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6일 안중근 의사 서거 100주년을 추모하는 평화대행진이 서울시청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진행되던 때 바로 그 옆에서 장애인 생존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중증 장애인들이 1인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린 채 도로 밖으로 끌려나와야 했다.  

4월 1일에는 서울 덕수궁 앞에서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던 2명이 연행되었다. 같은 달 4일에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배트맨·슈퍼맨 복장으로 ‘생명의 강을 살리기 위한 투표참여 촉구 1인 플래시몹’이 경찰의 방해로 무산됐다. 12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4대강·무상급식 6월2일 투표로 결정하자’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시작하자 전경 20여명이 에워싸고 피켓이 안보이도록 방해했다.   

그리고 어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도 420장애인차철폐공동투쟁단의 행진은 광화문 광장 앞에서 멈춰야 했다.  

광장은 비어 있음으로 해서 무언가를 드러내는 공간이다. 막힘 없는 자리를 일컫는 그 광장이 가로막힘으로 역설적으로 오늘 대한민국 광장은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인지를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음은 오늘 아침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보내온 메일이다. "내 자유가 도대체 누구를 불편하게 하는가"라고 묻는다. 경찰과 정부의 답변은 시민의 불편이라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권력자의 불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내 자유가 도대체 누구를 불편하게 하는가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광화문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언론미디어법, 선거법, 정보통신이용망법, 개인정보보호법, 집시법...우리가 신뢰하고 의지해야할 법에 의해 먼저 힘을 잃었습니다. 법으로 보호받아야할 곳에서는 경찰을 비롯한 숨은 정보기관들과 막강한 정부 조직에 의해서 공개적으로 또는 비밀스럽게 살해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유와 권리... 그동안 피 흘리며 쌓아왔던 민주주의를 빼앗겼습니다.
 
인권은 공기처럼 없어져야만 그 존재가치를 인지할 만큼 흔하면서 또한 그것이 사라졌을 때 가공할 만한 위협을 주는 무서운 또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모든 것, 인권, 민주주의, 자유, 권리, 행복이 모두 사라질 위협에 처해있습니다. 아직도 모르시겠다구요?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인권을 외쳐야 할 만큼 절박하지 않은 어떤 조건에 있을 뿐입니다. 곧 신기루처럼 사라질 어떤 조건.

일단 우리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겠습니다. 물론 이미 집시법에 의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로. 하고자 하는 집회는,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등 모두 불법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국회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야간시위헌법불합치에도 불구하고 “모든 야간 집회를 밤 10시부터 아침 6시부터 금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조진형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의 입법안입니다.

촛불도 1인 시위도, 삼보일배도 기자회견도 안되는 시청, 광화문 일대에서 직접행동을 하겠습니다. 내 자유와 권리와 인권과 민주주의가 도대체 누구에게만 불편한 것인지, 제2의 ?행금지 시간을 만들면서까지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내고야 말겠습니다. 우리는 경찰에 의해 구금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집회시위 자유 보장을 위한 광화문 1인 시위] 

- 장소 : 광화문 광장
- 시간 : 저녁 7시부터
- 기간 : 광화문과 시청 광장에서 1인 시위를 감금하거나 체포하지 않는 날까지

※시청, 광화문에서 금기시되는 촛불, 1인 시위, 집회, 기자회견, 문화제. 모든 종류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날까지. 비폭력 직접행동은 계속 기획될 예정입니다

 
   




해악은 정부가 개인이나 집단의 활동과 힘을 불러일으키는 대신에 자신의 활동으로 그들의 활동을 대체할 때, 그리고 정부가 그들에게 정보를 주고 조언을 하고 때로는 반박을 하는 대신에 그들로 하여금 속박속에서 일을 하게 하거나 그들에게 비켜서라는 명령을 내리고 그들의 일을 대신 나서서 할 때 시작된다. (209p)
 

벌써 200년도 전에 나온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4.19 50주년이 되는 올해 50년전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다(물론 그 싸움이 한 번도 중단된 적은 없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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