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선택한 전공이 1학년때까지는 학부제로 운영되고 있었기에 당시 또 다른 학부 중 하나였던 ‘경제’ 관련 과목들을 듣곤 했었다. 인문계 선택 과목을 경제로 지정해서 시험을 봤던 터라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은 알고 있겠지, 라고 생각 했으나 실제 강의실에서 마주한 경제학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심오한 세계일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한 것들이 있기에 허덕이며 쫓아가기 바쁘기만 했다.
그럼에도 경제에 관한 기본적인 강의들은 듣기는 했으나 경제 신문을 접할 때면 내가 배웠던 이론들을 접목시키는 것이 생각처럼 쉽게 되질 않았었다. 공식처럼이나 달달 외우며 이해했다 생각했던 유동성의 변화에 따른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들은 그 이상의 변수들이 너무도 많이 존재했고 경제학이라는 틀 안에서만 있는 세상이 아님을 뉴스를 볼 때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자연 환경에서 자신이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실험을 실시했다. 그리고 실험 결과를 분석하여 인간과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독특한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하여 사람들의 일상을 관찰함으로써 새로이 교훈을 얻고, 금전적 보상의 형태로든 사회적 인정의 형태로든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의 힘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본문
사람이 하는 일들이기에 언제나 예측한대로만 모든 일들이 일어날 수도 없고 또 예측을 한다고 해도 빗나간다거나 의외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세상 속에서 경제학은 그렇게 복잡한 사회 속 질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 책 속의 저자들이 한 실험들은 경제학의 범위를 확장하여 실제 우리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기에 경제학이라는 이름 하에 있는 책이지만 피부에 직접 와 닿는 느낌이라 이전에 마주했던 경제학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누구나 시간외 근무를 해야 한다면 곤욕스러울 것이다. 탁아소에서 일을 하고 있는 레베카 역시 약속한 시간보다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님들과의 조율이 어긋나면서 의도치 않는 시간외 근무를 계속하게 되었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그녀 나름대로의 특단의 조치를 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10분을 넘게 되면 3불이라는 패널티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시간외 근무를 하게 되는 그러한 상황을 막아 보려 하기 위함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전보다도 늦게 오는 부모님들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레베카가 벌금제도를 도입하자 부모와 교사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암묵적 동의의 의미가 달라졌다. 부모들은 탁아소에 제때 도착하려고 무리해서 서둘러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레베카는 지각하는 부모에게 액수는 적지만 여하튼 분명한 벌금액을 제시했다. 따라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은 더 이상 무언의 합의를 깨트리는 행위가 아니었다. 교사들의 초과 근무는 주차공간이나 초콜릿바처럼 편의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본문
레베카의 상황뿐만 아니라 이전의 장기 이식에 관한 동의를 구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이러한 안내문을 다시 받지 않겠다는 표시를 하는 방식은 오히려 잠재적인 장기 이식 신청자들을 멀어지게 하는 것이 아닐까, 했는데 오히려 그러한 방법은 이전보다 신청자들의 접수가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원하지 않는 이들을 제대로 걸러주기에 서로에게 더 좋은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보통은 패널티가 있으면 사라지겠지 하는 곳에서는 오히려 역으로 그 상황이 더 많아지고 이렇게 하면 최소한의 유지도 안될 만큼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했을 때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볼 때면, 예측과 실제는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가난한 아이들이 부유한 아이들을 어떻게 따라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방대한 실험들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서포터를 하고 있을 경우에 더 효율적인 결과가 예측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도 전부터 어려움들이 산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서 사실 좀 놀라울 따름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집중해서 읽은 파트는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보호해줄 수 있을까?’ 였는데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학교 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데리온의 끔찍한 죽음을 목도한 수많은 이들은 이대로는 안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 론 휴버맨은 그야말로 이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풀어나가지 않을 경우 자신들의 미래는 잿빛으로 변해버릴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 누구보다도 이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는데 시스템의 진보도 진보이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은 이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범죄자들에 대한 격리와 수용이 있다면 격리에 먼저 찬성을 하고 있을 나에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시금 현상을 바라보게 하고 있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학급 규모를 줄일까요? 생명을 구할까요?” 아울러 그는 매년 250명 이상의 학생이 총탄에 쓰러진다는 것을, 평균적으로 30건 이상은 치명적임을 지적했다. (중략)
청소년 중재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비용은 학생 1인당 평균 1만 5,000달러에 이르지만 구금비용에 비교한다면 훨씬 적을 뿐 아니라 효과도 장기적이다. –본문
그러니까 휴버맨은 도무지 마음을 열지 않고 가지 말라는 길로만 빠져들려 하는 아이들을 먼저 구제할 수 있도록 중재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고위험군 아이들을 먼저 찾아내서 보호하고 독려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존재 자체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대상이 되는 아이들의 결심이, 늘 부족한 어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길을 가야겠다는 결심을 한다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점에서 또 다시 한 어른으로서의 반성을 해보게 된다.
전통적 경제학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추구하므로 기부를 부탁하는 다이렉트메일을 그저 씩 웃으며 던져버리리라 추측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부 이기적인 것은 아니고 심지어 경제학자들 중에도 친절한 행동에 보답하고 싶어하는 좋은 사람이 있다. 이 점을 인지하고 사람들의 호혜의식에 호소하면 모금에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비영리단체는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기부를 요청하면서 미리 인쇄한 주소 라벨, 세계지도, 달력 등을 보낸다. –본문
무거운 주제들을 넘어서 기부에 관한 내용들도 마주할 수 있는데 “이번 한 번만 기부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을 동봉한 편지에 대한 기부 금액 및 기부율이 이전보다 훨씬 높았다는 것에서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기부에 대한 경제적인 접근을 넘어 인간의 심리적인 요소까지 접목하여 분석한 부분은 흥미로웠는데 일방적인 기부에 대한 요청보다는 기부에 관한 내용들을 수신할 지 여부에 대해 물어보는 것 만으로도 고객들은 고마워하며 그것이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책으로 마주하는 경제학이기는 하나 무언가 ‘살아있는’ 경제학을 마주한 기분이다. 이전에도 있어왔었지만 그 안에 들어가 이렇게 신랄한 실험을 마주해본 적이 없이게 신나게 읽어 내려갔었는데 앞으로도 이렇게 실제의 경제학에 관한 책들이 많이 발간되길 바라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