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사찰을 받았던 김종익 씨가 국가인권위를 찾아가지 않고 MBC <PD수첩>을 찾아간 까닭은 무엇인가? 


바로 어제 MB정부 아래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 이후 1년 동안의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관련기사 프레시안, "현병철 인권위 1년, 산으로 가고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인권활동가들은 국가인권위가 정작 두려워 해야 할 것, 그리고 인권활동가가 두려운 것은 이명박 정부가 벌인 국가인권위의 대대적인 조직축소도, 무자격(부적격이 아니라 무자격이다.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밝힌 위원장과 앞으로 들어가서 공부하겠다는 인권위원들)에 정치권 눈치만 보는 소신없는 행보도 아닌, 국가인권위 무용론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가 나한테 해준게 뭔데? 그 딴 거 있으나 없으나 똑 같지 않나? 이런 질문은 사실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인권이라고만 하면 곧장 좌파니 빨갱이니 하며 거품을 무는 꼴보수 양반들만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종익 씨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비아냥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이 사회에서 국가인권위의 역할을 <PD수첩>이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국가인권위가 진지하게 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거대권력과 맞짱뜨고 있는 <PD수첩>을 국가인권위가 도와주고 지켜주기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며 묵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 와중에 바로 오늘 그 무자격 논란의 주인공 현병철 위원장의 기자 간담회가 있었다고 한다. (관련기사 프레시안, 현병철 "생활밀착형 인권에 집중"…민감 사안 외면 계속?


현 위원장은 생황밀착형 인권에 전념하겠다고, 자유권보다 사회권에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밝히셨다. 좋은 말이다. 생활밀착형이 여의도에서도 유행이더니 국가인권위까지도 왔다. 그런데 생활에 밀착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다 생활정치를 말하지만 인민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부재하다면 그건 그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지금 시대, 바로 오늘 현실에서 인권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인권이 중요한지에 대한 말 없이 그저 생활밀착형 운운하는 것은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인권을 옹호한다는 국가인권위의 존재이유를 망각하고 있거나 애초에 그런 게 국가인권위의 임무와 역할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말밖에 안 된다.


흔히 인권을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나눈다. 정치, 사상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게 자유권으로 불리고 교육, 주거, 의료, 노동, 복지 같은 게 사회권으로 불린다. 편의상 그렇게 나눈다고 한다. 하지만 인권논의에서 자유권과 사회권을 나눌 수 없다는 것, 둘 다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한 달에 6, 70만원을 벌어 사는 사람이 시청 앞에서 촛불을 들 수 있나,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사람, 당장 먹고 살 것이 없고 집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표현의 자유를 구가할 수 있나. 사회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유권은 그저 가진 자의 사치품이 되기 쉽다. 마찬가지로 자유권을 억압하면 사회권을 보장해달라는 요구는 억압되고 차단된다. 노숙인은 서울역에서 쫓겨나고 도시빈민들은 집회 시위는커녕 철거용역과 개발업체의 먹잇감이 되고는 만다.  


당장에 장애인의 노동권,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보장하라는 광화문 광장에서의 1인 시위도 막아나서는데 이건 도대체 사회권의 문제인가, 자유권의 문제인가?  우리에게는 <PD수첩>도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국가인권위원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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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18: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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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5 21: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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