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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분야의 책들에 대해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은 늘 들끓고는 있으나 언제나 ‘어렵지 않을까?’라는 편견 때문에 쉬이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동안 올렸던 서평 수에 대해서도 한번 확인해 본 바로 소설이나 에세이 분야는 각각 100여편의 서평을 올렸지만 과학 분야에 대한 서평은 이제 겨우 10개 남짓이기에, 내 스스로도 과학에 대한 내용들을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 장벽을 두어 가까지 하지 못했다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과학자들마저도 슬쩍 이 책을 보게 된다는 그 문구에 동하여 그 동안 마음처럼 가까이 하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도서를 한 번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마주한 이 책은, 그야말로 신세계나 다름 없었다.
표제 별로 정리되어 있는 이 책의 구성을 보노라면 서문에는 우리가 그 동안 익히 들어왔던 뉴스나, 연예기사 혹은 일상 생활에서 들어봤다거나 경험해 본 이야기들을 서술해 놓고 있으며 그렇기에 가십거리에 관한 기사를 읽는 듯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다 보면 그 안에서 과학이 등장하면서 서두의 이야기들을 과학으로 다시금 풀어놓고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철저히 과학이라는 틀을 가지고서 독자들에게 ‘이 책은 과학책입니다’ 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슬슬 읽다 보니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게 되기에 과학에 대한 문외한인 나로서도 너무나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 내려가게 되었다.
2014년은 청마의 해이다. 청마의 기운처럼 푸르름을 다하여 열심히 뛰어보자, 라며 새해 인사를 나눴던 것이 어언 3개월이 지나 이제 4월 초라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사실 ‘청마’라는 것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이와 같지 않았나 싶다. 실존하지 않는 파란 말이라는 동물을 상상하면서 파란 장미꽃도 존재하듯 어떻게 하면 이 청마도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왜 청마는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지에 대한 사실을 배우게 된다.
어디선가 털이 파란 말이 뛰어나온다면 정말 멋있겠지만, 파란 물감으로 염색하지 않고서는 그런 돌연변이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말뿐 아니라 척추동물에는 파란색 색소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말과 사람을 비롯한 거의 모든 동물은 멜라닌이라는 갈색 계열의 색소를 갖고 있다. 말의 다양한 털색이나 사람의 피부색, 머리카락색은 모두 멜라닌이 조화를 부린 결과다. –본문
척추동물에게는 없는 파란색 색소가 새의 깃털에서는 찾아볼 수 있는데 프시타코풀빈과 깃털자체의 구조로 인해 파란 색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하니, 그들의 깃털 색깔에도 이런 과학이 담겨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특이나 홍학의 색소에 관한 내용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한 것이라 신기하면서도 이들의 이름이 홍학이 되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피식 웃음이 난다.
얕은 바다에 수만 마리가 떼지어 있는 홍학의 붉은색은 메타카로틴이라는, 노란색에서 빨간색의 범위에서 색을 낼 수 있는 색소 덕분이다. 그런데 홍학에는 베타카로틴을 만드는 세포가 없다. 대신 홍학의 먹이인 조류와 갑각류에 존재하는 베타카로틴이 깃털을 만드는 세포로 이동해 이런 색을 띄게 된다. 깃털은 소모품으로 빠지고 다시 나므로 이런 먹이를 계속 먹어줘야 붉은 톤을 유지할 수 있다. –본문
원래가 본디 홍색을 띄고 있기에 홍학인줄 말 알았는데 이들의 깃털 색깔을 먹이로부터 얻은 세포로 인한 변화일 뿐이라니. 그들이 좋아하는 먹이의 색깔이 다른 색이었다면 홍학이 아니라 다른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라는 생각에 홍학의 다른 모습들도 혼자 그려보며 계속 페이지를 넘겨보게 된다.
수 많은 구멍이 있는 것에 대한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보면서 연꽃의 구멍들을 보며 징그럽다라고 느꼈던 모습들이 다분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은 물론,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수술에 대한 내용을 기반으로 유전자에 대한 내용들을 배울 수 있다. 특히나 유방암과 관련된 DNA를 분석하는 것이, 고작 2개의 유전자를 검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3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하니. 이것은 검사하는 시약이 비싸서가 아니라 검사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한 회사가 독점하고 있기에 높은 가격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과학이 과학을 넘어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에서 씁쓸함이 남기는 대목이었다.
한때 이슈가 되었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내용은 물론 그저 식후 마시는 한잔의 커피에도 담겨 있는 비밀은 물론, 조류 바이러스 등 우리가 쉬이 마주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기에 신나게 읽어내려 가게 된다. 특히나 장르에 대한 구분 없이 과학인 전 분야에 아울러 그 내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심리학 쪽의 분야인 줄만 알았던 왕따의 문제들이 가해자와 피해자에게는 각각 어떠한 형태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문제는 물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순수 문학을 읽으라는 저자의 조언들을 듣고 있다 보면 과연 과학의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무궁무진함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어느 자리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 대해서 그저 마음의 상처가 남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을 읽어보노라면 마음의 상처라는 것은 전전두엽피질의 활동을 위축시켰으며 이는 신체적인 고통을 느끼는 것과 다름 없이 뇌는 반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놀라운 것은 왕따의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도 이러한 고통을 동일하게 받고 있다는 부분이었는데 그 고통의 정도는 피해자의 편이 훨씬 심각하겠지만 가해자에게도 자의에 의해 왕따를 자행하는 그 순간마저도 자신도 모르게 고통을 안고 이 모든 일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니, 왕따라는 것이 모든 이들을 피폐하게 하는 악순환이라는 것을 과학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결국 사회에 왕따 분위기가 팽배해질수록 당사는 소수만이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소극적일지언정 왕따에 가담하는 사람까지도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최신 심리학의 연구 결과다. 권위자가 됐든 특정 집단이 됐든 누군가로부터 다른 누군가를 왕따시키라는 무언의 압력이 느껴질 때 이를 무시하고 왕따 피해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용기가 필요할 때다. –본문
과학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접근이기에 큰 어려움 없이 책을 읽어나간 듯 하다. 물론 호기심을 자극했던 서두의 이야기들이 깊이 있는 과학적 접근이 이어지면서 때론 어렵다, 라는 생각들도 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읽어나가고 싶은 내용들이 이어지기에 어려움이 있다면 다른 페이지의 내용들을 먼저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쪼록 저자의 다음 편의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책이었으며, 이전의 발간된 내용들도 이번에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