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저자 보는 차별화된 눈 가져야"



20년 동안 책을 만든 이 남자, 이번엔 자기가 책을 썼다. <미학 오디세이>를 쓴 진중권씨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쓴 이진경씨 같은 이들은 쓸 수 없는 책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휴머니스트 발행). 이 책은 위에 언급한 두 사람 외에도 수많은 유명 저자들의 책을 만들어온 김학원(47) 휴머니스트 대표의 책 편집에 대한 '자전적 이론서'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새길, 푸른숲 등의 출판사 편집자로, 그리고 자신이 설립한 휴머니스트 출판사의 대표로 700여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 동안 오마이뉴스 이사,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초청연구원 등 여러 직함을 거쳤지만 스스로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일관되게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책을 만드는 국내 편집자는 대략 10만명 이상이다. 이런데도 정작 이들이 참고할 교과서 같은 책은 없었다. 미국에서는 <시카고 매뉴얼>이, 일본에서는 <일본 편집 매뉴얼>이 기본서 역할을 했지만 국내 출판인들의 책은 회고록 류의 경험을 쓴 책들만 많았지 정작 출판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드물었다.


김 대표는 그런 생각에서 1990년대 중반 일종의 출판 편집 매뉴얼을 만들었다. '어느 출판편집자의 노트북'이라는 가제를 단 120페이지짜리 이 인쇄뭉치는 편집자들 사이에서 떠돌다 한 대학의 수업 교재가 되기도 했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이를 정리하고 70여권의 국내외 서적을 참고해 살을 붙인 결과물이다. 편집자의 기본 소양과 전문적인 편집 기능을 동시에 일러주며, 저자와 편집자가 직접 만나 일하는 독특한 국내 상황에 맞춰 서술했다.


김 대표는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55명의 편집자들을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싣기도 했다. 그는 그들에게 편집 경험에 관한 8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그 질문들을 그에게 다시 물어봤다. 그는 "뛰어난 편집자는 원고와 저자에 대한 안목이 타인과 차별성을 가질 만큼 수준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저자에 대해선 "원고도 좋고, 사람도 좋은 경우가 최고"라며 "진중권 이진경씨,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등의 저자 김육훈씨 등 모두가 훌륭한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그는 "편집자를 할 거라면 50년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30대에 명 편집자가 되는 경우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정도로 연륜이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6년 내에 1,000명의 저자들과 100명의 편집인들을 데리고 각 부문별 교양서적을 내는 것이 꿈"이라는 그는 "다수가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편집자는 지식과 서사의 재창조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한국일보 기사입력 2009-08-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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