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 테오, 180일 간의 사랑의 기록
테오 지음 / 예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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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제목을 보고서는 그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만 생각했다. 그것도 아주 달달한 내용으로 말이다. 누군가와의 사랑 이야기에 대해서 읽으면서는 닭살이다라며 애꿎은 농담을 던져 보면서도 언젠가는 그런 주인공이 내가 되리란 같은 생각에 또 가슴 설레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묘한 심리로 말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사랑 이야기이다. 달달한 것이 아닌 아련하게 사라져 가는 사랑의 이야기였지만.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콧방귀를 뀌곤 했었다. 그저 그들의 이별을 그럴 싸하게 포장하기 위한 나름의 포장이라고만 생각했으니 말이다. 너무도 사랑하지만 보낼 수 밖에 없는 사랑이란 과연 있을까, 라며 그저 소설이나 드라마에만 존재하는 것이라 믿어왔으며 사막 속의 신기루처럼 존재하지는 않지만 아련하게 남아있는 것들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들의 사랑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언했던 그 사랑을 그들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조합이라는 주변의 시선과는 아랑곳 하지 않게 그들은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들도 알았을 것이다. 이 길을 가는 순간 그들이 얼마나 아플지에 대해서. 하지만 어디 사랑이라는 것이 마음 먹을 대로 되던가. 주변에서 아니라고 이야기를 한다 한들 그들에게는 이것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으니 그 누구도 그들을 돌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있는 지금 그 둘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완전체였으니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불완전해 보일지라도 그들의 내부는 점점 더 탄탄히 그들만의 시간으로 쌓아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도 900일이 지나, 서로에 대해 익숙해질 그 무렵, 누군가는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누군가는 이별에 대해서 생각했을 그 시간 동안 그들은 서로 이 시간이 계속 유예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저 함께 하는 것으로 그들은 행복했으니, 그것만으로 되었다고 생각했었지만 그들에게도 날카로운 현실이라는 칼날이 그들을 비집고 들어왔고 그리하여 900일의 연애의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모든 연애는 끝이 납니다. 이별 혹은 결혼의 방식으로.
 
결혼 역시 새로운 관계가 되는 것일 뿐, 연애와는 다릅니다. 결혼은 우리들의 선택이며 부모님께 알려드리는 것이지 허락받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선언하는 것 역시 부모님의 권한이었습니다
.
 
최소한 우리들 앞에 높인 현실이 그랬습니다. –본문

 어찌되었건 그들에게 남은 것은 끝이라는 단어뿐이었다. 더 이상의 함께, 라는 단어가 허락되지 않는 이들은 서로를 떠나 보낼 수 있는 180일이란 시간을 갖기로 한다. 그러니까 사랑을 위한 시간이 아닌, 이별을 유예시켜 놓은 시한부 사랑인 셈이다.

 

 

내가 조금만 어렸더라면 아마 이들을 보고 그랬을 것이다. 그냥 도망치세요! 당신들이 그렇게 사랑한다면!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누구를 향한 오지랖과 현실 인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현실을 인지하는 법을 하나씩 깨우쳐 가고 있기에 마냥 그들을 향해 무한한 응원만을 남기지도 못할 것만 같았다. 비극적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며 그들을 응원하기 보다는 위로해 주며 현실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아마 나는 나쁜 조연이 되어 그들을 맴돌았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이별 여행도 아니고 이별을 위한 시간이라니. 어차피 마지막인 그들에게 오히려 냉정하게 돌아서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그만큼 내가 이 시간들이 끔찍하리만큼 두려워한다는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이별을 위해 달리는 레이스, 그 잠시 동안의 유예가 눈물 바다로만 될 것 같았기에 무섭기만 했다. 그래서 어느 소설에서처럼 그저 페이지를 넘기면 기적과 같은 결말이 도래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결말을 알고 읽는 이들을 이야기는 현실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그들만의 사랑이 이곳에서나마 꽃피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말마따나 그녀는 지금 곁에 없는데 이제서 그녀를 오롯이 이 안에 담아 놓아 더 서글프게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그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녀와의 이별 이후 죽음의 공포를 느끼던 그가 이제는 잘 지내고 있노라고. 그리고 그들의 시간은 이제 영원히 이곳에 묻혀 있으니 훨훨 날아가도 좋다고 말이다.

 

아르's 추천목록

 

『사랑이 가까워지면 이별이 가까워진다』 / 이록저

 

 

 

독서 기간 : 2014.04.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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