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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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직을 하고 집에서 애 둘을 키우고 있으려니 자꾸 남들보다 뒤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으로 영어공부라도 해볼까 싶어도 큰애가 와서 '사진보자, 곰세마리 틀어달라' 보챈다.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잠들 때가 되면 '도대체 내가 하루종일 뭐했나' 싶다. 집에서 남들처럼 아이에게 많은 책을 읽어 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 계발을 한 것도 아니고. 빨래에, 집 청소에, 애 먹이고 씻기고 쉴 새 없이 움직인 것 같은데도 뭘 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둘째 태어난지 이제 2달 반. 정신도 몸도 지쳐 버렸다. 정확히 말해 머리 속이 멍해지면서 몸도 움직이기가 싫어 졌다. 만사가 귀찮아진 것이다. 원래도 게을렀으니 당연하다고 해야하나. 그러면서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니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런데 박차고 일어서지는 못하고. 내 인생이 완전히 꼬여버린 느낌이다.

이 때에 공중그네를 읽게 되었다. 새벽에 작은 애 먹이고 한 두편씩 읽었다. 그냥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뚱뚱한 몸에 어린아이처럼 떼쓰고 자기하고 싶은 데로 하는 의사 이라부. 이 책에 나오는 다섯명의 환자들은 이라부를 만난 후 비타민 주사를 맞고 거의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듯하다. 물론 이라부가 성의없이 던지는 말로 부터 실마리를 찾지만은 말이다. 만약 내가 이라부 종합병원의 칙칙한 지하의 신경과를 찾아간다면 이라부는 나에게 뭐라고 조언해 줄까?

"일단 주사부터 맞자구..." 

흐흐

대부분이 자신의 문제점을 알고 있다. 나는 적게 움직이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 내 경우에는 생각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자꾸 몸을 움직여 쓸데없는 생각을 내쫓아버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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