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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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서는 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달달한 내용으로 말이다. 누군가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 읽으면서는 닭살이다라며 애꿎은 농담을 던져 보면서도 언젠가는 그런 주인공이 내가 되리란 같은 생각에 또 가슴 설레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묘한 심리로 말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사랑 이야기이다. 달달한 것이 아닌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사랑의 이야기였지만.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콧방귀를 뀌곤 했었다. 그저 그들의 이별을 그럴 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나름의 포장이라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랑이란 과연 있을까, 라며 그저 소설이나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믿어왔으며 사막 속의 신기루처럼 존재하지는 않지만 아련하게 남아있는 것들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들의 사랑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언했던 그 사랑을 그들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조합이라는 주변의 시선과는 아랑곳 하지 않게 그들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이 길을 가는 순간 그들이 얼마나 아플지에 대해서. 하지만 어디 사랑이라는 것이 마음 먹을 대로 되던가. 주변에서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한들 그들에게는 이것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으니 그 누구도 그들을 돌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있는 지금 그 둘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완전체였으니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내부는 점점 더 탄탄히 그들만의 시간으로 쌓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도 900일이 지나, 서로에 대해 익숙해질 그 무렵, 누군가는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누군가는 이별에 대해서 생각했을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 이 시간이 계속 유예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저 함께 하는 것으로 그들은 행복했으니, 그것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들에게도 날카로운 현실이라는 칼날이 그들을 비집고 들어왔고 그리하여 900일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모든 연애는 끝이 납니다. 이별 혹은 결혼의 방식으로.
 
결혼 역시 새로운 관계가 되는 것일 뿐, 연애와는 다릅니다. 결혼은 우리들의 선택이며 부모님께 알려드리는 것이지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선언하는 것 역시 부모님의 권한이었습니다
.
 
최소한 우리들 앞에 높인 현실이 그랬습니다. –본문

 어찌되었건 그들에게 남은 것은 끝이라는 단어뿐이었다. 더 이상의 함께, 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는 이들은 서로를 떠나 보낼 수 있는 180일이란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러니까 사랑을 위한 시간이 아닌, 이별을 유예시켜 놓은 시한부 사랑인 셈이다.

 

 

내가 조금만 어렸더라면 아마 이들을 보고 그랬을 것이다. 그냥 도망치세요! 당신들이 그렇게 사랑한다면!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구를 향한 오지랖과 현실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현실을 인지하는 법을 하나씩 깨우쳐 가고 있기에 마냥 그들을 향해 무한한 응원만을 남기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비극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기 보다는 위로해 주며 현실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아마 나는 나쁜 조연이 되어 그들을 맴돌았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이별 여행도 아니고 이별을 위한 시간이라니. 어차피 마지막인 그들에게 오히려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그만큼 내가 이 시간들이 끔찍하리만큼 두려워한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이별을 위해 달리는 레이스, 그 잠시 동안의 유예가 눈물 바다로만 될 것 같았기에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 어느 소설에서처럼 그저 페이지를 넘기면 기적과 같은 결말이 도래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결말을 알고 읽는 이들을 이야기는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이 이곳에서나마 꽃피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마따나 그녀는 지금 곁에 없는데 이제서 그녀를 오롯이 이 안에 담아 놓아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녀와의 이별 이후 죽음의 공포를 느끼던 그가 이제는 잘 지내고 있노라고. 그리고 그들의 시간은 이제 영원히 이곳에 묻혀 있으니 훨훨 날아가도 좋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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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 이록저

 

 

 

독서 기간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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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투표와 선거, 과연 공정할까?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31
마이클 버간 지음, 이현정 옮김, 신재혁 감수 / 내인생의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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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더잘의 시리즈는 늘 그러했듯이 이번에도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특히나 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 어린이나 청소년들과 비견해도 아는 것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이번 <선거와 투표>에 대한 이야기는 반가운 주제일 수 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주제가 아닐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반장 선거라며 매년 2회 이상 선거에 참여했으며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의무감 반 호기심 반으로 국회의원 선거며 대통령 선거에 참여해 왔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다분히 일상적인 이 선거라는 주제를 가지고서 세더잘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걸까, 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 단순히 정치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선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었고,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 내용들이 한번에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민주주의는 민중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데모스(Demos)’와 통치라는 뜻의 크라토스(Kratos)’가 합쳐서 생겨난 말입니다. ‘민중에 의한 통치라는 뜻이지요. 투표와 선거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많은 역사적 사건을 겪으며 오늘날의 투표와 선거가 탄생했지요. –본문

영국의 청교도 혁명에 이어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며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는 독립 선언서의 발표까지,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라 생각했던 것을 우리가 이렇게 누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들이 따랐는지에 대해 다시금 되새겨 보게 된다. 이러한 일은 비단 과거 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발생되고 있는 움직임들도 2011년 이집트에서 무바라크의 집권에 대한 시위가 일어나면서 그들은 그들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기까지 수 많은 피를 흘려야만 했으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단 한 장의 투표 용지가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삼권 분립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에서부터 선출제와 임명제, 다수 대표제는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것은 물론 정당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여당과 야당의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 비례대표제의 필요성이나 선거 비용 보전 제도에 대한 득과 실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기에 평소 이러한 내용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들에 대해서 마주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 주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선거 제도에 대해서 좀 더 깊숙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된다.

비례 대표제는 특히 인종 갈등이나 민족 분쟁이 있는 나라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다양한 의견을대표할 사람들이 모두 관직에 선출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소수의 백인이 다수의 흑인을 지배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 차별 정책 때문에 흑이들은 정치적 권리가 거의 없었으며 백인들과 격리되어 살아야 했습니다. –본문

워터 게이트 사건을 넘어 2005년 인디애나 주의 투표자 신분 확인 관련 논란까지 각종 선거 속에서 일어났던 문제점들을 짚어 나가면서 우리가 그 동안 막연히 또는 그저 그러려니 했던 선거에 대한 내용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독서 기간 : 201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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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콘서트 - 지루할 틈 없이 즐기는 인문학
이윤재.이종준 지음 / 페르소나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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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콘서트라는 제목 답에 이 안에는 수 많은 이들과 그들이 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예술가, 철학가, 성직자편 / 영웅편 / 대통령, 총리, 주석편 / 세기의 여배우, 여가수편 / 인생, 처세, 지혜편. 이렇게 다섯 가지 부로 나뉜 이야기 속에는 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 개인에 대한 사유는 물론 이전에 몰랐었던 내용들까지 배울 수 있어 상식의 틀을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책인 듯 하다.

영어에 ‘5-12월 결혼(May-December Marriage)’이란 말이 있다. ‘너무 나이 차가 나서 어울리지 않는 결혼을 말한다. 인생을 1년으로 축소하면 5(May)는 꽃이 피는 인생의 봄이요, 12(December)은 꽃이 지는 인생의 겨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본문

 수사학의 대가였다는 키케로의 이야기를 보노라면 그의 겸손함에 절로 고개가 숙연해지곤 한다. 자신의 작품들에 대해 자신의 손으로 써내려 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품들은 그저 남의 책들을 베낀 사본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이 서평을 써 내려가며 채워지는 나의 글들마저 송연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헤밍웨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에 대해서 것 중 호손이 이야기한 내용들이 가장 와 닿았는데,

 단어. 사전에 있을 땐 정말로 순진하고 힘없는 것들이 그것들을 섞을 줄 아는 사람의 손아귀에들어가면 선과 악을 위하여 얼마나 힘센 존재로 변하는지- 본문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들려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금 말의 힘에 대해 아로새겨보게 된다. 그저 단어 단어로 있던 이야기들이 문장으로 이어지고 문장이라는 글로 묶이면서 한 사람의 생각을 변모 시킬 수 있다니. 이것은 또 다른 사람으로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이전의 나와는 분명 다를 것이고 그렇기에 칼보다 더 강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나는 25년간 동안 동족을 먹었다 = 육식을 했다. 그 이후로 줄곧 채식을 했다또 영국의 영극연출가 헤스케스 피어슨이 쓴 <버나드 쇼: 그의 삶과 인물비평>에 인용된 쇼의 말은 나처럼 영적인 강렬함을 지닌 사람을 시체를 먹지 않는다였다. - 본문

책을 읽으면서 안에 소개된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들도 간절히 들게 되는데 <노인과 바다>의 허밍웨이의 작품은 물론 쇼의 섬뜩하지만 알고 보면 이해가 되는 글을 보면서 그의 <나는 누구이며, 나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16편의 자화상>도 기회가 되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었던 맥아더 장군의 이야기를 보고서는 송구한 마음에 고개가 숙연해지곤 했는데 그는 한국전쟁 이후에 단 한번도 우리나라에 방문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인 즉, 누구도 그를 우리나라에 초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그 스스로 우리나라에 방문할 수도 있었겠지만 한 번쯤은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반성을 해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노예 제도의 반감을 일으키며 남북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제 30대 미 전 대통령이었던 쿨리지가 말이 없던 이유 등 세기의 망라했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전에는 몰랐던 내용들을 가득히 배우게 된다. 여배우에 대한 내용들 중에서는 다소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비화들이 담겨 있기도 했지만 어찌되었건 한번쯤 읽어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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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 / 고도원저

 

 

 

독서 기간 : 2014.04.1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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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4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미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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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한 여자가 있다. 흑인이면서 아리따운 몸매는 물론 건강한 머리 결을 가진 재니는 누가 보아도 건강미가 넘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에는 이 여인이 살아가기에는 여전히 가혹한 세상이었으며 특히나 흑인이라는 그녀의 피부 색은 여전히 그녀를 옭아 매는 존재가 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그녀들의 삶이 이토록 꼬여버린 것일까. 그녀의 할머니는 노예해방이 되기 전 노예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으며 그 당시 주인 남자로부터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됨으로써 재니의 어머니인 리피를 낳게 되고 주인마님을 피해 도망쳐 나온 곳에서 자신의 딸인 리피만큼은 가르치고 자신과의 삶과는 다르게 키우고 싶었던 내니의 소망은 학교 선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삶과 또 같은 노선을 걷게 된 리피를 보면서, 그리고 리피에게 남겨진 재니를 보면서 재니 만큼을 자신들과의 삶과 동일한 삶을 보내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혹자를 그럴지 모른다. 내니가 재니의 삶을 이토록 뒤엉키게 만든 것이라고. 나 역시도 내니였다면 그녀를 원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니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큰 세상이자 가장 좋은 세상을 재니에게 전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나한테 뭘 해야 할지 명령하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도 나는 당신한테 내가 본 것을 전혀 말할 수가 없고요!”

 그건 당신한테는 명령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그가 몹시 성을 내며 대꾸했다. “내가 그러지 않으면 한심한 일이 벌어질거야. 여자들과 아이들, 닭과 암소들에게는 대신 생각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해. 그럼, 분명히 그것들은 스스로 생각할 줄을 몰라.” –본문

어찌되었건 재니의 첫 번째 남편이었던 로건은 그녀를 일꾼으로서만 바라보고 있었으며 이 둘이 관계는 부부라는 동일 선상에 위치해 있는 것이 아닌 상하 관계가 확실히 구분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다행히도 재니는 자신의 지금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서 그녀의 삶을 변모시켜야 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하여 선택한 그녀의 선택은 바로 조 스탁스라는 두 번째 남편이었다. 스스로 시장의 자리에 올랐던 조 스탁스는 자신이 재니에게 시장 부인이라는 지휘를 주었으니 재니는 그에 따라 행동하기를 바랐으며 그리하여 재니는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그가 만들어 놓은 유리 새장 속에만 살고 있어야 했다.

그들은 그가 가진 물건들을 부러워하겠지만 그것을 소유한 남자는 불쌍하게 여길 것이다. 그가 판단하는 자리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데이브와 럼과 짐 같은 변변치 못한 인간들조차 그와 자리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힘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그 무엇으로 변명이 될 수 있겠는가? 열예닐곱 살 건방진 풋내기들조차 입으로는 겸손하게 말하면서 눈으로는 그에게 가차 없이 동정하는 눈빛을 보낼 것이다. –본문

그렇게 자신의 새장을 나와서 그녀는 티 케이크와 그녀 스스로 가장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문제는 나로서는 이 티 케이크 조차도 그다지 성에 차지 않는 남자이긴 했지만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와는 관계없이 재니 자체가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는 것에서 그녀 스스로도 가장 나은 삶을 살았던 셈이었다. 물론 그녀의 행복은 태풍 속에서 아스라히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재니에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 그녀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내니를 지나 리피를 건너 재니에게 오기까지 그녀들의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걸렸는지에 대해 보노라면, 지금의 나의 삶을 누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여인들의 이야기가 있었을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련해 진다.

*한우리카페 서평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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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 파비오 볼로저

 

 

 

독서 기간 : 2014.03.29~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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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좋아진 날
송정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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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3~4번은 울컥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간힘을 쓰다가 다시 책을 잡아 읽어 내려가곤 했다.

 

 라디오 사연들을 모아서 담았다는 이 책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과연 이런 일들이 실제로 있었던 걸까, 라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었고 그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가슴 아련한 이야기들도 담겨 있기에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 속의 이야기들에 빠져보고 있었다.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랑의 이야기도 있었고 이제는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버린 잃어버린 사람을 마주하는 순간들도 있었고,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바람난 남편을 찾아가는 와중에 마주하게 되는 원치 않는 인연들도 있고. 과연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함께 일어났던 일이었던가, 라는 질문들도 던져보게 되지만 어찌되었건 그 질문들이 무색하리만큼 어느새 그 이야기들에 푹 빠져서 읽게 되는 듯 하다.

 

 사랑이라는 것이 국어 사전에 나와있는 것처럼 명료하게 정리되면 좋으련만 겪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체득하기까지는 오롯이 그 시간을 통과해봐야만 아는가 보다. 어찌하여 이토록 아프고 아련한 이야기들이 많은 것인지, 우리가 보고 있는 드라마 속의, 그야말로 누군가의 머리 속에서 가상으로 만들어졌을 법한 이야기들이 모두 실제 살아서 내 눈 앞에 비쳐지고 있었고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없이도 이제 잘 지내고 있겠지? 나는 너 우는 게 제일 싫어. 그 모습 보기 싫어서 널 떠나 보낸 거야. 나 너 많이 사랑했다. 이젠 추억으로 간직하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잘 살아야 해.” –본문

 

 세상을 먼저 등져야만 했던 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선물은 잔인한 이별이었다. 갑작스레 돌아서버린 남자를 보며 여자는 하염없이 돌아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남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여자는 그가 했던 이별의 통보가 어떠한 의미였는지를 알게 된다. 드라마 속 한 장면을 보면서 아주 가끔, 이런 상황들이 나에게 들이닥친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물론 짧은 상념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가슴을 아련하게만 한다.

사랑의 끝이 달콤한 결혼의 이야기라면 좋을 테지만 나와 함께 있는 이가 나와 동일한 바람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언할 수 없다. 서로 좋은 마음을 안고서 현재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들이라면, 그것이 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사람들은 상대방의 청혼에 대해 “Thanks you, but no thank you”를 외친다. 그들은 사랑보다 자유를 더 상위 가치로 두는 부류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부디 자유보다 사랑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기를. –본문

 

 몸이 좋지 않으신 부모님의 간병에 모자라 하나 뿐인 오빠네 가족의 불화로 조카까지 떠 맡게 되고, 게다가 조카는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한 여자의 사연을 보면서 어쩜 이토록 가혹한 일들이 그녀에게만 한대 모여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알코올 중독에 빠져버렸던 오빠마저도 세상을 떠나고 오빠의 부인이었던 언니마저 새로이 가정을 꾸리면서 조카와 그녀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상황 속에서 그녀가 이토록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곁에 있던, 그녀를 바라봐주는 한 남자가 있었기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아 있던 이 작은 희망과 같던 빛 줄기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으니, 그마저도 세상을 떠나 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가 고통스런 현실 속에 남겨진 것을 보면서 그는 떠나기 전까지 매일 아침 그녀에게 들려줄 모닝콜을 위해 1년치의 메시지를 녹음을 해 두었고 그 마지막 날의 메시지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 흘러 내렸다.

 

 이게 마지막 녹음이야. 10년치 녹음을 하려 했는데 1년치만 한다. 왜냐고? 이제 나를 잊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야 해. 365이리면 내 봉사는 끝이다. 나도 이제 하늘에서 널 잊고 새 삶을 살 거야. 그러니 너도 너의 삶을 살아. 너 같이 예쁘고 마음이 따뜻한 애는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 해. 근데 한 가지. 네가 좀 무뚝뚝하지. 그것만 좀 고쳐보도록 해. 그러면 남자들이 따른 거야. 나 같이 완벽한 남자는 바라지 말고 좀 모자라도 마음이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 달이를 포용해 줄 좋은 남자 만나기를 기도하면서 나도 떠날게. 주현아, 사랑했어. –본문

 

 한 권의 책이 아닌 수 많은 이들의 인생을 마주했던 시간이라 읽고 나니 무언가 기진맥진해 지는 느낌이었다. 단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삶을 그려보면서 어느 새 나 역시도 수 십 가지의 인생을 맛본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애잔한 느낌들이 내 스스로를 잠식해 가는 느낌이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 이 한 가지는 또렷해지는 것 같았다. 오늘이 아니면 사랑한다는 말을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오늘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드라마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그들의 삶에 이제는 모두 행복의 빛이 전해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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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김이율저

 

 

독서 기간 : 2014.03.31~04.0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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