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선생의 작품 중 <하악하악>이나 <청춘불패>, <마음에서 마음으로> 등 에세이쪽은 읽어본 기억이 있으나 그의 소설은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에 발간된 <완전변태>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물론 책장에는 <괴물>, <장외인간>, <벽오금학도>가 꽂혀져 있기는 하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서야 그의 신작을 통해서 소설을 처음 마주하게 된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의 대담집에서 그가 글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쓴느지에 대해서 읽었던 처라, 또한 <완전변태>의 서문에 등장하는, 죽어가는 그날까지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라는 좌우명을 지키며 살겠습니다. -본문 보면서 과연 그가 9년만에 풀어낸 이 책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지가 사뭇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읽기 시작했다.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는 이 이야기를 보노라면 과연 그는 이 이야기들의 상상력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일게 된다. 소나무에서는 왜 소가 열리지 않는가,에 대한 이야기서부터 시작되어 대지주로 끝나는 이야기 속에서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이야기들인 듯도 하지만 그 안에서는 그만의 상상력이 빛나는 것들이 하나씩 자리하고 있었다. 약간의 괴기스러움이나 공포마저도 느껴지는 것들이나 때로는 공포스러운 면들도 있기는 하나 우리가 사는 일들이 언제나 따스한 행복만이 담겨 있지는 않기에 이외수 선생 역시 이러한 이야기들을 담아 놓은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몇 십년 만에 겨우 사법고시를 패스한 주인공은 아버지의 새끼 손가락을 보면서 어떻게든 시험에 붙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잘려진 아버지의 손가락을 마주하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을까. 그리고 드디어 울려퍼진 합격의 소식 앞에서 그는 한 노인을 마주하면서 법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깨우치게 되면서 사법고시 이후의 삶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다람쥐가 가득했던 섬에서 다람쥐들이 실종된 이후 벌어졌던 한 남자의 아스라한 삶이, 그의 애증의 마음을 알고 있던 한 여자가 오랜 시간이 지나 섬의 비밀을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해우석이나 명장은 인간이 가지고 있던 한계 혹은 그만의 아집에 갇혀 있는 인간의 눈을 알려주게 된다. "실력 없는 도공은 명품만 골라서 깨뜨린다는 옛말이 있지. 동곡이 명장이라는 소문 듣고 왔다가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는 사실만 깨닫고 가네. 어찌 그리도 신묘하단 말인다. 명품은 모조리 장도리로 박살 내버리고 자신을 그대로 빼닮은 아집 한 덩어리만 덩그러니 남겨놓는구만" 하지만 대중들 속에서 노인의 중얼거림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달항아리만 그 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눈을 하얗게 흘기면서 노인의 뒷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본문 완전변태와 파로호는 무언가 인간의 일반적인 모습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한 인간이 나비로 변모하는 모습이라던가 파로호 속에 담겨 있는 비밀이 사실은 인간의 잔혹했던 전쟁의 참상을 안고 있었기에 혈육의 냄새를 기억한다는 한 노인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그림자도 없는 그가 과연 사람인지 귀신인지에 대한 고민 속에서 넘어가던 페이지는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맴돌게 된다. 또한 유배자 속의 참담한 이야기는 물론 대지주 속의 마지막 이야기를 보노라면 마치 기 드 모파상의 <목걸이>를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서야 마주하게 된 그의 이야기가 이러한 것들이었다니. 과연 그는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에 대한 호기심만이 계속해서 울렁거린다. 그의 다른 이야기들은 어떠할지. 이번에야 말로 책장 속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들을 마주해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