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 '꽃게 무덤'… 인물 흡입력에 높은 점수


제36회 동인문학상에 권지예 '꽃게 무덤'
6년만에 여성 수상자
박해현 기자 hhpark@chosun.com
입력 : 2005.10.09 21:12 34'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는 지난 7일 강원도 낙산비치호텔에서 최종심을 갖고 소설가 권지예(45)씨의 소설집 ‘꽃게 무덤’(문학동네)을 2005년 제3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150여 종의 장편소설과 소설집을 놓고 11차례에 걸쳐 심사 독회를 가졌다.

수상자 권지예씨는 1997년 문예지 ‘라쁠륨’을 통해 등단한 뒤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등을 펴내면서 왕성한 창작 활동을 벌였고, 소설 ‘뱀장어스튜’로 2002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의 동인문학상 수상작 ‘꽃게무덤’은 권씨의 세번째 소설집이다. 2000년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단행본을 심사 대상으로 삼는 등 동인문학상 개편 이후 여성 작가에게 상이 돌아간 것은 처음이다.


 

중-단편을 대상으로 했던 예전의 동인문학상 여성 수상자로는 오정희(1982) 김향숙(1990) 최윤(1992) 박완서(1994) 신경숙(1997) 하성란(1999)씨 등이었다.

 

‘꽃게무덤’을 펴낸 문학동네 출판사는 동인문학상 개편 후 올해까지 6년 동안 이문구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2000년) 김연수의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3년) 김영하의 ‘검은 꽃’(2004년) 등 모두 4편의 수상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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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仁은 내 박사논문 텍스트… 인생에 무거운 추를 매단 느낌"


소설가 권지예 수상 소감
김광일기자 kikim@chosun.com
입력 : 2005.10.09 21:15 17' / 수정 : 2005.10.09 21:31 07'


 


▲ 소설가 권지예 씨는 이번 동인문학상 수상이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하면서, “소설 인생에 무거운 추를 달았다”고 말했다. 이덕훈기자 (블로그)leedh.chosun.com
―소감부터.

“굉장히 기뻤다. 작년에는 올해보다 더 타고 싶었는데 떨어졌다. 올해는 마음을 많이 비웠는데 저녁 6시 넘어가니까 초연하지 못하고 불안했다. 감회가 깊다. 프랑스에서 쓴 박사논문이 김동인 텍스트를 썼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로 남았던 작가들과 친한 사이라고 들었다.

“특히 정미경, 조경란 두 분과 각별하다. 그분들의 열정을 가까이에서 너무 잘 아는데 내가 타게 돼 개인적으로 미안하다. 그래서 겸손해지려고 하고 있다.”


 

―누구에게 알렸는가.

“문단에는 아무에게도 안 알리고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께 알렸다. 아버지는 고향인 경주에 가 계시는데 신문에 날 때까지는 함구하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워낙 딸 자랑을 하시는 스타일이고 고향에 친척이 많아서 힘드신 것 같다(웃음). 문자를 보내셨다. ‘우리 딸 대단하다, 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상금은 어디에 쓸 생각인가.

“떳떳한 비자금으로 저축해놓고, 소설에 재투자를 할 것이다.” 

―이상문학상(2002) 받고, 동인문학상 받았는데. 

“무명시절 이상문학상 탔을 때가 더 얼떨떨하고 황망했다. 그 부담 때문에 소설 어떻게 쓰겠나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제 동인문학상을 탔으니 소설 인생에 무거운 추를 달았다. 마라톤의 호흡을 고르고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창작 방향은?

“길지 않은 작가 이력에 단편집이 세 번째다. 문단 관행상, 발표 지면상, 또 문단에서 인정 받으려면 단편을 쓰는 게 좋다고들 했다. 등단 초기에는 중편을 많이 썼다. 내가 호흡이 길고, 서사성이 있다고 보는 분도 있다. 이제는 한동안 장편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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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고 새뜻하게 그려낸 지독하게 외로운 인생들


수상작 선정 이유서
심사위원회
입력 : 2005.10.09 21:23 03'


 

권지예씨의 ‘꽃게 무덤’은 시종일관 지독한 외로움에 사로잡힌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품은 사연은 사뭇 다양하지만, 그들은 모두 격렬한 말의 충동과 집요한 침묵의 인내 사이에서 마멸되어가는 인물들이다. 그렇게 바스러지고야 마는 인생에도 생의 의지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항용 말과 침묵을 한꺼번에 휩쓸어버리는 감궂고 야나친 감정들로 격발하고 만다. 그러나 그런 날것의 감정들을 끌고 가는 작가의 문체는 곱고 말쑥하고 새뜻하다. 그게 놀랍다. 씨는 정서와 문체의 충격적 대비를 통해 현대인의 고독 밑바닥에 도사린 지극히 야만적인 충동들을 통째로 지적 질문의 견본들로 바꾸는, 몹시 ‘외로운 사업’에 성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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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작 4편 뜨거운 옹호와 반박… 냉정한 결과는 꽃게탕으로 달래
2005 동인문학상 수상작 뽑기까지
"1차 예선·2차 결선투표 모두 아슬아슬 1표차 이런 열띤 승부는 처음"
입력 : 2005.10.09 21:29 46' / 수정 : 2005.10.09 21:34 13'

오전 9시 출발로 예정되어 있던, 강원도 양양 낙산비치호텔로 떠나는 버스는 궂은비로 시동을 늦추고 있었다. 전날의 쾌적한 가을 날씨에 한층 고무 받았던 심사위원들은 뒤늦게 차에 오르며 하늘의 변덕에 불평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일찍이 최인훈이 투덜댔듯이 ‘신가(神哥)’의 심사는 인간으로서는 종잡을 길이 없게 마련이다. 오늘의 격론을 예감케 하는 징후이기도 했고.

수상작 선정 회의로 돌입하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 토의 없이 각자 2편씩 적어내는 1차 투표로 들어갔다. 정미경의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와 권지예의 ‘꽃게 무덤’이 4표, 김경욱의 ‘장국영이 죽었다고?’와 조경란의 ‘국자이야기’가 3표였다. 집계를 맡았던 심사위원이 먼저 ‘한탄사’를 내질렀다. “놀라운 결과군요!?”

 

다른 심사위원이 곧바로 투표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항거성(?) 발언을 하였다. 동인문학상의 가장 중요한 선정 기준이 문학적 성취도라면, 적은 표를 얻은 두 소설이 많은 표를 얻은 두 소설보다 그게 적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사부재리’는 민주사회의 근본 원칙 중 하나임을 누군가가 상기시켰다. 그는 또 애초에 사전 토의 없이 투표에 들어간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사실상 두 편으로 압축된 상태였지만 미련은 컸다. 후보작 네 편 모두에 대한 옹호와 반박의 공방이 오래 이어졌다. 우선 ‘장국영이 죽었다고?’가 보여주고 있는 깔끔하고도 정밀한 구성과 지적 통찰에 대한 상찬이 있었다. 그러자 그 작가가 장래의 문호로 성장할 것은 틀림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를 다른 문화적 사건 혹은 소설들에서 빌려오고 있어서 절실성을 느끼게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절실성이라면 ‘국자이야기’만한 게 있을까? 이 작품집은 봉천동에서 살아온 작가가 서울/고향의 대립이 무너진 상태에서의 고향을 거울로 삼아 자신의 전 생애를 깊이 되새김질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반추가 지나쳐 그의 소설이 어느 순간 난수표 없는 암호로 돌변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 강원도 낙산비치호텔에서 최종심을 갖고 있는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주영 김화영 정과리 이문열 이청준 박완서 유종호씨.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는 음모는 가득 차 있으나 암호는 없는 소설이었다. 명쾌한 구성과 긴박한 리듬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역선(力線)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해부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작품 속의 인물들이 지나치게 유형화되어 있고 변화의 계기가 설득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그에 비하면 ‘꽃게 무덤’은 인물들의 형상이 매우 강한 흡인력을 띠고 있는 소설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형상을 감싸는 작가의 묘사는 고금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의 우아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칭찬이 나왔다. 하지만 그 우아함이 태깔부리기로 비칠 수도 있으며, 쓰다 만 것 같은 태작들이 섞여있는 것이 결점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어쨌든 현실의 번뇌를 달래주는 것이 말의 성찬임은 틀림없었다. 심사위원홰는 오랜 토론 끝에 눈앞에 펼쳐진 냉정한 결과에 직면하였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 끼이면 냉정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나은 태도이다. 상(賞)이 문학의 흥을 북돋을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동시에 문학은 상과 관계없이 제 길을 묵묵히 갈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 투표에서 ‘꽃게무덤’이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를 1표 앞질러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동인문학상 개편 이래 4대 3의 박빙은 지난해를 포함 올해까지 모두 네 차례 있었는데 1,2차 투표 모두 이처럼 승부가 아슬아슬했던 적은 없었다. 심사위원회는 수상자의 심경을 몸소 느끼기 위해 그리고 아쉽게도 유보된 다른 작가들을 마음속으로 달래기 위해 서둘러 이동하였다. 그리고 긴 술자리의 어느 때였던가, 심사위원들은 분명 꽃게탕을 맛보았던 게 틀림없다. 그러나 그 이튿날 깨어 보니 게가 기어간 흔적은 보이지 않고 어떤 새가 날아간 듯 기억이 아슴아슴하였다.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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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게 무덤, 다시 읽어봐야 하나.
   소설집은 사지도 않았고 꽃게 무덤이랑 소설집에 실린 몇 편을 
   무슨 수상집 후보작에서만 읽었는데...
   암튼, 투표로 결정된다는 게
   심사위원의 취향에 들어야 한다는 게 씁쓸하다.
   다시 읽어보겠다는 내 마음을 보라지...ㅎㅎ

   
   문학의 공정성이란 무엇일까. 공정성 이란 말 자체가 문학에는 필요없는 듯.
   잘 쓴다는 건 어떤 기준일까.
   여전히 누구 마음에 들어야 날개를 펼 수 있는 무명의 설움이 난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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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5-10-10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작품 중에 유일하게 <꽃게 무덤>만 못 읽었는데;; 이 참에 읽으라는 계시로;; 쿨럭;;
(그런데 왜 저는 권지예의 소설이 그리 예쁘지 않을까요- 이상문학상 때부터;; )

플레져 2005-10-1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지님~ 아침에 만나니 (아침? 맞나요? ㅎㅎ) 넘 반가워요 ^^
저두 그렇네요. 조경란이 될 줄 알았거든요. 국자이야기며, 봉천동에 관한 얘기가 얼마나 좋았는데... 심사의 기준은 곧 심사위원의 취향이라 좀 씁쓸해요. 이상문학상을 탈 당시에 많은 남자 심사위원들이 식탁위의 정사씬에 매료되었다는 후문이...

stella.K 2005-10-1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봤어요. 갑자기 이 상이 산맥같이 느껴지더군요. ㅜ.ㅜ

2005-10-10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0-1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산맥 맞구만요 ㅎㅎ
속삭님~ 고마워요, 챙겨주셔서!

책읽는나무 2005-10-10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사위원들의 취향.....저도 씁쓸하네요..ㅡ.ㅡ;;

그래도 상 타는 본인들은 무척 기쁘겠지요?..ㅡ.ㅡ;;

2005-10-10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0-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는 나무님,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작가의 기쁨은 최고겠지요. 암요~

이매지 2005-10-10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권지예의 소설은 단 한권도 읽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한 번 읽어볼까요 흐음.

플레져 2005-10-1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눼. 마음 비우시고 한번 읽어보시지요 ^^

하루(春) 2005-10-10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경욱 소설만 읽었는데, '꽃게무덤'도 읽어봐야 겠군요. 읽은 분들의 리뷰가 마음에 들어서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