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뷰로 출간전 이 책을 먼저 만나봤던 터라 다른 책에 비해 친근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책의 제목이나 작가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저 원고만 읽었을 때에는 이제 막 번역된 작품이라 낯선 부분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책으로 마주한 '난쟁이 피터'는 이전의 원고만으로 마주했을 때보다 더욱 친근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이다. 남들보다는 성장이 더디기만 했던 피터에게 그녀의 엄마는 더 클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반면 그의 아버지인 벤저민은 피터에게 현실보다 냉혹하리만큼 그의 자존감을 짓밟곤 하는 모습에서, 피터는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피터에게 어쩌면 희망 따위는 그의 인생에서는 너무도 과한 것들이었는지 모른다. 그의 부모마저도 그에게 아무런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점점 학교에서도 소외되어 가고 그러다 발견하게 된 도서관에서 책들을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크리스턴 선생님이 그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피터는 아직 마음을 열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크리스턴 선생님이 다가가려 할 수록 피터는 점점 더 멀리 내달리게 된다. 어렸을 때의 나에게 독서를 지도해 줄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도움이 되지 않는 채겡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버트런드 러셀(1872~1970) 피터는 말없이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누군가 있었더라면..., 나에게는 크리스틴 선생님이 누군가일까...' -본문 그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속에서 살아보려 했던 피터에게 엄마의 죽음과 그에 따른 책임을 전가시키는 아빠의 폭력안에서 그는 더 이상 그 곳에서 숨쉬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집을 떠나게 된다. 결국은 홈리스로 전락해 버린 그는 하루하루의 힘들었던 몸을 이끌고 살아가고 있던 그에게 크리스턴 선생님과의 재회는 그에게 있어서 제 2의 인생의 기회가 된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을 품고 태어난 이들만이 타인에게 희망이라는 씨앗을 퍼트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절망 만이 가득했던 이들 역시도 다시금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이 바로 크리스턴 선생님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이자 양육의 책임이 있는 벤저민마저도 부인인 신시아의 죽음 이후 피터홀을 외면하다 못해 냉대하고 있던 상황에서 그저 그의 선생님에 불과했던 크리스턴이피터를 찾기 위해서 노숙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련하게 다가왔다. 각박하다 못해 다분히 이기적인 지금 시대에 과연 타인을 위해서 그 누가 이러한 수고를 하는 이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교실 안에서도 경찰을 부르겠다, 라며 학생과 선생님이 대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추어 보았을 때, 여전히 이런 따스한 사제지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 지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택시 운전사로서 자신의 삶을 손에 담았던 피터홀은 아버지를 찾아가게 된다. 무언가를 해준 것도 없고 사는 동안 오히려 그의 삶을 옥죄었던 벤저민을 마주하면서 그는 마지막에‘사랑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피터홀이 말하는 것을 오롯이 이해했다기 보다는 아직까지도 제 안에는 앙금이 남아 있었던 상태였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인 윌리엄을 만나며 이메일을 주고 받았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여 어려운 이들을 돕기 위해 로스쿨에 입성하고 그와 같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그 과정 속에서, 당시 피터홀이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던 이야기들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되다니... 도움을 받고, 도움을 주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구나. -본문 무엇보다도 피터가 디자인 스쿨을 설립하기 위한 자금이었던 50만 달러의 출처가 바로 아버지였다는 점에서, 그것이피터가 다녀간 이후 벤저민이피터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나가며 ‘목적의 힘’을 그 스스로 찾아 결국에는 아들인 피터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는 점에서 뭉클하게 한다. 더 이상 나쁜 아빠로만 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벤저민의 이야기를 보면서, 바로 눈 앞에 아버지를 마주하고 있는 피터의 모습을 보노라면, 이 소설을 여기서 끝났지만 그 다음 장면이 자연스레 그려지며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가정 내의 불운을 안고 있던 그가 노숙자라는 시간을 지나 택시운전사에서 하버드 출신의 변호사로 성공하여 학교의 강단 위에 다시 서기까지, 그에게는 오롯이 혼자가 아닌 그가 돌아오기까지 바라던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그가 돌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수 많은 난쟁이 피터들이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며 삶을 만드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안에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내공은 서로의 힘이 모여짐으로써 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피터를 통해서 다시금 배우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