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담장과 담장 사이
넝쿨과 넝쿨 사이
그의 어깨와 그녀의 어깨 사이
뭐라 부를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는 비
고개를 뒤로 꺾고 보는 날
첨탑 옆에는 무엇이 떠다니는지
전깃줄은 어디로 달려가는지
발가락이 젖어 알게 되는 날
아스팔트 길 어디가 꺼져 있는지
진흙 땅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그동안 잠자코 있었지
창문 밑엔 버려진 자동차
양철 지붕 위엔 미루나무
안 가본 데로
비의 손가락을 따라다니는 날
물웅덩이만 잠시 기억할 뿐
사라지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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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내려오는 중일까 올라가는 중일까
땅에서 하늘까지
투명한 날실처럼
실뱀들이 꼿꼿이 서서
올라가는 중일까 내려오는 중일까
詩 이성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