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클루니를 처음 본 것은 '쓰리 킹스'라는 영화 시사회였다. 그의 짙은 눈썹과 눈빛에서, 잘생겼다는 인상보다는 느끼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듯싶다.
그런데 (그나 나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영화는 내게 '머스트 시' 아이템이 되었다. 그가 무슨 대작을 하거나,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나는 그의 영화와 그가 좋아졌다. 이 역시 (그와 내가) 나이가 들면서 살아온 삶에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인 것 같다.
위트와 문학과 정치성이 담긴 그의 발걸음이 결국 이 영화에서 애니메이션과 만난는가 보다. 그의 이름만으로 보게 된 예고편에서, 그의 (민주당 지향적인--특정 당의 지향보다는, 미국이라는 지형에서 민주당이 상징하는 가장 긍정적인 가치를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색, 곧 개발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해법이 느껴졌다.
설령 그런 것이 없더라도, 이제 내가 좋아하는 조지 클루니와, 중학교 시절부터 동경했던 메릴 스트립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더군다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와 '브로큰 플라워'의 빌 머레이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영화는 여타의 애니메이션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졌다.
외화의 "우리말 더빙" 상영을 주장하고 옹호하는 나로서는(우리나라에서는 실현 가능성 없는 꿈이지만), 이 영화만은 고민이 된다. 클루니와 스트립, 머레이의 음성을 포기한다면, 이 영화의 매력은 반감, 아니 그 이상일 터. 그래도 딸아이 데리고 가서 보려면(그렇게 볼 텐데), 우리말 더빙이 되어 반드시 상영되기를, 기대하고 바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