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짜리 배낭여행 - 직장 다니면서 떠나는 하이유경의 야금야금 세계일주
김유경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고 부터 자꾸 해외 여행이 당긴다. 정확히 말하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어디로 가서, 무엇이 꼭 보고 싶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그냥 지금 이 상황에서 - 직장 생활 7년 후 애 둘을 키우며 1년동안 전업주부로 살고있는- 저지르고 싶다. 자꾸만 뇌가 없어져 가고, 사회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이 패잔병같은 느낌에서 떠남으로써 나는 아직 젊고 두려움 따위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 자신에게 심어 주고 싶다.

 지금 당장 해외로 떠날 용기도 없지만, 그 용기를 키우기 위해 책을 몇 권 읽고 있는 중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줌마인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느낀 것은 참으로 호들갑 스럽다는 거다. 무슨 건물 하나, 노을 하나 보면서도 두 줄이 넘게 수식어를 써가며 묘사를 해 놓은 것이 내 눈에는 영 거슬렸다.

 한 참을 읽어 내려가다가 다시 생각해 보았다.

 마곡사 탑에 걸린 지는 해를 보고 느낌이 어떠냐는 교수님 질문에 22살의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 때의 교수님 표정은 ....  나는 감정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어릴 때 부터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남의 느낌을 호들갑스럽다고 여긴 것이다. 정확하게 나는 감정적인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굳이 여행을 떠날 필요가 없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여행은 피곤하다고만 느낄 테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저자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같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여행을 다니면서 슬쩍 현지인 옆에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이야기도 해보고, 현지에서 급조된 여행객과 동행을 하다가 다음날 헤어지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상인도 만나고, 음탕한 짓을 하려는 사람도 만나고, 그와 반대로 아플 때 쌀죽을 끓여 주는 사람, 옥수수를 건네주는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녀의 책에 있는 사진 속의 사람들은 푸근한 표정이어서 좋다. 그녀와 관계맺음이 있었기에 그토록 편안한 표정들이겠지.

 나도 어디를 내 첫 여행지로 삼을 지 고민해 봐야겠다. 저자처럼 배낭여행은 아닐테지만, 남편과 두 딸과 같이 한 도시를 정해서 시가지를 돌아다녀보는 것만으로도 나의 첫여행은 꽤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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