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차미례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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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히는 글이 좋은 글이다" 

물론이다. 특히 어쩐지 있어보이고, 알듯 모를 듯 한 모더니즘 시인들의 세례를 흠뻑 받았던 내게는 '좋은 글은 쉬운 글'이라는 말은 새로운 각성이었고 글쓰기의 지침이었다.  

그러다 요즘 관심이 가는 글은 어려운 글이다.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는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이 그렇고 존 버거의 '제7의 인간'이 그렇다.  

'제7의 인간'은 유럽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르포라고 하기에는 왠지 상식과 어긋나는 것 같다. 6하원칙도 새로운 사실도 없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철학적 단상과 사유의 깊이가 더 해가지만 구체적 서사도 클라이막스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주노동의 문제는 사실 복잡한 문제다. 또한 이주노동의 삶은 대단히 고단하고 힘겹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쉽게 쓰여진다면 위선이 아닐까.  

힘겹게 이 책을 읽어나가며 들었던 생각이다. 되도록이면 쉽게 읽히는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는 있는 그대로를 써야 한다. 각색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존 버거의 시선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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