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권 중에서 우리 애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호호매워이다.
돌이 지나고 상품평이 좋길래 사 주었다. 첫애여서 뭣도 모르는 나는 짧은 문장이나 몇 번 읽어 주면 얼마지나지 않아 그림을 보고 아이가 채소의 이름을 말할 거라는 큰 착각을 했었다. 아무리 그림을 짚어도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를 보고 철부지 엄마가 지쳐 갈 때 쯤... 역시 아이들에게 읽어 준 게 눈에 바로 보이는 효과는 없어도 어디로 사라지지는 않는가 보다. 여름에 마트에서 본 수박을 보고 호박이란다. 물론 가을이 되어서는 둘이 헷갈리는 지 호박을 보고 수박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하던지.
지난 여름에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서 밥을 먹는 데 고추를 들더니 "고추, 호호 매워" 한다. 물론 그 발음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로서 딸이 얼마나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던지 친정엄마에게 막 자랑을 했다.
후회 하지 않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