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나리아 - 야마모토 후미오
그렇지만 지금은 반으로 뚝 잘린 남편의 월급과 내 아르바이트비로 아슬아슬하게 가계를 지탱하고 있었다. 매월 15만엔씩 들어가는 아파트 장기 할부금, 남편 용돈이 한 달에 2만 엔, 아들 용돈이 한 달에 1만 엔, 딸에게 5천 엔, 광열비가 약 3만 엔, 식비 3만 5천 엔, 남편의 생명보험에 2만 엔, 시아버지의 입원비도 조금 내야 하고, 그밖의 일용 잡화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줄였지만, 12월에는 아파트 할부금을 40만엔이나 불입해야 하니 저금은 그걸로 완전히 바닥날 것이다. <어딘가가 아닌 여기, 228쪽>
나는 내가 머지않아 다시 일어서서 사회에 나가 바리바리 일을 하기 시작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슴속에 의문을 품은 채 또다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리라. 그것이 왠지 모르지만 분했다. 넘어져 피가 나도록 다치고서도, 이윽고 그 상처가 아물면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게 인간이었다. 그것이 싫었다. 어느샌가 몸도 마음도 다시 제자리를 잡아가는, 그 놀라운 회복력이라는 게 이유도 없이 지긋지긋했다. <네이키드 18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