶을 보존해왔다. -46쪽
그대 이집트인들은 홍수가 일어난 때부터 다음 홍수가 일어날 때까지를 1년이라 정했다. 그렇게 했더니 안에 365일이 있었다. 이것을 다시 달로 나누고 달을 일로 일을 시로 나누었다. 자연의 변화를 시간으로 세분하고 규칙을 찾아야 나일 강의 범람에 대비해 제방을 쌓을 수 있었다. -1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