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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 소아정신과 최고 명의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심리와 인성발달 ㅣ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1
노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2월
평점 :
남매가 밥상이 차려진 방안에 있다. 방문은 밖에서 잠겨져 있다. 5살의 누나와 3살의 남동생은 그 좁은 방안에서 매일 한나절동안 무얼하면서 지냈을까? 두 아이를 그렇게 두고 일하러 나가야했던 20대 중반의 젊은 엄마는 매일 아침 어떤 생각을 했을까?
큰아이를 낳고 친정엄마는 일을 나가시기 때문에 시어머니께서 2주동안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오셨다. 배달일을 하시는 엄마는 일하시면서 별것 다 보신다고 삼칠일이 지나기 전까지 아기보러 오시지도 못했다. 그 사이 어느 날, 나는 애를 재우려고 '섬집아기'를 불러주었다. "엄마가 섬그늘에 ..... 아가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애기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남매를 두고 일하러 나가야했던 우리 엄마 마음이 어땠을 지 나는 나이 서른이 다 되어서야 처음 생각해 보았다.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이 책은 부모가 어떻게 키워졌느냐에 따라 육아방식이 대물림 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잘못된 육아방식을 부모로 부터 물려받았다면 그걸 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한다. 내가 어떻게 커 왔는 지를 회상에 보고 나의 문제점을 먼저 깨닫고 고쳐야만 내 자식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 이야기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나는 지금의 부모를 어떤 형용사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남과 함께 있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너무나도 편한, 그래서 지금 나는 두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애들이 스스로 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애들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 나는 무시형 불안정 애착이 아닌가 한다.
이런 내 밑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은 점점 나를 닮아간다. 자기 혼자서 블럭을 갖고 논다거나, 생리적 욕구가 아니면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찾는 모습은 거의 없다. 어떨 땐 그런 아이들이 섭섭하다가도 이내 편안하다는 생각이 드니, 나는 진정 엄마가 맞는가?
엄마되기가 쉽지 않다. 내 스스로가 나를 가두어버린 껍데기를 깨고 나가야 하는 데 그러기 위해 육아서적을 열심히 읽고 마음을 다 잡아 보지만 읽을 때 뿐. 진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싶다. 어렵기에 그냥 먹고 크면 다지뭐 하다가도 그래도 낳았으면 제대로 키워줘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나의 어린 모습을 한 번 돌아보았고, 앞으로 내 아이가 어떻게 컸으면 하는 가에 대한 생각도 해보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이드신 현자의 담담한 글쓰기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감정적인 글쓰기만이 사람을 흔든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저 하늘 위에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 인간들을 미소지으며 내려다보며 욕심부리지 말고 자기 삶에 만족하면서 살 수 있는 아이를 키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객관적인 어조의 이 글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