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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스타 지식인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해설집이다. 법정 스님이 서문을 썼으며, 팔만대장경판에 있는 금강경을 본문으로 하여 해설하고 있다.
도올은 책의 앞 부분에 종교의 본질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종교는 꼭 신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며, 종교의 핵심은 믿음이 아니라 깨달음이라는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기성 종교가 가지는 오류를 지적하며, 그에 대비하여 불교의 장점들을 기술하기도 한다. 뒤이어 도올의 다른 경전 해설서와 같이, 금강경이라는 서물(書物)에 대한 소개가 있다. 금강경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주요 내용을 개괄하고 있으며, 금강경이라는 책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불교 전반에 관한 내용도 잘 적고 있다. 소승과 대승의 차이, 그리고 자신의 불교관도 적고 있어서 꽤 생각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금강경을 해설하고 있는 본문에서는 도올 특유의 치밀한 경전 해석이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금강경 본문을 가르고 있으며, 뛰어난 한문실력으로 한 문장 한 문장 엄밀하게 주석을 달고 있다. 서양의 고전들과 다른 경전들, 여러 철학들을 소개하며 금강경이라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사유를 풍부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명하고 있다. 가장 마지막에는 한글로 번역된 금강경을 따로 적어 놓아 읽고 외우기 편하게 해놓고 있다.
금강경이 어떤 경전이던가. 바로 고타마 붓다의 제자 수보리 장로와 시다르타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 아니던가. 금강경 어디에도 공(空)이라는 한자는 나오지 않지만, 그 어떤 불교 경전보다도 더 공에 관한 사유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마땅히 집착하는 바가 없이 행하고 생각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읽을만한 내용과 좋은 구성을 가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어려운 한자의 남발로 인하여(음을 달고 있지도 않다) 매우 읽기 어렵게 해놓았다. 아마도 뛰어난 한자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이 책을 수월하게 읽기는 어려울 듯 하다. 도올 특유의 글쓰기를 이 책에서도 확인할 수 있으며, 금강경과 불교, 종교의 본질에 관한 성찰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은 예상외로 독자에게 많은 것을 줄 수도 있을 듯 싶다. 책의 분량에 비하여 책 값이 비싼 편은 아니며, 다른 경전 해설서와 같은 난해함도 없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