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이 무척이나 소란한 하루 - 상실과 치유에 관한 아흔 네 가지 이야기
멜바 콜그로브 외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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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늘 웃을 수 있는 그러한 좋은 날들만 바라는 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바람이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러한 바람은 늘 나의 간절함과는 관련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그리하여 마주하게 되는 실망과 때로는 밀려드는 좌절과 그에 수반되는 아픔 혹은 고통은 우리를 잠식하게 되는데 그 아무리 이러한 것들이 나를 피해가기를 바란다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 나의 곁에 도래하게 되는 상처들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이것들을 이겨내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리학자에서부터 철학자, 시인들이 모여 우리네 감정에 생긴 생채기를 치유하기 위한 처방을 이 안에 담아 놓았다고 하니, 그 시작에서부터 벌써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상실 상태에 놓여 있게 되면서 인간이 지나가게 되는 각 단계를 나누어 설명하고 있는데 첫 번째 단계인 충격, 거부, 망연자실을 지나 두려움이나 울화를 거쳐 우리는 이른바 이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고 한다. 현실에 대한 부정부터 시작되면서 그것이 나에게 도래한 현실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거부해버리는 그 단계를 거치고 나서 왜 하필 나에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게 된것인지에 대한 두려움, 그 암울한 시간을 지나서야 이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는데, 3단계를 지나기 위한 시간들이 다분히 우리가 우리를 다독이기 위한 시간들이라고 하니, 조금씩 위안이 되는 기분이다.   

 혼자라 두렵기도 하고 아무리 전화번호부를 뒤져 보아도 당췌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 할지 몰라 이내 조용히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넣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그 찰나의 쑥쓰러움을 이겨내고 당당히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데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마주치며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전화나 메세지등을 통해서라도 세상과의 소통의 끈을 놓지 말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막막한 그 순간들이, 마치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적막감을 느끼는 그 순간 조차도 다분히 나는 정상적인 것이며 그러한 고통을 홀로 거머쥐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누구에게나 드리우는 그늘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다시 반짝하고 뜨는 태양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을 읽으며 잔잔한 위안을 얻어 간다. 

 

아르's 추천목록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 배르벨 바르데츠키저

 

 

 

독서 기간 : 2014.03.2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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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원형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이야기로 치유하는 여성의 심리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손영미 옮김 / 이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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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제목을 보고서는 판타지 같은 느낌의 소설인 줄만 알았다. 늑대와 여성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찾아보지도 못했고 그저 늑대와 함께 모험을 즐기는 그러한 여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소설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융에 관한 심리학자인 저자에 의해서 여성의 본 모습을 찾아갈 것을 권하는 인문학에 관한 책이었다.  

표지만 보아서는 그저 판타지 소설이라고만 짐작했었는데, 과연 그렇다면 늑대와 여인과는 대체 어떠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것이 과연 융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심리학적으로 어떠한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그 관계의 고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서문의 내용만으로도 깜짝 놀랐던 나는 급히 이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여성이라는 단어를 쓸 때 Woman이라고 쓰고 있다. Man이라는 글자 앞에 Wo가 더해진 이 영어 단어를 보면서 사실 단 한번도 그 어원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 단어 속에서 바로 늑대와 여성과의 상관관계가 드러나고 있었으니, 바로 Wolf의 옛말에서 이 Woman이라는 단어가 파생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원래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기질 안에는 늑대의 본성, 그러니까 신화나 고전, 전설 등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되면 그 안의 여성들은 예민하지만 또 그 안에서는 강한 희생정신을 가지고 있는 여성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이러한 늑대와 같은 여성성이 사라지고 있는데 기독교의 관습과 가부장제 등의 관념 속에서 늑대와 같은 여성성이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우리도 미살리사처럼 지혜가 요구 될때 오히려 착한 소녀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 예리한 통찰력으 버리고 남들과 잘 어울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운다. 그러나 억압적인 환경에서 그저 착하게만 행동하면 돌아오는 것은 더 많은 학대와 부당함 뿐이다. 만일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는 여성이 있다면 그저 단시 영혼을 위해 변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심리적인 긴장감일 뿐임을 잊지 말자. -본문

 

 본래 여성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강인함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던 아름다움을 잊어버린 채 타인, 그 중에서도 남성들이 원하는 여성성만을 가지게 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으로 야성을, 그러니까 통제가 불가능한 것들이 아닌 다분히 우리안에서 통제 가능한 그 야성을 깨울 것을 종용하고 있다.

 

 많은 여성들의 내면에 갈망하는 존재가 들어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키나 체형 등 외모만을 갈망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착각이다. 여성들은 자기를 인정하고 종중해 주기를 갈망한다. -본문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신데렐라>, <여자를 밝히는 거인, 푸른 수염이야기>등을 통해서 저자는 여성의 힘에 대한 내용들을 전해주고 있으며 그 안의 현명함이 빛나는 여성만의 야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읽는 내내 당당하게 그 누구에게도 위축되지 않는 여걸로서의 나를 돌이켜볼 수 있도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이 책을 보면서 더 이상 늑대가 남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된다. 늑대처럼 달리던 여인들처럼, 나도 당당히 오늘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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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 / 메이슨 커리저

 

 

독서 기간 : 2014.02.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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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행복한 부자 아빠의 특별한 편지 - "텐인텐"은 왜 젊은부자의 편지에 열광했을까?
아파테이아 지음 / 진서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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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흔살의 행복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그야말로 인생에서 들려주고 싶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담아 놓은 책이다. 자신이 겪었던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오면서 그가 온몸으로 겪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실 제목만 보고서는 "부자" 아빠라는 단어의 한계에 갇혀 그저 부자가 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것인 줄만 알았다. 물질적인 것들의 한계에만 휩싸여 있는 나에게 저자는 인생을 통틀어 경제적인 것들도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기에 그가 어떻게 행복한 현재의 삶을 누리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 모든 비밀들을 아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있었고 그 따스하면서도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인생 속의 단초들을 이 책 위에서 안내해 주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부터 일곱번째 편지로 나뉘어져 있는 이야기들을 보노라면 삶을 살면서 한번씩은 마주하게 되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들려주고 있었다.

 

 네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후회가 없다. 비록 잘못되더라도 너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지. 지금 이런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고 상담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짓이야. 왜냐하면 이 부분에 대한 정보는 네가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가장 많이 생각했을 텐데 말이다. 사람들에게 상담할 때는 비디오로 다 찍어서 모든 부분을 순간순간 느끼게 하고 설명해준 후 너처럼 오래 생각해보게 한 다음에 상담해 달라고 해야 정확한 결정이 나온다. -본문

 

 한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그 안에는 그 어떠한 가식이나 거짓 따위는 드리울 수 없는 순수한 결정체 만이 이 책 안을 가득히 매우고 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남의 눈치보며 살기엔 인생이 짧다>의 파트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는데, 사는 동안 타인의 눈에 비쳐지는 나를 보며 내 자신을 독촉하고 채근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되면서 그들의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단 몇 초에 불구할 텐데 왜 나는 그토록 오랜시간 그들을 위해 살았는가, 에 대한 생각이 스치는 것이었다.

 

 또한 우리가 살면서 왜 공부를 해야만 하는지, 물론 극히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공부가 즐거운 것이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 밖에 없는 그 공부를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또한 돈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돈을 대해야 하는지, 남의 눈치를 보며 살지 않기 위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인맥의 관리 등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는데, 특히나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만 할 것 같아 나를 좋아하는 이들보다는 나를 싫어하는 이들에 대한 눈치를 더 보고 왠지 마음이 더 쓰이고 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는 단호하게 진짜 인맥을 만들 것들 주창하고 있다.

 

 타인의 이득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 되어라. 그러면 승민이는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고, 좋은 생각과 좋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 잉여인간이 아니라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는 타인의 이기적 유전자를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본문

 

 그가 살아온 나날 속에서 그가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게 되면 절로 고개가 끄덕거리게 된다. 그가 마지막에 이야기했던 마흔이 되었을 때 아이에게 또 이러한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앞으로 남은 10여년 동안의 시간 동안 나는 어떠한 삶을 만들어 가게 될지, 그리고 미래의 아이들에게 들려주게 될지, 심히 기대되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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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켄트 너번저

 

  

 

독서 기간 : 2014.02.20~02.2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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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족보 샘터어린이문고 47
임고을 글, 이한솔 그림 / 샘터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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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족보>라는 책을 펼치자 마자 어두운 낯빛을 한 어린이가 등장한다.

 (무시무시하게 큰) 구렁이를 키울 분..... 없으시겠죠? -본문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던지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과연 무언가 큰 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이구나, 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축 쳐진 눈을 보노라면 벗어나고 싶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만 피할 수 없는 듯한 느낌도 느낌이었지만 "구렁이"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되면서 과연 이 말을 언제 들어봤던 단어였던가, 라는 생각에 아주 오래 전에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떠오르곤 한다.

 

엄마가 아이였던 반세기 전에만 해도 당시에는 구렁이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고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구렁이가 집을 지켜주는 영험한 힘을 지닌 생물이라고 믿었기에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단어의 존재마저도 생경한 지금은 아마도 이러한 구렁이의 씨가 말라버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환경 오염도 오염이겠지만 그보다도 사람들의 보신용으로 급속도로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안고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한 아이의 방 안에, 엄청나게 큰 구렁이, 사실 처음에 아이는 아주 큰 뱀이라고만 생각하게 되는데 아마도 아이에게도 구렁이라는 생물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것이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그 구렁이가 지금 내 몸을 칭칭 감다가 어느 새 눈을 뜬 아이에게 구렁이는 말을 걸고 있다.

 

 

"난 그냥 내 소개를 하는 거야. 널 휘감은 건 사과할게. 놀랐지? 미안하구나, 어쩔 수 없었어. 네가 누군인지 정체를 확인해야 했거든." 본문

 

갑자기 등장한 구렁이라는 실체에 대해 어안이 벙벙한 아이는 구렁이에게 이제 그만 자신의 방에서 나가 줄 것을 간청하고 있으나 구렁이는 자신의 목숨을 살려주었다는 그 아이에게 끝까지 자신을 책임여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이 나가길 바랐다면, 자신의 가족이야기인 족보를 만들어준다면 이곳을 떠나겠다는 협상을 통해서 아이와 구렁이는 이른바 '구렁이 족보'를 만들게 된다.

 

 

 

"언젠가는 나도 죽을 걸 안단다. 바라는 건 간단해. 내가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구렁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거야. 그건 너무 쓸쓸하잖니? 새끼들이 그렇게 가고 나서, 난 어쩌면 구렁이가 이 땅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단다. 연기처럼 흔적없이 사라진 생명들을 이미 많이 봤으니까. 우리 역시 연기처럼 사라지겠지. 그걸 내 힘으로 막을 수 없다면 구렁이가 이 땅에서 살았다는 기록만이라도 남기자고 결심했어.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야." -본문

 

 구렁이의 간절한 바람. 그것은 자신이 이 지구상의 마지막 구렁이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과 동시에 혹시라도 자신이 마지막으로 살아있는 구렁이라면, 구렁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남기고자 한다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서글픔이 밀려들게 된다. 자연에 의해 때로는 인간에 의해 사라졌던 수 많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고 있는 듯한 구렁이의 이야기는 구렁이 혼자만의 독백이 아닌 인간에게 들려주고 싶은 경종이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구렁이와 함께 족보를 만들기로 결심한 아이와 구렁이는 그들만의 룰을 정해 놓았고 그렇게 함께 하는 동안 서로는 서로의 모습들에 대해서 하나 둘씩 알아가게 된다. 구렁이가 아닌 '스스 아줌마'로 함께하면서 구렁이의 습성은 물론 스스 아줌마의 탄생 비화를 알게 되고 구렁이 세계의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아이는 점점 구렁이에 대해 마음을 열게 되고 스스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지금 아이가 있는 곳이 안전한 곳인지에 대한 탐색을 펼치게 되면서 그들은 119를 출동시키기도 하고 아빠와의 화상 전화에서 구렁이의 존재에 대해 들킬 뻔한 일들도 마주하게 된다.

 

 

얘야, 인간의 목숨이 여러 개라면 아마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야. 이 지구상에 남아나는 동식물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구렁이는 목숨이 아홉 개 아니라 백 개라고 살아남기가 힘들지. 인간의 목숨처럼 생각하면 안되는 거야. -본문

 

 구렁이에게서 까치를 구해준 전래 동화의 이야기 역시도 인간의 눈을 통해서 본 내용과 구렁이의 눈을 통해서 본 내용이 상이하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면서, 인간에게 은혜를 갚은 까치만은 바라본 나의 시각 또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늘 나쁜 것은 구렁이이고 사내와 까치는 서로의 은혜를 갚은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나 자연이라는 세계 속에 구태여 발을 끼어든 인간이 과연 잘 한 일인가, 싶으면서도 한 인간을 위해 수십 마리의 까치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우리의 경고망동한 모습들의 다시금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그 옛날, 구렁이는 귀한 곡식을 축내는 쥐를 잡아주고, 인간에게 해로운 독도 없어서 환영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성가시고 끔찍한 존재가 되었다. 인간들은 자기들 집을 짓겠다며 산과 들을 파헤쳤고, 구렁이의 집과 길은 망가져 버렸다. 이제 구렁이는 목숨을 걸고 길을 건너야 하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길을 건너다가 목숨을 잃는다. 그 많던 구렁이가 이제는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 버렸다. -본문

 

 그렇게 무언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스스 아줌마는 구렁이로서의 삶을 다시 선택하게 돈다. 구렁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걱정했던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오롯한 선택은 구렁이로서 어떻게든 다시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저 한편의 아이들의 동화라고 하기에는 읽는 내내 마음이 아련해졌던 이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어떠한 종을 이 지구상의 마지막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반성들을 해보며 부디 현존하는 모든 것들이 인간과 함께 계속되기를 바라며 책을 덮어 본다. 

 

 

독서 기간 : 2014.04.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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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변태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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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외수 선생의 작품 중 <하악하악>이나 <청춘불패>, <마음에서 마음으로> 등 에세이쪽은 읽어본 기억이 있으나 그의 소설은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에 발간된 <완전변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책장에는 <괴물>, <장외인간>, <벽오금학도>가 꽂혀져 있기는 하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서야 그의 신작을 통해서 소설을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대담집에서 그가 글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쓴느지에 대해서 읽었던 처라, 또한 <완전변태>의 서문에 등장하는,

 

 죽어가는 그날까지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본문

 

 보면서 과연 그가 9년만에 풀어낸 이 책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지가 사뭇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이야기를 보노라면 과연 그는 이 이야기들의 상상력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된다.

 

 소나무에서는 왜 소가 열리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시작되어 대지주로 끝나는 이야기 속에서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인 듯도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만의 상상력이 빛나는 것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약간의 괴기스러움이나 공포마저도 느껴지는 것들이나 때로는 공포스러운 면들도 있기는 하나 우리가 사는 일들이 언제나 따스한 행복만이 담겨 있지는 않기에 이외수 선생 역시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아 놓은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몇 십년 만에 겨우 사법고시를 패스한 주인공은 아버지의 새끼 손가락을 보면서 어떻게든 시험에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려진 아버지의 손가락을 마주하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드디어 울려퍼진 합격의 소식 앞에서 그는 한 노인을 마주하면서 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깨우치게 되면서 사법고시 이후의 삶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다람쥐가 가득했던 섬에서 다람쥐들이 실종된 이후 벌어졌던 한 남자의 아스라한 삶이, 그의 애증의 마음을 알고 있던 한 여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 섬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해우석이나 명장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한계 혹은 그만의 아집에 갇혀 있는 인간의 눈을 알려주게 된다.

 

 "실력 없는 도공은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는 옛말이 있지. 동곡이 명장이라는 소문 듣고 왔다가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고 가네. 어찌 그리도 신묘하단 말인다. 명품은 모조리 장도리로 박살 내버리고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아집 한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놓는구만" 
 
하지만 대중들 속에서 노인의 중얼거림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달항아리만 그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눈을 하얗게 흘기면서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본문

 

 완전변태와 파로호는 무언가 인간의 일반적인 모습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한 인간이 나비로 변모하는 모습이라던가 파로호 속에 담겨 있는 비밀이 사실은 인간의 잔혹했던 전쟁의 참상을 안고 있었기에 혈육의 냄새를 기억한다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림자도 없는 그가 과연 사람인지 귀신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넘어가던 페이지는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맴돌게 된다. 또한 유배자 속의 참담한 이야기는 물론 대지주 속의 마지막 이야기를 보노라면 마치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서야 마주하게 된 그의 이야기가 이러한 것들이었다니. 과연 그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호기심만이 계속해서 울렁거린다. 그의 다른 이야기들은 어떠할지. 이번에야 말로 책장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들을 마주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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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공원정대 / 배상민저 


  

 

독서 기간 : 2014.04.25~04.26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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