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양아, 잘 자
안토니 슈나이더 글, 다니엘라 쿠드진스키 그림, 유혜자 옮김 / 꿈소담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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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오랜만에 읽어본 동화책이었다. 동화가 집에 남아 있을 턱도 없지만 있다고 한들 보지도 않았을 내게 그래서 인지 이 책은 무언가 설렘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한 마리의 양이 주인공이다. 뭔가 포슬포슬한 털을 가진 듯한 양은 드넓은 초원에 자리하고 있다.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어서 빨리 조용히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색채감에 눈이 먼저 매료되고 포근한 양을 보면서 잠깐 동안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이 책이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그 반응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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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자장 잠자는 집』 / 유리 슐레비츠

 

    

 

독서 기간 : 2014.03.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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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강석기의 과학카페 3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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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분야의 책들에 대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은 늘 들끓고는 있으나 언제나 어렵지 않을까?’라는 편견 때문에 쉬이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동안 올렸던 서평 수에 대해서도 한번 확인해 본 바로 소설이나 에세이 분야는 각각 100여편의 서평을 올렸지만 과학 분야에 대한 서평은 이제 겨우 10개 남짓이기에, 내 스스로도 과학에 대한 내용들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장벽을 두어 가까지 하지 못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과학자들마저도 슬쩍 이 책을 보게 된다는 그 문구에 동하여 그 동안 마음처럼 가까이 하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도서를 한 번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마주한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표제 별로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의 구성을 보노라면 서문에는 우리가 그 동안 익히 들어왔던 뉴스나, 연예기사 혹은 일상 생활에서 들어봤다거나 경험해 본 이야기들을 서술해 놓고 있으며 그렇기에 가십거리에 관한 기사를 읽는 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안에서 과학이 등장하면서 서두의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다시금 풀어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철저히 과학이라는 틀을 가지고서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과학책입니다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슬슬 읽다 보니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게 되기에 과학에 대한 문외한인 나로서도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2014년은 청마의 해이다. 청마의 기운처럼 푸르름을 다하여 열심히 뛰어보자, 라며 새해 인사를 나눴던 것이 어언 3개월이 지나 이제 4월 초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사실 청마라는 것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이와 같지 않았나 싶다. 실존하지 않는 파란 말이라는 동물을 상상하면서 파란 장미꽃도 존재하듯 어떻게 하면 이 청마도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왜 청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지에 대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어디선가 털이 파란 말이 뛰어나온다면 정말 멋있겠지만, 파란 물감으로 염색하지 않고서는 그런 돌연변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말뿐 아니라 척추동물에는 파란색 색소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말과 사람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동물은 멜라닌이라는 갈색 계열의 색소를 갖고 있다. 말의 다양한 털색이나 사람의 피부색, 머리카락색은 모두 멜라닌이 조화를 부린 결과다. –본문

척추동물에게는 없는 파란색 색소가 새의 깃털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데 프시타코풀빈과 깃털자체의 구조로 인해 파란 색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니, 그들의 깃털 색깔에도 이런 과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특이나 홍학의 색소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한 것이라 신기하면서도 이들의 이름이 홍학이 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피식 웃음이 난다.

얕은 바다에 수만 마리가 떼지어 있는 홍학의 붉은색은 메타카로틴이라는, 노란색에서 빨간색의 범위에서 색을 낼 수 있는 색소 덕분이다. 그런데 홍학에는 베타카로틴을 만드는 세포가 없다. 대신 홍학의 먹이인 조류와 갑각류에 존재하는 베타카로틴이 깃털을 만드는 세포로 이동해 이런 색을 띄게 된다. 깃털은 소모품으로 빠지고 다시 나므로 이런 먹이를 계속 먹어줘야 붉은 톤을 유지할 수 있다. –본문

원래가 본디 홍색을 띄고 있기에 홍학인줄 말 알았는데 이들의 깃털 색깔을 먹이로부터 얻은 세포로 인한 변화일 뿐이라니.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의 색깔이 다른 색이었다면 홍학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홍학의 다른 모습들도 혼자 그려보며 계속 페이지를 넘겨보게 된다.

 수 많은 구멍이 있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보면서 연꽃의 구멍들을 보며 징그럽다라고 느꼈던 모습들이 다분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은 물론,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수술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유전자에 대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특히나 유방암과 관련된 DNA를 분석하는 것이, 고작 2개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하니. 이것은 검사하는 시약이 비싸서가 아니라 검사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기에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이 과학을 넘어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에서 씁쓸함이 남기는 대목이었다.

한때 이슈가 되었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저 식후 마시는 한잔의 커피에도 담겨 있는 비밀은 물론, 조류 바이러스 등 우리가 쉬이 마주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기에 신나게 읽어내려 가게 된다. 특히나 장르에 대한 구분 없이 과학인 전 분야에 아울러 그 내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심리학 쪽의 분야인 줄만 알았던 왕따의 문제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에게는 각각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문제는 물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수 문학을 읽으라는 저자의 조언들을 듣고 있다 보면 과연 과학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무궁무진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어느 자리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 대해서 그저 마음의 상처가 남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을 읽어보노라면 마음의 상처라는 것은 전전두엽피질의 활동을 위축시켰으며 이는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과 다름 없이 뇌는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왕따의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도 이러한 고통을 동일하게 받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그 고통의 정도는 피해자의 편이 훨씬 심각하겠지만 가해자에게도 자의에 의해 왕따를 자행하는 그 순간마저도 자신도 모르게 고통을 안고 이 모든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니, 왕따라는 것이 모든 이들을 피폐하게 하는 악순환이라는 것을 과학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결국 사회에 왕따 분위기가 팽배해질수록 당사는 소수만이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소극적일지언정 왕따에 가담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최신 심리학의 연구 결과다. 권위자가 됐든 특정 집단이 됐든 누군가로부터 다른 누군가를 왕따시키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질 때 이를 무시하고 왕따 피해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본문

 과학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접근이기에 큰 어려움 없이 책을 읽어나간 듯 하다. 물론 호기심을 자극했던 서두의 이야기들이 깊이 있는 과학적 접근이 이어지면서 때론 어렵다, 라는 생각들도 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싶은 내용들이 이어지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른 페이지의 내용들을 먼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쪼록 저자의 다음 편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책이었으며, 이전의 발간된 내용들도 이번에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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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과학책』 / 이동환저

 

 

 

독서 기간 : 2014.03.2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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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해 - 프러포즈 기다리다 지친 그녀에게
김범준.이수빈.임회선 지음 / 이지북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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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밤 운동을 마치고 퇴근을 하면서 이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스물 아홉 살 때만 해도 친구들의 청첩장만 받아도 괜히 눈물이 핑 도는 것이, 과연 나는 결혼을 언제나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들로 스스로를 옥죄어왔다면 서른이 넘고 나서는 주변인들이 종종거릴지 언정, 본인 스스로는 너무도 태평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여유를 만끽하고 있기에 결혼에 대해 대체 왜 그렇게 오매불망 하고 있었나, 라며 피식 웃기도 하는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기에 사실 이런 종류의 책들도 구태여 찾아볼 생각들을 못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스물아홉을 잘 견디고나면 2~3년 다시 자유로운시기를 지내게 된다. 한바탕 결혼이라는 소동을 목격하고 나서 주변이 잠잠해지는 시기다. 이때가 여성의 절정기다. 사회적으로, 육체적으로, 외모적으로 절정의 시기인 듯하다. 하지만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다시 중요한 시기가 온다. 바로 서른 넷, 이때 또 상당수의 여성들이 결혼 대열에 들어선다. –본문

 아직까지 내가 왜 그토록 결혼이라는 것에 목을 매었던 것일까, 라는 확고한 답은 물론이거니와 결혼을 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향후 2~3년 후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기에 이 분야 관련한 책들에 대해서는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마주한 <결혼에도 전략이 필요해>를 마주하면서 내가 지금 이런 모습이었단 말이야? 라며 흐물흐물 녹아 내려가는 봄날의 눈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서른이 넘은, 그것도 결혼하지 못한 여자들에 대한 적나라한 즉시 때문에 오랜만의 금요일 밤의 안락이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남자의 나이는 들수록 가치가 올라가지만 여자의 나이는 들수록 내려간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함.., ‘괜찮은남자를 탐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인데 35살인 남자와 39살인 남자, 44, 49살의 남자들 모두 그들과 4~5살 차이 나는 여자를 찾는 것이 아닌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여성들을 찾고 있기에 그 이상의 나이를 갖고 있는 이른바 골드미스들에게는 선택권이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결혼 적령기에 놓아져 있는 여자들은 지금 당장, 결혼에 도달 할 수 있게 남자로부터 프로포즈를 이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주장하고 있다.

 특히나 남자들의 경우에는 결혼에 대해서 막연함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그저 결혼하자, 라는 이야기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결혼 후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거나 결혼에 대한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 나와의 결혼에 대해 생각 조차가 없는 것이 아니기에 결혼을 위해서 여자가 계속해서 남자를 끌고 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남자는 어리다.
 
당신과 남자의 나이가 같다고 치자. 이때 결혼에 대해 생각하는 수준은 당신이 남자보다 다섯 살 이상(나의 생각으로는 열 살 이상) 어른이다. 요즘엔 서른 살 즈음이 되어야 비로소 여자들이 결혼을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른 살 즈음의 남자들은 결혼을 생각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서 남자 집에서 재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본문

 180 cm 이상의 남자만을 찾거나 대머리인 남자들을 제외하고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 말로 여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꿈꾸는 자상하고 이상적인 남자들을 쳐내버리는 요소 중 하나라 조언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서른의 즈음에 있는 여성들이라면 외모가 주는 것들에 대해서는 별 다른 고민하지 말고 내면의 성품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더욱 세심히 바라봐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러니 찾아가라. 젊었을 때는 남자가 여자를 사냥한다. 그것이 인류 역사 이래로 남자의 본능이라고들 말한다. 그런 수컷 냄새 풀풀 풍기는 남자들의 사냥놀이를 당신은 지금까지 비웃어 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여자가 남자를 사냥해야 한다. –본문

 그야말로 그들이 겪어온 살아있는 역사요 증거들을 모아 이 책 안에 담아 놓은 것들이라고 하는데 왜 나는 읽으면 읽을수록 현재의 내가 서글퍼 지는 지 모르겠다.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할 날들이 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그냥 내가 원하는 대로, 결혼에 대해서도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맞겠거니, 라는 독불장군의 심정으로 모두가 이게 답이야! 라며 이야기를 해도 나만은 다를 수 있어! 라며 청개구리마냥 뛰어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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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 곽정은

 

 

독서 기간 : 201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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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양장)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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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책을 펼치자마자 새벽내에 다 읽어버렸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원작이라는 김려령 작가의 소설을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완득이'에 이어 '우아한 거짓말'까지 동일한 작가와 영화 감독이 다시금 마주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체 이 이야기들이 무엇이길래 '다시'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함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만으로 읽기 시작한 독서가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읽어내려갔으니, 그 가독력 하나 만큼은 그 어떤 소설못지 않은 흡입력이 있었다.

 

한때 뉴스만 켜면 들려오는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을 보노라면 안타까움이 밀려들면서도 어찌하여 세상이 이토록 상막해 진것인가, 라는 회한의 목소리를 내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아픔의 시간도 다음 뉴스가 지나가고 나면 서서히 지워지는 것은,어찌되었던 이제는 그 시간을 지나오기도 했고 냉정하지만 타인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그 뉴스들은 또 금새 뇌리속에서 사그러들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잠깐, 뉴스에서 스쳤을 이야기의 뒤의 이야기들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누군가의 자식이자 누군가의 동생이고 언니였을, 그리고 누군가의 친구인듯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고립되어 버린 한 아이를 조명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나의 동생이 이러한 처지에 있었을 때 나는 그 아이를 얼마나 도와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들과 함께 가해자라고 일컫어 지는 그 아이들에게 어떠한 자세로 마주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을 해보게 된다.그저 흘러가는 몇 분의 뉴스 안의 실상들을 파헤쳐보게 되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해보게 되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해보게 된다.

 

그렇게 천지가 떠난 이후, 언니 만지와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일상들을 처연하게 대처해나가고 있었다. 악귀가 씌였다는 아이의 죽음에 대해 험담을 해 대는 집 주인의 요구에 따라 빠르게 집을 나오고 천지와는 일명 절친의 사이였다는 화연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된다.

 

화연이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는 날 화연의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는 '보신각'이라는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고 있는 만지와 엄마를 보노라면 과연 이들이 딸을 잃어버린 엄마이자 언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들은 의연해 보인다.

 

사과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저 저 숨을 구멍 슬쩍 파 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아요? -본문

 

 

빨간 실타래를 놓고 홀연히 떠나버린,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증발해 버린 듯 그들을 떠나버린 천지가 과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그 아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 아이의 곁에 있었던 선생님은 물론이거니와 언니와 엄마, 그리고 친구들은 과연 그 아이가 종적을 감출 때까지 어떠한 역할을 해 주었는지에 대한 반문을 해보게 된다. 모두가 힘들면 언제라도 기대! 라는 듯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는 늘상 바쁘다, 혹은 별거 아니니 이겨내면 된다, 라는 변명들로 그들을 더 낭떠러지로 내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그래 너, 네가 지쳐서 천지 따라가지 않게 지켜야지. 너 좋아서 그러는 거 아냐. 내 동생이 죽어서까지 '천지 때문에'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지키는 거야. 지금부터 시작이야. 마지막 털실 뭉치를 찾을 때까지. -본문

 

수 많은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저 편안하게 그들의 뉴스를 보면서도 미안하다, 라는 짧은 인사로 그들을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 싶다. 누구나 그러한 시기를 겪으니 그저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이유로 보냈던 그들에게, 그리고 남겨진 이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처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그래서 더욱 오래 동안 혼자 곱씹게 된다. 그렇게 쉽게 미안하다는 이 말로 그들을 보내서는 안되는 거였다. 그건 나 편하고자 그들에게 건네는, 날 위한 면죄부일 뿐이었다는 것을 천지를 통해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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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신이 내게 왔다 / 백승남저

독서 기간 : 2014.04.0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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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 피터 -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
호아킴 데 포사다.데이비드 S. 림 지음,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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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로 출간전 이 책을 먼저 만나봤던 터라 다른 책에 비해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책의 제목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저 원고만 읽었을 때에는 이제 막 번역된 작품이라 낯선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마주한 '난쟁이 피터'는 이전의 원고만으로 마주했을 때보다 더욱 친근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이다.

남들보다는 성장이 더디기만 했던 피터에게 그녀의 엄마는 더 클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반면 그의 아버지인 벤저민은 피터에게 현실보다 냉혹하리만큼 그의 자존감을 짓밟곤 하는 모습에서, 피터는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피터에게 어쩌면 희망 따위는 그의 인생에서는 너무도 과한 것들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부모마저도 그에게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점점 학교에서도 소외되어 가고 그러다 발견하게 된 도서관에서 책들을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크리스턴 선생님이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피터는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크리스턴 선생님이 다가가려 할 수록 피터는 점점 더 멀리 내달리게 된다.

어렸을 때의 나에게 독서를 지도해 줄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움이 되지 않는 채겡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

피터는 말없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누군가 있었더라면..., 나에게는 크리스틴 선생님이 누군가일까...' -본문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속에서 살아보려 했던 피터에게 엄마의 죽음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전가시키는 아빠의 폭력안에서 그는 더 이상 그 곳에서 숨쉬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집을 떠나게 된다. 결국은 홈리스로 전락해 버린 그는 하루하루의 힘들었던 몸을 이끌고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크리스턴 선생님과의 재회는 그에게 있어서 제 2의 인생의 기회가 된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을 품고 태어난 이들만이 타인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절망 만이 가득했던 이들 역시도 다시금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바로 크리스턴 선생님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이자 양육의 책임이 있는 벤저민마저도 부인인 신시아의 죽음 이후 피터홀을 외면하다 못해 냉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저 그의 선생님에 불과했던 크리스턴이피터를 찾기 위해서 노숙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각박하다 못해 다분히 이기적인 지금 시대에 과연 타인을 위해서 그 누가 이러한 수고를 하는 이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교실 안에서도 경찰을 부르겠다, 라며 학생과 선생님이 대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추어 보았을 때, 여전히 이런 따스한 사제지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택시 운전사로서 자신의 삶을 손에 담았던 피터홀은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무언가를 해준 것도 없고 사는 동안 오히려 그의 삶을 옥죄었던 벤저민을 마주하면서 그는 마지막에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피터홀이 말하는 것을 오롯이 이해했다기 보다는 아직까지도 제 안에는 앙금이 남아 있었던 상태였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인 윌리엄을 만나며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여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로스쿨에 입성하고 그와 같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그 과정 속에서, 당시 피터홀이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던 이야기들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되다니...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본문

무엇보다도 피터가 디자인 스쿨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이었던 50만 달러의 출처가 바로 아버지였다는 점에서, 그것이피터가 다녀간 이후 벤저민이피터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나가며 목적의 힘을 그 스스로 찾아 결국에는 아들인 피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는 점에서 뭉클하게 한다.

더 이상 나쁜 아빠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벤저민의 이야기를 보면서, 바로 눈 앞에 아버지를 마주하고 있는 피터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소설을 여기서 끝났지만 그 다음 장면이 자연스레 그려지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가정 내의 불운을 안고 있던 그가 노숙자라는 시간을 지나 택시운전사에서 하버드 출신의 변호사로 성공하여 학교의 강단 위에 다시 서기까지, 그에게는 오롯이 혼자가 아닌 그가 돌아오기까지 바라던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난쟁이 피터들이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며 삶을 만드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안에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내공은 서로의 힘이 모여짐으로써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피터를 통해서 다시금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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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호아킹 데 포사다

 

독서 기간 : 2014.04.01~04.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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