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포스 신화 - 부조리에 관한 시론
알베르 카뮈 지음, 오영민 옮김 / 연암서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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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 그 책을 읽어내려간 듯 하다.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별 다른 반응이 없었던, 아니 평이하지 않았던 그의 행태들을 따라 가면서 과연 카뮈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다 이방인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는 책들을 찾아보면서 <시시포스 신화>를 읽어내야만 이 모든 의문들에 대해 조금 더 해갈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으며 그리하여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전의 <이방인>보다도 더 어렵게만 다가왔다. 마치 난공불락의 벽처럼 느껴져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다 다시 앞으로 돌아오기를 수십번 반복한 듯 하다. 사실 아직도 나는 '부조리'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부조리에 대시론이라 말하고 있는 이 책을 이해하기가 버거웠는지도 모른다. 다행이도 지금은 그 부조리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으니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려서라도 읽어내려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것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태어난 이상 죽는다는 것은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인간은 어떠한 자세로 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러니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어떠한 자세로 이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부조리에 마주하게 된다.

 

 인간의 삶이 부조리로 가득찬 것이란 걸 인식하는 순간, 카뮈는 우리에게 다음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그러니까 그는 이 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반증적으로 '자살'에 대한 문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자살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마치 멜로드라마에서처럼 고백하는 일. 그것은 삶에 대처할 수 없음을, 혹은 삶을 이해할 수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유비들에 빠져 너무 멀리 나아가기보다는 일상적인 표현으로 되돌아오자. 그것은 단지 '굳이 고생해 살아볼 필요 없다'는 것을 고백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산다는 것, 물론 결코 쉽지 않다. -본문

 

 자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위험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삶 속에 녹아있는 부조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의 깊은 사유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자살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삶속에 녹아 있는 의식을 마지막까지도 가지고 있는 것을 요구하고 있기에 스스로 그러한 의식을 지우는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삶의 반항은 시시포스 신화에 이어져 나오고 있는데 신들의 형벌을 받고 있는 시시포스는 산꼭대기로 바위를 올리고 나면 다시 굴러떨어지게 된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 평생 반복해야 할 살아야 하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차라리 나는 그 모든 것으로부터 던져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카뮈는 바위를 꼭대기에 올려놓고 떨어지는 그 순간, 그리고 나서 바닥으로 그 바위를 되찾아 가는 그 순간, 자신의 삶을 인식하게 되는 그 시간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자신이 사는 동안에 그의 삶을 인지한다는 것에서 시시포스의 삶은 행복한 시시포스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이 제 삶을 향해 몸을 돌려세우는 그 미묘한 순간, 자신의 바위를 항해 될돌아가던 시시포스는 자신에 의해 창조되고 자신의 기억의 시건 아래서 통일되어 머지않아 죽음으로 봉인될, 그렇게 또 하나의 시시포스 운명이 되어 가고 있는, 서로 아무런 연관 없는 인련의 행위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본문

 

 시시포스의 삶을 보면서 바위를 찾아 내려가는 그 길 위에서 그가 행복한 인간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가 행복하다니,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라며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이해를 못하고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삶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었다. 매 순간 죽음을 향해 가는 그 순간들 속에서 과연 이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그 깊은 절망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운명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에서, 그리하여 이 고독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라는 것에서 그가 터덜터널 내려가는 길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행복에 있는 그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직 책에 담긴 반도 제대로 소화해 내지는 못했지만, 일독으로 그쳐서는 안될 책인 듯 하다. 조금 더 많은 책들을 답습한 이후, 다시 이 책으로 돌아와야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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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인』 / 알베르 카뮈저


 

 

독서 기간 : 2014.03.3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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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잎새
0. 헨리 지음, 폴드랑.강하나 옮김.그림, 안경숙 채색 / 작가와비평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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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마지막 잎새>를 본 기억은 난다. 그것이 애니메이션이었는지 책이었는지는 명확하진 않지만 말이다.


병에 걸려 아픈 소녀에게 마지막 희망이었던 잎새를 남기기 위해 누군가 새벽에 나무에 오르고 그 곳에 아스라히 사라질 듯 하지만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낙엽을 남겨 놓았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낙엽을 보면서 그 소녀는 희망을 안고 다시금 일어났다는 이야기로만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던 이 이야기를 왠지 모르게 다시 읽어보고 싶었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이 가득한 작은 마을에 가난한 예술가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이유인 즉 슨 이 미로와 같은 골목골목이 가난한 화가들에게 방패막이 되어 주어 그들에게 돈을 받으러 오는 수금인 들로부터 지켜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수우와 존시도 있었다.

 

 따스한 5월이 지나 11월로 넘어가는 그 문턱에, 이 그리니치 마을에는 낯선 이방인이 등장한다. 그저 낯선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앗아가는 '폐렴'이 돌기 시작하였는데 이 화마는 평온하게 지내고 있던 수우와 존시에게도 들이닥치게 된다.

  

 차갑고 낯선 이 이방인을 의사들은 '폐렴'이라고 불렀다. 이방인은 너무도 냉정했다. 작고 가난한 예술가 마을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그 얼음장 같은 차가운 손가락으로 사람들을 더듬었다.

 파괴자였다. -본문

 

수우와 존시가 살고 있는 주택에 베어먼도 함께 살고 있다. 그 역시도 예술가의 꿈을 꾸고는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술 속에 빠져만 살고 있으며 화가가 아닌 화가들의 모델이 되어 주면서 술 한 병으로 그의 오늘을 다시금 연맹하고 있다.

 

 언젠가는 걸작을 그리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였지만 정작 단 한 번도 그런 일에 붓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지난 수십년 동안 그가 그린 그림이라고는 싸구려 상업용 도안이나 광고용 그림들이 전부였다.
 
무엇하나 제대로 그려본 적 없는 지독한 예술의 낙오자인 그였다. -본문

 

 예술가로서 그는 낙오자일지는 모르나 수우와 존시에게 베어먼은 다시금 삶을 살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폐렴으로 하루하루의 삶을 포기하고 있는 그녀들에게 그가 남기고 간 마지막 잎새는 그녀들에게 뿐만 아니라 나의 기억 속에 있던 아련함까지도 다시금 떠올리게 하면서 뭉클함을 전해주고 있었는데 그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부탁한 것도 아니었지만 베어먼은 그 언젠가 걸작을 그리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이렇게 지킨 것이었다

 

 어릴 때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마지막 잎새 속에 남아 있는 이 아련함에 대해서, 왜 이 모든 이들이 마지막 잎새처럼 함께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해서, 순식간에 읽어낸 후 한참을 멍하니만 있었던 것 같다.

 

 

독서 기간 : 2014.04.0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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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의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이야기 - 바이킹에서 이케아까지 50개의 키워드로 읽는 시리즈
김민주 지음 / 미래의창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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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에 대해서 홈쇼핑 채널이라 디자인 관련 책자에서도 종종 마주하기는 했지만 과연 이것이 어떤 스타일인지에 대한 정의는 막연하기만 하다.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고풍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감각적인 느낌일 것만 같은데 과연 이게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이 책 안에 압축하여 담아놓고 있었다.

유럽이라는 이름은 친숙하게만 느껴지지만 북유럽이라는 것은 유럽보다는 생경하게만 느껴지는 이 곳에 대해서, 사실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꽤나 많은 것들이 이미 북유럽의 것들이 많이 있었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북유럽이라는 나라가 먼 나라가 아닌 이미 우리 안에 쉬이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어떠한 나라에 대해서 알고자 한다면 그 나라의 역사책을 읽어보라던 이야기처럼, 이 책 역시도 북유럽의 역사에 대해서 먼저 독자들에게 소개를 하고 있다. 보통 북유럽이라고 하면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노르웨이를 이야기한다는데 스칸디나비아는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이렇게 3개국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유럽의 끝자락에 자리한 이 스칸디나비아반도에는 바이킹들의 역사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으며 흥미로운 것은 각 국가의 바이킹들 모두가 그들의 지리적인 위치에 입각하여 바이킹 자체의 성격마저도 달랐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땅에서 조용하게 살던 바이킹들은 왜 갑자기 멀리 바다 원정을 나가기 시작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북유럽 지역은 평야가 드물고 토질이 척박했기 때문에 식량이 많이 생산되지 않았다. 기후 온난화로 작물 수확량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인구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 식량 자급이 힘들어졌다. 넘쳐나는 인구와 식량난을 해결할 방법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이었다.

 당시 북유럽에서는 땅을 상속받는 것은 장남뿐이었고, 차남과 삼남 등 그 아래 아들들은 스스로 땅을 개척해야만 했다. 또한 죄를 지은 범죄자들은 고향에서 추방당했기 때문에 다른 곳을 터전을 마련해야 했다. –본문

 특히나 신화하면 그리스 로마 신화를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었는데 북유럽의 신화들을 마주하면 그들은 신이라는 범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인간을 닮은 듯한 모습들이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동하게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만이 전부인 듯 생각하여 그것들에만 목을 메고 읽어 나가곤 했는데, 앞으론 북유럽 신화들에 대해서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역사를 떠나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 한 내용들이 계속해서 펼쳐 나가게 된다.

 남녀 평등에 그 어느 곳보다도 뚜렷이 자리잡은 북유럽에서는 핀란드의 엘리자베스 렌이 세계 최초의 여성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되었가도 하며, 노르웨이에서는 여성의 군 복무를 의무화 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스웨덴에서는 자녀 출산 전후로 450일 동안의 휴가를 가질 수 있다고 하는데 이 휴가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복지 혜택들을 위해서 북유럽 국가들의 세금은 임금의 50% 남짓한 수준이라고 하는데 국민들은 국가가 자신들의 세금을 투영하게 운영하여 그 모든 혜택들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리라 믿고 있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을 낮추는 것에 반대한다고 한다.

 스릴러가 인기를 끌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2 5천 달러를 넘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기본적인 경제사회적 능력과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추리소설은 영미권과 일본이 강세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이들 언어권은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본문

 모두가 좋아요, 를 외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 풍요로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모든 이들이 부유해 보이는 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역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은 바로 그들의 문학을 통해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스노우 맨>이나 <렛미인>이 북유럽의 대표적인 스릴러 문학이라고 하는데 요 네스뵈 역시 노르웨이의 국민작가로서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방한한 적이 있는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분이라 한다.

 특히나 카모메 식당이라는 영화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일본 작품이기에 당연히 배경 또한 일본인 줄만 알았는데 이 영화 속의 배경이 핀란드의 헬싱키라고 한다. 당시 이 작품의 인기를 타고 일본인들에게 핀란드 속 카모메 식당을 찾아가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저 핀란드라는 배경뿐만 아니라 그 곳에 등장했던 모든 것들이 이슈화 되었다고 한다.

 영화의 주 무대가 식당이니만큼 이 영화에는 핀란드 자기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 이딸라브랜드의 컵과 접시들이 주로 소개된다. 이딸라의 디자인은 핀란드의 여러 디자이너들이 함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본문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여 부자가 된 줄만 알았던 노벨이 사실은 폭파용 뇌관이 바로 수익의 원천이었다는 것과 그가 어떻게 하여 노벨상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지, 한때는 금융업계의 마이다스의 손이었던 아이슬란드의 붕괴가 어떠한 이유로 발생하게 되었는지, 앵그리버드에서부터 레고를 지나 안데르센까지 그야말로 북유럽의 전반적인 내용들을 모두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모른다고만 생각했던 북유럽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 책 속의 내용들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 듯 하다. 50개의 키워드가 있기에 골라 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이 책을 통해서 북유럽이 친근하면서도 더 알아보고 싶어진다. 일단 북유럽 신화부터 다시금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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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모두 북유럽에서 온다 / 양정훈저

 

 

 

독서 기간 : 2014.04.08~04.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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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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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24 파워문화블로그 네트워크데이에서 채지형 작가님을 만나뵙게 되었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주제로 시작되었던 강연을 들으면서 나는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고 한장 한장 사진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만을 계속 되내이며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점차 빠져들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마주한 채지형 작가님의 신작인 <안녕 여행>이라는 책은 그래서 내게는 더 의미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작가분을 먼저 만나뵙고 이렇게 책을 마주하게 되니, 이 안의 이야기들이 더욱 살아있게 느껴지고 친근하게 다가왔으며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도 가슴 속에 전해지는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떠나고 싶다, 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늘 생각을 하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현실이라는 내가 있는 이 공간 속에서 버려야 할 것은 물론 돌아와서의 그 황망함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니까, 홀연히 떠날 수는 있을 것 같으나 그렇게 돌아와서, 어떻게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결혼도 해야 하지 않나, 라는 등등 별의 별 이유들이 발목을 잡고, 아니 내 스스로 나의 생각 속에 잠식되어 떠나지 못하고 그저 스크린이나 사진 속에 보이는 또 다른 세상 들에 대해서 바라보는 것으로 지금은 이정도면 됐다, 라고 스스로 위안하고 있는데 그녀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TV 
리모컨만으로 남금에 다다를 수 있다고. 따끈한 방 안에서 알래스카에 사는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고. (중략
)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바람의 감촉을 느낄 수 없고, 해 질 녁 아카시아 나무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와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생명력 넘치는 그 생생한 현장에 녹아드는 경험은 아이맥스 4D 영화관에서도 얻을 수 없다. -본문

 

 

 

 세상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그 안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 다분히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을 나와서 취업을 하고 스펙을 쌓아 일을 하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이 한 문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이 이야기를, 모든 이들처럼 그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남들과 같이 그들의 행렬에 편승하기 위해서 나는 나 자신을 더 빨리를 외치며 다독이고 있었고 여행이라는 것은 나중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선택은 달랐다.

 

그래서 참 여행하기 전에는 답답했어. 안정적인 생활이 좋지만, 그 안에서 금이라도 밟게 되면? 불안했어. 여행을 하면서 그 불안감이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남들과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니라는 확실은 얻었어.
세상에는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는 이가 많아. 불안함 속에서도 살아 있는 희열을 순간순간 느끼며 신나게 살아가는 사람들. -본문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매번 발길을 옮긴다는 그녀에게도 두려움은 있다고 한다. 처음 보는 이들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보면서 과연 가도 되는 것일까? 라는 망설임을 안고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고 지금까지 그녀의 여행 속에서는 그렇게 마주한 인연들은 다행스럽게도 모두 좋은 인연들이 되었다고 한다. 여행을 할때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 그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여행지에서 마주한 이들에게 매번 새로운 것들을 배우게 되면서 그리하여 그녀의 여행을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고 하는데 그 모든 두려움과 그녀 앞에도 들이 닥쳤을 현실이라는 문제들을 뛰어 넘어서까지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여행의 힘에 대해서 마주하게 되면서 언젠가는 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게 된다.

 

여행을 하기 전까지는 숨 쉬고 있고 건강한 것이 이리도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몰랐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이 순간을 즐기는 것 또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곳에서 정말 기분 좋은 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길거리에서 연주에 열중하고 있는 뮤지션을 만났을 때일 수도 있고, 시장 한복판에서 넘치는 에너지를 감지하게 된 순간일 수도 있다. -본문

 

 

 

그저 감탄으로 그녀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것이 실제 내 안에 들어와 스며드는 기분이다. 그녀라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하리라 마음을 먹고 떠났기에 지금의 그녀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오프라인에서 마주했을 때 당당하면서도 편안함이 우러났던 그녀의 모습이 이 책 속에서 그녀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대변해 주고 있었으며 앞으로 나의 삶을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해 주는 이야기였다.

 

 지금으로 충분하다.

 길 위에 있을 때는 길 위라서 좋다.

 기적처럼 이어진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에 감사하고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는 일이다. -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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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저


 

 

독서 기간 : 201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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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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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비오 볼로의 <내가 원하는 시간>을 읽고 나서는 언젠가는 이러한 문체로 글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간절히 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읽어내려갔다면 이번 <아침의 첫 햇살>을 읽는 동안에는 정신을 잃고서는 책을 읽어내려 간듯 하다. 

 

 분명 내 눈에 비친 파비오 볼로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에 그가 그려낸 모든 것들은 여자를 관통하다 못해 여자가 쓴 글이 아닐까, 라는 생각에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스쳤으며 너무도 여자를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파비오 볼로의 눈을 볼 때마다 마치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을 읽혀버릴 것만 같은 경외심이 들곤 했었다. 

 

 그는 '엘레나'를 통해서 수 많은 여성들에게 여자로서의 인생에 대해 안내해주고 있었고 나는 '엘레나'를 보면서 과연 내가 엘레나 였다면, 이라는 수 많은 상상 속에서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한 번 열어 보면 넘기지 않고는 베길 수 없기에 아침 밥도 포기하고 잠을 택한 나에게 이 책은 출근을 앞둔 새벽까지도 오롯이 뜬 눈으로 지새우게 만든 책이었다. 

 

 아직 나는 결혼에 대해 모른다. 오랜 시간이 지나 사랑이 지나 정으로 산다는 그 말에 대해서도 나는 이해하질 못한다. 먼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 결혼이라는 의식을 거쳐 함께한 남녀에게 도래할 미래가 그저 살 부비고 사는 가족으로서 남녀의 애정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것들이라는 것에서 나는 결혼이라는 진실을 거부하고 살고 싶은 바람 뿐이다. 

 

 하지만 진실을 사뭇 다르다. 그건 이 집 안에서 사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다. 물론 우리는 생전 싸우는 법이 없다. 그는 언제나 나를 인격적으로 대한다. 하지만 나를 안아주지도 않는다. 내게 키스를 하지도, 나를 침대로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이 집에서 나는 혼자나 마찬가지다. 결혼은 했지만 집 안에서도, 남편과 차를 타고 있을 때도 나는 언제나 혼자다. -본문 

 

 그런 그녀에게, 죽은 것과 마찬 가지였던 그 정적의 시간 속에 그를 뒤흔드는 ''가 등장하게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살아 있음을 인식해주게 하는 그를 만난 이후 엘레나는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으며 처음에는 내 딛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 시작이 어느 새는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그를 갈망하는,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파올로와 나는 서로에게 약속만 남발해왔다. 많은 걸 뒤로 미루었던 건 사실 우리의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약속이란 점잖은 회피에 불과했다. 우리는 모든 걸 함께했다. 함께 우리의 삶을 현실화시켰고 함께 미래를 꿈꿨다. 함께 우리의 터전을 지켰고 이제는 함께 현실 속에 갇혀 있다. 우리의 관계를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게 사랑받아야 할 필요성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의 자기기만을 감싸준다는 소용 가치에 의존할 뿐이다. 우리가 만약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을 느겼더라면, 우리가 헤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더라면, 아마도 그것이 오히려 우리게에 용기를 불어넣어주었을 것이다. -본문

 

 물론 엘레나가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 모든 것들이 옳다, 라고 지지해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명백한 '불륜'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에 도덕적인 관념 따위는 저 멀리 내던져 버리고서는 그저 한 여자로서의 삶만을 관망하면서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어지길 바라며 레스토랑에서의 저녁을 꿈꾸는 엘레나에게 미리 자신의 생각 따위는 묻지도 않고 예약을 한 당신이 잘못이라며, 나에겐 이 모든 책임이 없다며 내빼는 남편이,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는 차로 모시고 사촌을 방문 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는, 그야말로 ''의 편인 남편이라는 상념에 젖어 살기 보다는 그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새로운 뿌리는 내려준 ''라는 존재와의 시간들이 더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었고 그리하여 나는 그녀 스스로가 행복해 보이길 바랐다. 

 

누군가가 널 간절히 원하고 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널 바라보고 이해해준다고 느낀다는 건 알겠단 말이야. 하지만 거기서 멈추라는 거야. 적어도 당장은. 아무것도 더 바라지 말라고. 제발 그런 실수 하지 말라는 거야. 정말 네가 뭘 원하는지, 뭐가 필요한 건지 한번 생각해봐. 네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도달해 있는 건지 생각해보라는 거야. 러브 스토리 뒤에 숨을 생각만 하지 말란 말이야. 남자만 내세우지 말고 단 한번이라도 세상에 홀로 선 너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봐. 너에게만 필요한 것들을 상상해 보라고. -본문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가 지금 내 곁에 있다. 처음에 엘레나는 그저 생각했다. 그저 이거면 됐다, 라고 말이다. 그리하여 그와 함께 할 수만 있으면 됐고 그 시간 동안이면 그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공간에서 다른 누군가의 파우치가 드러나면서, 아니 그에게 빠져들면 빠져들 수록 이 관계는 점차 시소의 평행 관계가 아닌 한 쪽으로 풀썩 기울어 버리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들게 되었고 세상의 전부였던 엘레나와 그와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면서 점차 잠식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엘레나는 이전의 엘레나와 현재의 엘레나로 변화되어 있었다. 일기 속의 그녀가 이전의 그녀였다면 마지막에 있는 그녀는 내가 이전에 알던 엘레나와는 다른 그녀가 되어 있었다. 잠잠하게, 그저 고여있던 검은 호수가 이전에 그녀가 살았던 모습이었다면 마지막에 마주한 그녀는 어디서나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녀만의 색깔을 안고 있었다. 

 

 그와 함께 살기로 하고 나는 지금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사랑이 영원하리라고 믿기 때문은 아니다. 내가 그에게 가는 이유는, 지금 내가 잠들고, 잠에서 깨어날 때에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그이기 때문이다. -본문 

 

 앞으로 그녀가 어떠한 행보로 나아가게 될 지는 모른다. 마지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그려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다시는 그녀 스스로 그 어두웠던 순간 속에 자신을 밀어넣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할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이로써 두 번째로 마주하게 된 파비오 볼로의 이야기를 다시 빨리 마주하길 바라면서 책장을 덮고 그 아스라한 마음만 가득 안고 글을 마무리 해본다.

 

아르's 추천목록

 

『파이브 데이즈』 / 더글라스 케네디 


 

 

독서 기간 : 2014.04.07~04.0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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