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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곤충 ㅣ [구판] 초등과학학습만화 Why? 8
이광웅 지음, 박종관 그림, 최임순 감수 / 예림당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때 온전히 우리 가족만이 쓸 수 있는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중소도시, 옆에 낮은 산이 있는 집.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서른이 넘은 나이의 나는 그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시골 외갓집에서 보았던 달맞이꽃, 패랭이 등을 백과사전에서 보며 이름을 알아냈다고 좋아했고, 중,고등학교때는 마당에 심겨져 있었던 앵두, 감, 포도, 고추, 가지, 장미 등을 보며 우울해지려고 했던 마음을 달랬던 듯하다.
사실 나는 물을 주면 여름에는 퍽퍽 커가는 식물에는 관심이 조금 있었지만 곤충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남동생은 나하고는 다르게 곤충에 관심이 많았다. 장마 쯤해서 우리 마당에 원래 살고 있던 검고 큰 개미들 말고 작은 불개미(?)떼가 우리 허락도 없이 길게 줄을 서서 이사를 왔다. 좀 잔인하지만, 개미가 싫어 개미떼에게 물도 뿌려보고, 먹이로 다른 데로 유인도 해보고, 죽여도 보았지만 참 끈질기게 우리 집으로 오더군. 어른들은 재산이 늘어날거라며 놔두라고 하셨고. 내가 그냥 본 바로는 두 종류의 개미는 친하지 않았다. 검은 개미는 몸집이 컸지만 불개미에게 당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남매는 별별 실험을 다 해보았다. 특히 남동생이... 개미구멍을 흙으로 막아도 보고 물도 부어보고 -얼마지나니 다시 구멍을 뚫어 놓았었다-, 동생은 개미를 냉동실에 넣었다가 빼도 보고, 더듬이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본다고 몹쓸짓도 하고. 케일에 붙어 있는 작은 애벌레를 개미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일부러 놓아놓고.-작은 개미들이 여러마리 나와서 살아있는 애벌레를 자기네 집으로 데려갔다. 적어보니 잔인한 행동이군...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작은 재미(?)를 맛볼 수 있을까... 내 생각에는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주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곤충 모두를 볼 수 없더라도 곤충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나는 환경오염을 줄이자나 마당있는 집으로 이사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곤충이든, 식물이든 주변 사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것이다. 산이나 들로 가서 자연을 관찰할 기회를 줄 수도 있겠지만 나와 내 동생의 경험으로 본다면 시간이 넘쳐났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주변을 보니 식물이나 개미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로 부터 음악이나 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위안도 받았고.
그냥 이 곤충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떠올려봤고, 요즘 아이들도 생각해 보게 되어 하는 말이다. 주변에 있고, 여유가 있어야 관심도 저절로 생겨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