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대전에서 열린 '5.18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100여 명이 넘는 부상자와 500여 명의 연행자가 생겼다고 한다. 비단 이날 집회만이 아니라 5월 1일 노동절, 2일 촛불1주년 집회 등 최근 들어 거의 모든 집회와 시위가 불법화 되고 연행자가 속출하고 있다. (왜 불법집회를 하냐고 힐난하는 분이라면 제발 요 몇 달 사이 한국에서 합법으로 집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심지어 경찰이 집회 개최를 막자 할 수 없이 열었던 기자회견까지 경찰은 강제연행을 남발하고 있다. MB정부의 '법과 원칙'이 '공포정치'를 향하고 있다.
왜 조폭들은 패거리를 해서 다닐까?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어느 강연에선가 남성심리전문가라 칭해지는 정혜신 박사가 내린 진단은 약간 다르다. 조폭들 스스로가 무서운 게 많아서란다. 언제 상대 파가 습격을 해올지도 모르고, 어떤 똘만이가 칼침을 놓을지도 모르고, 그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신들을 깡패, 건달이라고 업신여기는 것도 무섭기 때문에 몰려다니며 공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폭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허약한 사람들이란 것이 정 박사의 이론인 셈인데, 평소 조폭만이 아니라 우람한 체격의 사람만 보면 주눅이 들었던 나는 왠지 "아Q의 정신승리법' 마냥, 이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정부와 경찰, 공권력은 제2의 촛불을 꽤나 무서워하고 있는 듯하다. 박정희, 전두환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공포정치를 폈던 세력은 정통성이 취약했다. 최대의 표차로 당선되었다는 이 대통령도 100만명이 참여했던 촛불에 화들짝 놀라 사과까지 했으니 스스로 정통성에 물음표를 던졌을만 하다. 게다가 "소통이 부족했다"고 사과까지 한 마당에 돌아서서 소통의 문을 닫아버렸으니 기댈 것은 공권력, 경찰력뿐이지 않을까 이해되지 않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정부는 조폭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에서 정부의 권력은 막강하고 대통령의 권세와 능력은 어마어마하다. 이러한 권력과 권능을 행사하는 집단이 조폭과 같은 사고를 가지고 조폭의 행태를 보인다면 전국민이 용역깡패 앞에 선 철거민 신세가 되고 악덕 사채업자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무자 신세가 되어버린다. 그래서인가 이 정권 들어서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많은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듯, 많은 죽음이 정권의 '미필적고의'에 의한 죽음이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칠 것인가. 귀를 막고 눈을 가리고 살 수 있을까. 나는 집회에 나가기가 두렵다. 경찰의 방패에 찍힐까봐 두렵고, 곤봉에 맞을까봐 두렵다. 자칫 연행이라도 되면 벌금 2,30만원을 내야 하니 두렵고 생업에 지장이 생기니 두렵다. 무엇보다 이러한 두려움에 내가 집회시위를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피할까봐 두렵다. 공포는 그 자체로 트라우마를 남기지만 그 공포와 폭력 앞에 무력해지는 자괴감 또한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공포가 인간에 대한 범죄이고 공포정치가 반인도적 범죄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포에 못 이겨 공포를 조장하는 저들에 맞서 공포를 이겨내는 힘을 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