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타니파타 - 불교 최초의 경전
법정 옮김 / 이레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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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이 <도올, 인도를 가다>에서 불교 강의를 하면서 소개, 인용한 책이라 덥석 구입한 책이다. 또한 법정이 옮긴 것도 그러하거니와 불교 최초의 경전이라는 점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책의 구성은 짧은 글들의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짧은 글들은 다시 전부 합쳐 1149개의 구절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굳이 예를 들자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이 산문과 운문이 혼합된듯한 느낌을 준다. 각각의 구절들은 대부분이 5줄이 되지 않는 짧은 문장(들)으로 되어있으서 쉽게 읽히는 장점이 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하는 구절을 들은 적이 있을텐데, 그 구절이 바로 이 경전에 등장하며, "뱀이 허물을 벗듯"과 같은 익숙한 비유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경전이 시와 같은 느낌을 준는 것은 비유와 은유, 반복과 대구와 같은 수사법이 빈번히 사용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시적인 표현법을 사용한 것은 아마도 초기 불교 수도자들이 경전 전체를 암송하기 쉽게 운문 형태로 표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독송하거나 외우면 또 다른 맛이 살아난다.

내용을 살펴보면 싯다르타가 여러 사람을 만나 나눈 대화와 교훈들로 이루어져 있다. 기성 종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신화적인 표현이나 신격화, 이해할 수 없는 선문답은 거의 없다. 우리가 살면서 주의하고 배워야할 교훈들이 싯다르타와의 대화를 통해 쉬운 언어로 등장하고 있을뿐이다. 마지막에는 주석도 있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적지 않은 독자들이 어려운 불교 해설서를 사놓고 조금 읽다 포기했으리라 믿는다. 어려운 내용 때문에 가슴에 와닿는 바도 적었을 뿐더러, 불교에 관한 흥미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대단히 쉬운 내용과 선명한 표현들, 아름다운 운문형식의 교훈들이 우리의 가슴을 충분히 물들일 것이다. 불교 초기의 순수하고 사변적이지 않은 모습들을 보고 싶다면, 그리고 거기서 영혼의 아름다운 양식을 얻고 싶다면 이책을 읽어야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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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입문
이상돈 지음 / 법문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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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양 과목의 교재로 쓰여서 샀던 책인데, 법학의 입문서로서 꽤 괜찮은 책인듯하다. 차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 1 부  법의 임무
[1] 법과 정의
[2] 민주적 법치국가와 법공체의 조직화

제 2 부  법의 발전
[3] 법체계의 역사적 발전
[4] 자유주의적 법모델
[5] 사회국가적 법모델
[6] 절차주의적 법모델

제 3 부  법의 기초제도
[7] 계약
[8] 불법행위와 손해의 전보
[9] 범죄와 형벌
[10] 소송의 원리

제 4 부  법과 도덕 경제 정치
[11] 법과 도덕
[12] 법과 경제
[13] 법과 정치

제 5 부  법의 적용
[14] 법률적 삼단 논법
[15] 법률의 해석

제 6 부  법의 미래
[16] 현대사회와 법
[17] 법의 미래

다양한 예와 정확한 개념 설명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으며, 활자가 큰 편이라 읽기에 불편하지 않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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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역학
리사 F. 버크먼 외 엮음, 신영전 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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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회 역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 붙은 학문의 입문서 내지는 개론서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보건학이나 간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대학에서 전공서적으로 사용할 듯한 책이며, 대중서적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다.

책의 본문 처음에 나와 있듯이 "역학(epidemiology)은 안구집단의 건강수준의 분포와 결정요인을 다루는 학문"이다. 특히 "여러 가지 점에서 이제 사회적 조건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러한 사회적 조건들과 건강과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학문이 바로 사회 역학(social epidemiology)인 것이다. 즉 보건학과 사회학의 만남을 통해서, 어찌보면 일개인의 문제일수도 있는 건강이라는 주제를 사회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적 시도인 것이다.

제 1 장에는 사회 역학의 개념과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여러 장(chapter)들은 여러 사회적 요인들과 건강과의 관련성이 자세히 탐구되고 있으며, 그 탐구의 방법과 비판 또한 알기쉽게 소개되어 있다. "제 2 장 사회경제적 지위"에서는 사회경제적 지위와 사람의 평균 수명과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고 있으며, 뒤이어 소득불평등과 건강의 관련성, 작업조건과 건강, 여러 사회자본과 건강이라는 여러 흥미로운 주제를 여러 사례를 들어가며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어떻게 정의하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층부의 수명이 하층부의 수명보다 길다는 일관된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나타나는지에 대한 가설과 연구들도 소개되고 있다. 또한 차별이나 사회 네트워크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과 그 메커니즘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울증과 신체질환과의 관계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건강 또는 불건강의 요인들을 단순히 한 개인의 수준에서 생물학적으로만 접근하면 대단히 단편적이고 불완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개인의 건강과 질병조차도 사회적맥락과 요인들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는 완전히 탐구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공중 보건을 한 단계 상승시키려면 사회적 자본들을 구축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며, 한 사회의 통합이 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도 알수 있었다.

책과 활자의 크기, 책의 구성과 편집, 다양한 사례와 분석, 많은 도표와 그래프 등 이 책은 학술적인 가치로 따지면 거의 만점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사회학이나 보건학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말그대로 강의에 쓰이도록 만든 입문서라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내용이 재미있어서 읽고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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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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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리 시대의 스타 지식인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해설집이다. 법정 스님이 서문을 썼으며, 팔만대장경판에 있는 금강경을 본문으로 하여 해설하고 있다.

도올은 책의 앞 부분에 종교의 본질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종교는 꼭 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의 핵심은 믿음이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기성 종교가 가지는 오류를 지적하며, 그에 대비하여 불교의 장점들을 기술하기도 한다. 뒤이어 도올의 다른 경전 해설서와 같이, 금강경이라는 서물(書物)에 대한 소개가 있다. 금강경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주요 내용을 개괄하고 있으며, 금강경이라는 책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불교 전반에 관한 내용도 잘 적고 있다. 소승과 대승의 차이, 그리고 자신의 불교관도 적고 있어서 꽤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금강경을 해설하고 있는 본문에서는 도올 특유의 치밀한 경전 해석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금강경 본문을 가르고 있으며, 뛰어난 한문실력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엄밀하게 주석을 달고 있다. 서양의 고전들과 다른 경전들, 여러 철학들을 소개하며 금강경이라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사유를 풍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명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는 한글로 번역된 금강경을 따로 적어 놓아 읽고 외우기 편하게 해놓고 있다.

금강경이 어떤 경전이던가.  바로 고타마 붓다의 제자 수보리 장로와 시다르타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 아니던가. 금강경 어디에도 공(空)이라는 한자는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불교 경전보다도 더 공에 관한 사유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마땅히 집착하는 바가 없이 행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읽을만한 내용과 좋은 구성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한자의 남발로 인하여(음을 달고 있지도 않다) 매우 읽기 어렵게 해놓았다. 아마도 뛰어난 한자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 책을 수월하게 읽기는 어려울 듯 하다. 도올 특유의 글쓰기를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금강경과 불교, 종교의 본질에 관한 성찰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은 예상외로 독자에게 많은 것을 줄 수도 있을 듯 싶다. 책의 분량에 비하여 책 값이 비싼 편은 아니며, 다른 경전 해설서와 같은 난해함도 없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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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 20세기 최후의 게릴라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99
장 코르미에 지음, 은위영 옮김 / 시공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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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체 게바라 평전>을 쓴 작가 장 코르미에가 쓴 책이라서 내용이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다. 작가는 미제국주의에 맞서는 막시스트로서, 혁명과업을 이루기위한 게릴라 지식인으로서, 안정된 삶을 버리고 휴머니즘을 실현하기 위해 타지를 떠도는 이국인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으며, 많은 사진 자료를 통해 독자들에게 체의 실제의 모습들을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나는 사실 막시즘을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맹점을 극명하게 드러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은지 30년도 더 된 아르헨티나 출신의 막시스트인 체의 삶을 반추하는 것은 여러가지로 꽤나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직도 노동자와 농민과 같은 서민들의 사회적 지위가 온전하지 못한 까닭이며, 우리가 헤쳐가야 할 많은 장벽들이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어떠한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하는지를 체를 통하여 그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그는 나 자신을 벗어난 '더 큰 나'를 위해서 싸웠다고 나는 평가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그에게 쿠바 출신의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혁명 동참 권유는 어찌 생각하면 무모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민족과 국가를 넘어서 억압받는 민중을 구하려는 휴머니스트의 신념을 위해 이국행 보트인 그란마 호에 몸을 실었던 것이다. 또한 나를 감동시켰던 그의 모습은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한 자세였다. 게릴라 전투 도중에도 시간이 나면 독서를 하고 혁명 성공 이후에도 개인 교사를 구해 공부를 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모습은 나의 안일함에 하나의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지적 탐색을 그치지 않는 이러한 그의 호학(好學)의 면모는 지도자의 요건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나에게 큰 배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서 가장 훌륭하다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내려진 가혹한 조건들을 극복하는 투사적인 모습이었다. 게바라는 평생을 천식의 고통속에서 보냈는데 그에 굴하지 않고 극복하려는 초인적인 자세는 우리 일반 사람에게는 꽤나 영웅적으로 보여지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덧붙이지면 그는 잘 생겼으며, 뛰어난 유머감각에 외국어 구사능력까지 겸비한 천하의 슈퍼스타라할 수 있다.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답게 풍부한 사진 자료를 포함하고는 있으며, 체 게바라를 짧은 지면을 통해 총론적으로 소개하는 데에는 성공적이기는 하나, 분량이 너무나 적은 까닭에 자세한 모습을 알기는 힘들다. 체의 뜨거운 모습을 더 많이 느끼고 싶다면 <체 게바라 평전>을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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