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서점 문화가 개막하면서 예약주문판매 모드와 친필사인본 증정 형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친필 사인본이 싫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입할 때 누구의 흔적도 묻지 않은 완전한 새 책을 고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집어들고 살펴본 그 책, 맨 위에 놓여있던 그 책을 기꺼이 구입한다. 눈에 거슬릴 정도의 손때가 아니라면 새책만 고집하는 까다로움은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배달되 온 책에 누군가의 흔적이 있으면 조금 못마땅한 게 사실이다. 책 표지가 더럽혀져있거나 책등이 손상되있는 경우다. 친필 사인본을 받았을 때 느낌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인기 작가, 유명인들의 책은 예약판매와 친필 사인본이 비일비재하다. 선착순 구매자에게 한정된 친필 사인본이란 이슈는 내게는 내 소중한 책을 먼저 들춰본 불쾌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저자의 사인보다 내 책이 더 소중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본 적도 있다. 순전히 내가 원해서, 좋아서 했던 행위이다. 그러니까 내 이름과 저자의 이름이 나란히 써있는 사인본이라면 당연히 받고 싶지만, 무작위로 보내온 사인본은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친필 사인본 증정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주문을 해도 사인본을 받게 된 경우가 있다. 발매한지 1년 쯤 되었을 무렵인데 나는 원하지도 않는 사인본을 받았었다. 그 불쾌함! 반면에...아, 이 책이 이렇게나 안팔렸구나 싶은 묘한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오프라인 이용이다.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주문. 그 작가의 사인보다 나는 그저 그가 쓴 글들이 좋을 뿐이다. 글과 글쓴이를 분리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나는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글에 대한 열망보다는 결코 우월하지 않으니까.

 

이달의 장바구니를 채우며 얼마전 예약판매와 친필 사인본 증정행사를 했던 작가의 책을 제외했다. 어김없이 친필 사인본이 도착할 확률이 많다. 만약 알라딘에서 친필 사인본은 보내지 말라는 청을 들어준다면 기꺼이 주문할 요량이지만.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절차와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내가 읽고 싶은 책의 친필 사인본이 도착하지 않는 계절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 9월의 하이라이트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책들을 좌르륵 배열하는 이 행복한 느낌!
축복받은 집은 요사이, 틈틈이 여러번 반복하여 읽고 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스탠드를 켜놓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줌파의 글들과 내 일상이 오버랩되거나 지혜를 일깨워준다. 신간 <그저 좋은 사람> 몹시 기대된다. 순전히 이달의 책주문은 줌파 때문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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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나야 기회가 좋으면 사인본을 받는거지 연연해하지는 않게되더라구요.
줌파를 좋아하시는구만요. 나는 저 맨 오른쪽 책이 좀 별로라 이번에 새로나온 책이 어떨지 모르겠어요.ㅎ
잘 지내죠?^^

플레져 2009-09-15 14:0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이 이름뒤에 숨은 사랑 리뷰 썼던 거 기억해요! ㅎㅎ 가운데 책 슬며시 권합니다 ^^ 무탈하시고 평안하시죠? :)

무해한모리군 2009-09-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의 글은 저도 조만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 별 느낌이 없어요. 제가 가서 받은게 아니면 --;;

플레져 2009-09-15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사실 사인보다 줄 서 있을 때가 더 짜릿하고 좋은데...그런 느낌 전혀 없는 사인본은 '무작위'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요. 흑.

다락방 2009-09-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도 그렇고 CD도 그렇고 제가 그렇게 해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선심쓰듯 싸인본 오는게 싫어요. 특히 CD의 경우에는 싸인본의 경우 비닐이 벗겨져 있죠. 그럴땐 궁시렁거리게 되요. 아 포장 내가 뜯고 싶었는데, 하면서 말이죠. 제게 사실 유명인의 싸인은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싸인본을 판매할 경우 싸인본이 아닌 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저도 줌파 라히리 책 있기는 한데...아직 못읽었네요 orz

플레져 2009-09-15 14:05   좋아요 0 | URL
기쁨을 빼앗긴 기분이에요. CD를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데 CD를 껴주겠다는 선심이 잔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의 싸인이어도 싸인은 싸인일뿐이라 그런가 별 감흥이 없지요.

줌파의 세계로 푹 빠지시거든 연락주세요 ㅎㅎ

비로그인 2009-09-1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필 사인본은 전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엔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아무런 감흥도 불쾌감도 없이 그저 그렇구나, 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제가 읽은 책에(그러니까 다 읽은 후에) 저자가 내게 보내는 편지를 써주는 경우였어요. 사적으로 만나서, 사적인 글귀를, 내게만 쓰는 경우.

플레져 2009-09-16 16:42   좋아요 0 | URL
아. 훈훈하네요. 그럴땐 그 작가의 전작주의가 되지 않고는 못배기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