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팔렸다.
2년 계약 전세로 살던 집이다. 계약 만료는 내년 3월. 다시 살 집을 구해야 한다.
집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안 건 오래 전이었지만 요즘 경기에, 이 가격에 이 집이 팔릴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막상 팔린다는 소식을 집주인에게 전해들으니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면 결혼 10년만에 7번째 이사다. 이사비용만 그간 돈 천만 원이 깨졌구나.
이 집은 처음으로 살게 된 단독주택이었다. 마당에 강아지도 키웠고 여름이 물놀이장과 파라솔도 설치해서 거하게 놀았다. 처음 이사와서는 숯불에 고기도 여러 번 구워 먹었다. 땅과 붙어 산다는 것이 참 많은 생활의 변화를 가져다 줄 줄은 몰랐다. 다시 아파트나 빌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그리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를 생각하면 이 동네를 벗어날 수도 없다.
집을 구해야 한다.
마침 생각치도 못했던 돈이 생겼다. 그래, 땅을 사서 집을 짓자. 이 동네에서 땅을 사서 집을 짓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돈이지만 있는 만큼, 욕심 부리지 말고, 컨테이너라도 놓고 살면 어떠랴 하는 심정으로 여기 저기 수소문을 했다. 얼추 괜찮은 땅이 나왔다. 대지 65평. 건폐율 60%. 용적율 120%. 그런데 도시계획상 30평 정도가 도로로 수용될 수 있다. 그래서 시세보다 싸게 나왔고 형편에 맞는 땅이다. 8월 19일 부동산 소개로 처음 땅을 봤고 8월 22일 공동주택에 관심이 있었던 강물에게 보여줬더니 강물도 괜찮다고 한다. 23일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서둘러 건축 관련 일을 하는 베짱이에게도 보여줬더니 베짱이도 오케이. 8월 23일 계약을 했다. 초 스피드.
집을 짓기로 결정을 하니 난데없이 이 책이 떠올랐다. 낙원구 행복동에서 뿌리 뽑혀진 난장이 아버지와 그 가족들. 내 기억 속에 첫 집은 공교롭게도 낙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