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나라 이름은 대한민국일까?
  
영문 이름이 Republic of Korea라고 하니 옮기면 고려공화국 쯤 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불온한 낱말이 떠오른다. 써놓고 보니 이게 훨씬 국가 정체성을 잘 밝혀놓은 이름같다(이 대목에선 국가보안법 눈치를 한번 보게 된다. 젠장할 자기검열).

아마도 대한민국은 대한제국에서 오지 않았을까 싶다.나는 2002년 월드컵 때 이 나라를 가득 메웠던 '대~한민국' 소리가 좀 끔찍했고 또 불편했다. 왠지 거기서 큰 것에 대한 콤플렉스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마찬가지로 일본사람을 가리켜 왜놈이라 일컬으며 작은 체구를 비아냥 거린 점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람의 인품이 몸뚱아리 크기로 판명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라도 크고 작은 게 꼭 땅덩어리로 결정되는 것은 아닐게다. 그런데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OO고등학교라고 자기 학교를 소개했던 사람들 학교는 정작 명문과는 거리가 한참 먼 학교였다. 물론 여기서 명문이라고 하는 것도 시비거리가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대한제국도 이 나라 국력이 바닥을 쳤을 때 나온 말인 것을 보면 허세를 떨고자 했던 게 분명해보인다.   

요며칠 MB가 G20 정상회의 한국 개최를 유치하면서 이제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대국'(Big Country)으로 대접하기 시작했다고 한껏 들뜬 모양이다. 그리고는 국운 상승의 계기니 뭐니 하는데 여기서는 또 김지하가 떠오른다. 사실 김지하의 개벽이니 뭐니 하는 알듯말듯 한 이야기 속에서도, 황석영의 알타이 연합론 같은 말들에서도 그런 비슷한 불편함을 느껴왔다.  

소중화를 꿈꾸던 서생나리들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받아 아류 제국주의를 꿈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사실 외교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제무역 규모나 경제력, 그리고 인구나 군사력으로 봤을 때 이미 이 나라는 더 이상 작은 나라가 아닌 것도 맞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콤플렉스를 가진지도 모르고 성찰할 생각도 하지 못하면서 그저 큰 것이 장땡이고 큰 것만 좇으려는 욕망이다. 이 욕망은 이 나라가 싫다는 말 한마디에 젊은이 하나를 쫓아내고 한국만큼 이주노동자에게 잘 해주는 나라는 없다며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는 폭력과도 긴밀하게 맞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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