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의 눈물 - 문학으로 읽는 아시아 문제 팔레스타인
수아드 아마리 외 지음, 자카리아 모하메드 엮음, 오수연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 우연히 알게 되어 구독을 하게 된 잡지가 있다. <아시아>란 문예 계간지로 책의 절반이 영문(잡지를 후원하는 포스코 재단의 막강한 재력 덕분인지 우리 작품과 다른 나라 작품 모두를 영역해서 한글판과 같이 묶어 아시아 각국에 보내는 모양이다. 들리는 말로는 원고료도 동종업계에서 최고라 한다.)이라 살짝 구입이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여간해서는 볼 수 없는 아시아 각국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여서 결국 철마다 구입을 하게 된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에 대한 이번 <아시아> 겨울호 특집을 읽다가 너무 재미있어서였는지 잡지 안에 있는 책 광고를 보고 서점으로 달려가 덥석 『팔레스타인의 눈물』(오수연 엮음, 도서출판 아시아)이란 책을 사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애초의 내 기대를 저버리고 눈물이 날 만큼 슬프거나 감동적이지도 않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들로 채워져 3분의 2가 넘도록 심드렁하게 책장만 넘기게 만들었다.

그렇게 책장을 다 덮을 무렵, 인터뷰 때문에 오랜만에 평택 대추리를 다녀올 일이 생겼다. 밤 10시가 다 되어서 들어갔다가 자정을 약간 넘겨서 나오는 아주 잠깐의 방문이었는데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니 자꾸만 대추리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이 떠올랐다. 그런데 책을 펴니 책은 그대로되 책장 한 장 한 장마다 대추리가 들어있고, 인혁당이 나와 있고, 김산과 윤이상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이스라엘 지역 동물병원에서 받은 애완견 예방접종 등록증을 검문소에서 내보이며 “나는 이 개의 운전수”라고 농담하는 작가, 1967년 이스라엘의 점령에 반대하는 저항조직의 일원으로 종신형을 받았던 이의 체험기, 어느 날 갑자기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와서 건물 몇 채를 폭파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물러난 이스라엘을 향해 담담하게 저항을 조직하는 일지…. 이 책을 엮은 소설가 오수연은 이 책이 저들이 아닌 ‘우리의 가물거리는 희망’을 위해 기획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디기만 한 내게 희망 역시 쉽게 오지 않는 법인지, 이 겨울 나는 대추리에 가서야 팔레스타인을 만나고 책 한 권의 희망을 선물 받았다.  

- 2007년 2월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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