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눈물 -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 문제 팔레스타인
수아드 아마리 외 지음, 자카리아 모하메드 엮음, 오수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주변 60km는 고압전류가 흐르는 8m높이의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참치 통조림과 생수는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지만 과일 통조림과 주스, 초콜릿은 들어갈 수 없다. 자동차, 냉장고, 컴퓨터, 시멘트, 그리고 아이들의 장난감도 마찬가지로 반입되지 않는다. 하늘에는 수시로 무인정찰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지상에는 길목마다 검문소가 들어서 무장군인들이 수시로 검문을 한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정치범 수용소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태어나고 아버지의 아버지가 자라났던 땅에서 그대로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150만 명이 일상적으로 생존의 위협에 시달리는 곳. 바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다.

2008년 12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집권당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빌미삼아 대대적인 침공을 벌였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사람은 11명이었던데 반해 22일간의 이 침공으로 1300여명이 사망하고 5천명이 넘는 사람이 부상당했으며 학교와 병원, 이슬람 사원이 무차별 폭격을 받아야 했다. 이 사건을 과연 전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얼마 전에는 150만 인구 중에 100만이 굶주린다는 이곳을 향해 구호물자를 실고 가던 구호선이 헬기를 타고 내려온 특공대에게 공격을 받았고 14명의 국제평화단체 활동가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 나라를 계속 국가라 불러야 하나?

이 책은 2003년 이라크전쟁 현장에 있었던 오수연 작가가 팔레스타인 시인 자카리아 무함마드와 만나게 되면서 그 인연으로 만들어진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산문집이다. 또한 이 책은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 군에 돌멩이로 맞섰던 사람들과 그 이웃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무용담 혹은 투쟁의 기록이라고 짐작해서는 곤란하다.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허가증이 이스라엘 지역 동물병원에서 받은 애완견 예방접종 등록증이 되어버린 탓에 “나는 이 개의 운전수”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건네야 하는 소설가의 이야기, 언제 학교에, 직장에, 병원에 갈 수 있을지, 오늘은 상점 문을 열 수 있을지, 내일은 이 농작물을 내다팔 수 있을지가 오로지 점령군의 마음에 달린 곳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아버지와 삼촌, 사촌과 친구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테러리스트’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오수연 작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가물거리는 희망’을 위해” 이 책이 기획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었을 당시 나는 지금은 사라져버린, 그리고 이제 사람들의 기억에서마저 희미해졌을 평택의 자그마한 마을을 들락거렸다. 대추리라 불리던 그곳은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에게 돌과 나무작대기로 맞섰던 70대 노인들의 마을이었다. 그때 정부와 일부 언론은 이 전근대적인 ‘테러리스트’를 서슴없이 폭도라 불렀고 결국 그들을 마을에서 쫓아냈고 거기에 전쟁기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이 책은 대추리의 눈물, 혹은 새만금, 또는 80년 광주의 눈물로도 읽힌다. 그리고 여전히 팔레스타인에서의 희망은 눈물에 가려져 가물거린다. 
 

- <주간한국>(2010. 6. 22 )에 보낸 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문제와 얼마전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자세히 알려면 <인권오름>의 "이스라엘은 왜 민간인 구호선을 공격했을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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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0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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