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떠한 질문을 던져도 기록자와 구술자의 대화는 결국 자녀와 관련된 이야기로 수렴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의 꿈, 내가 나의 삶에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 앞에서 그녀들은 생경한 무언가를 만난 듯 머뭇거렸다. -8쪽


내가 이 손을 놓고서 멀리 떠난다 해도 우리 아이가 엄마의 손길을 이 사회 속에서 여전히 받아가며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생에서의 내 삶이 그걸 위해 쓰여도 좋습니다. 우리 아이와 어미인 저는 이번 생을 그렇게 같이 살다 가려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어미가 그렇듯, 이 아이로 인해서 나는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26쪽


'그럼 그렇지. 다른 애들보다 반응이 약간 느리긴 해도, 너 잘 크고 있는 거지' -37쪽


피상적이고 형식적인 질문 몇 개 던지고, 애를 한두 번 본 것 가지고, 어떻게 저렇게 무지막지한 말을 하나,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남편과 엄청 욕을 하고 결과지 받으러 가는 건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40쪽


부모의 장애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면, 아이의 장애는 온 미래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었다. -44쪽


아버님이 대놓고 저한테 '정신과를 갈 사람은 애가 아니라 너다'라고 그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럼 아버님이 원하는 병원에, 원하시는 날짜에 원하는 시간 잡아주시면 제가 검사를 받을게요. 저는 아버님 며느리니까 아버님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 대신 제가 아버님한테 돈 대달라고 안 할 테니까 제 아이를 가지고 제가 하는 거는 신경 안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71쪽


그녀는 아직 둘은 부부라기보다는 부모일 뿐이라고 했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는 데 이 사람만한 파트너는 없다며 신랑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79쪽


누군가 쌍둥이를 안 좋은 눈으로 보고 있어서 힘들면 가족이 아닌 척해도 돼. 그래도 엄마는 뭐라 하지 않아. 왜냐면 네가 그걸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걸 엄마는 아니까. -89쪽


미래 어머님, 미래는 잘 가르치면 일상생활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예를 들어 올해 대통령으로 누굴 뽑을지에 대해서는 함께 이야기할 수 없을 겁니다. -108쪽


재활은 삶이라는 긴 여행을 가기 위한 도움닫기다. 미래가 자신의 삶을 원하는 방식으로 디자인하려고 할 때 무엇에 서툴고 어려움을 느끼는지, 미래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듣고 만들어 가는 일이다. ... 그런데 의외로 장애를 '아픈' 거라고 말하는 어머니들이 많았다. ... 재활은 치료라기보다는 장애라는 특성을 가진 이들에게 맞추어 제공되는 교육과정 같은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124쪽


정말 학년 올라갈 때마다 선생님들하고 상담하면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해요. ... 해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게 정말 슬펐어요. -132쪽


주목에 비난이나 비하의 시선이 담기면 견디기 힘든 무게가 사람을 짓누를 수 있다. 주목에 내재한 양극단의 감정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임을 가장 극명히 드러내주는 것이리라. 노골적인 폭력과 다른 이러한 시선의 폭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사람의 마음을 갈아낸다. .. 그렇게 장애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는 장애아의 어머니에게 내면화되어 자신을 겨누는 창이 된다. -190쪽


'돌발'이라는 말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의미한다. ...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발달장애인의 '다른' 행동은 맥락도 의미도 없이 튀어나오는 이상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194쪽


그냥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그냥 조금 커서 내가 무거운 거 들고 갈 때 걔가 그냥 들어주는 정도? 지금은 안 들어주고 다 나 주거든요. 지 가방도 벗어서 나 주니까. ... 그것만 했으면 좋겠어요. 지 거 나 안주고, 지 것만이라도 들고... -267쪽


헬로키티랑 저랑 동갑인데 그렇게 오래 사랑받는, 

독수리오형제처럼 지구를 지키고 정의를 지키는, 

꿈을 꿀 수 있는 그림을,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281쪽


"네. 대답을 해요. 그런데 몸으로 하니까, 기다려주세요." ... 발달장애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장애인이 이해 대상으로만 여겨지지 않았으면 해요. -287쪽


자꾸 흔들려야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죠. -29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