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11월
아버지, 양팔을 가슴 위에 올려놓은 채 졸고 계신다
창고와 대장간 사이 쓸모 없는 폐품들 구석에서
살을 봉하고 못을 치셨구나
문 밖에서는 자꾸만 알루미늄 샷시 틀을 긁적거리는
집터를 도는 바람소리 조금씩 깊고 어둡다
나는 지하실 돌계단을 내려간다
보일러 불구멍을 조금 열어놓는다
아버지, 이젠 금방 따뜻해질 거예요, 제발 몸 좀 펴고 주무세요.
벽시계는 어제도 오늘도 4시 50분이다
나는 덧창을 닫는다
드르륵 소리 저편에서 바람의 어느 한켠을 무너뜨리며
또 날이 저물고 있는 걸까.
詩 이연주 시집 -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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