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는 노무현 정부의 거의 모든 정책에 반대했던 것 같다. 국가보안법 폐지야 그의 정책이라기 보다는 립서비스에 가까운 전략도 전술도 없는 헤프닝에 불과했고, 이라크 파병, 한미FTA 추진, 새만금, 부안 핵폐기장, 보건의료 개혁,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ㅡ 대추리 이전 등등.  그 중에 유일하게 내가 동의했던 것이 수도 이전, 국토 균형발전이었다.

처가집이 부여라 자주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가다보면 '행복도시' 이정표를 만난다. '관습헌법'에 부딪쳐 생겨난 '행정복합도시' 이정표를 보는 게 한 편 씁쓸하고, 전혀 행복하지 않게 만들어지는 그 도시의 역사가 떠올라 안쓰러웠다. 그러던 게 어느새 세종시로 바뀌더니 기업도시, 경제도시, 교육과학도시, 녹색어쩌구 도시로 하루가 다르게 이름이 바뀌고 있다.   

수도이전은 절대 안된다는 진정성이 엠비에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얼굴마담 같은 정총리가 정치적 생명에 생물학적인 생명까지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통일 한반도에 수도가 울릉도는 너무 좁아서 문제지만 제주도만 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너무나 당연하게 워싱턴은 미국 대륙의 중심이 아니지 않은가). 반대로 꼭 행정기구, 수도가 충청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문제는 상징과 권력이지 않을까. 관습헌법에 발목이 잡혔다면 노통은 행정부에 일부를 내려보는 게 아니라 뭔가 전혀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부디 바라건데, 
서울대 2캠퍼스가 아니라 서울대학교 전체가 내려가야 한다. (학생이 아니라 교수들이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꼭 대학본부가 내려가야 한다. 대학은 학생이나 교수의 것이 아니라 대학 본부의 것이니까.)  
노통의 말대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하니, 행정부가 아니라 삼성 본사가, 삼성이 통째로 내려가자. (물론 이때 삼성은 이건희 일가도 포함된다. 엠비의 친정인 현대도, 전경련도 같이 짐을 싸자.) 
엠비특보가 낙하산타고 내려간다는 한국공영방송 KBS도 옮기고, 1,2위를 다투는 메이저 신문사도 옮겨가자. (남한의 중심이니 얼마나 취재가 편할 것이며 출장비, 교통비가 절약될 것인가.) 

이렇게 쓰면서, 쓸 때는 비아냥이었는데 써놓고 보니 정말로, 제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p.s. 문제는 권력이다. 서울은 권력이고 서울은 그 권력을 나눌 생각이 없다. 다만 권력의 부스러기를 효율적으로 배분할 생각 뿐이다. 서울이라는 권력을 어떻게 해체하고 민주적으로 만들 것인가의 문제는 아마도 현재의 권력 바깥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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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술자리 대화에서 ‘세종시 해결’ 비책을 찾다.
    from 한사의 문화마을 2009-11-24 04:00 
    정부가 말하는 대로 가자. 5대 재벌, 3개 언론사 이전만으로······ 정부는 지금 국정운영의 편리성 등을 문제로 기업과 학교를 세종시로 보낼 계획을 구상하고 추진 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일반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