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이밥 ㅣ 낮은산 작은숲 1
김중미 지음, 김환영 그림 / 낮은산 / 2002년 3월
평점 :
나는 가벼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책이건 영화건 길게 생각하는 것 보다는 단순하게 본 것으로 이해가 다 되는 그런 것. 한마디로 머리 쓰기 싫어하는 형이다. 약간 배배 꼬고 책을 읽다 보니 감동보다는 책 내용을 비아냥 거릴 때가 많고 신데렐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만 골라 읽고 아름다워한다. 좋게 말하면 아름다운 것만 보고 싶어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소외된 것, 아름답지 않은 것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책도 뭐 그저그런 이야기로 생각했었다.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유발하려는 단순한 내용이라고.
내가 5살 때 일을 하러 나가야 하는 엄마는 3살난 동생과 함께 두 남매만 방에 두고 가셨다고 한다. 방 한 쪽에는 밥상을 펴 놓고 배 고프면 먹을 수 있도록.
애를 낳고 길러보니 먹고 살기 위해 일은 나가야하고 애들 맡길 때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방문을 걸고 나가야만 했던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눈물 나고 괴로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수많은 걱정들. 혹시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질까봐 세살 난 아이에게 "만지면 안돼"를 가르쳐 가며, 5살난 아이에게는 동생 잘 볼 것을 당부한다... 누나인 다섯살이 알아봐야 뭐를 알겠는가.
다섯살 때부터 나를 옭아맨 누나라는 맏이라는 책임감은 운명으로 알았다. 그리고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대학교 때....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등장하는 이야기에 약간의 솔깃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