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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구멍 ㅣ 길벗어린이 과학그림책 5
이혜리 그림, 허은미 글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구멍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호흡기관, 소화기관, 배설기관, 감각기관까지 다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내용을 이렇게 그림책에서 은근슬쩍 가르쳐주고 있다니 아이에게 읽어 주기 전에 내가 미리 읽어 보고 살짝 웃었다.
세돌이 다가오는 큰 딸은 괴이한 버릇하나가 있다. 좀 말하기 뭣 하지만. 코를 후비고 나서 그 코딱지를 먹는 것이다. 으이 드러워. 몇 번이나 제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내 눈치를 보며 살살 웃어가며 먹어댄다. 이제는 모른 척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몇 달째 효과가 없다. 그런 딸이 콧물이 들락날락 그러는 부분이 웃긴가보다. 자꾸 "왜?"하고 묻는다.
그다음으로 피자를 먹고 소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그림에서는 그림 속 피자를 자기 입과 내 입에 넣는 시늉을 하며 깔깔거린다. 끝에 있는 덩어리가 뭐냐고 물어보고선 그것도 어김없이 내 입에 집어 넣는... 실제로 먹는 건 아니지만 좀 찝찝하다. 그리고는 또 깔깔거린다.
마지막으로 아이구멍.
남편은 그림을 보더니 너무 적나라하단다. 지금 7개월 된 둘째를 가졌을 때 병원에 큰 애를 매번 데리고 가서 초음파도 같이 보고 뱃속에 동생이 있다고 얘기해주었었다. 큰 애는 그걸 기억하고 동생도 엄마 뱃속에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 동생이 아기 구멍으로 나왔다고 얘기해주고 아기구멍은 여자만 있다고 덧붙여 주었다. 그 다음에 내가 속으로 깜짝 놀란 말을 애가 했다. "아빠는 아기 구멍이 없어" 다른 애들도 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큰 애는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애 둔 엄마로서 호들갑 한 번 떨었다.
내가 뭔가를 가르치려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물 흘러가듯이 나둬고 같이 생활만 하는 것 만으로도 아이들은 세상에 대해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가 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알아가는 세상의 이치가 얼마나 놀라운지. 항상 느긋하게 노력해야하고, 매사에 관심을 가져야하고... 애를 통해 내가 세상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