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 - 생명진화의 숨은 고리
박성웅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기생충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생이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것은 폐를 끼치며 그 무엇에게 매달려 갈취하고 있는 느낌이며 이라는 것에서는 벌레와 같은 느낌이 들기에, 그 두 단어의 조합인 기생충은 그야말로 달갑지 않은 것은 물론 사라져야 할 것들로 느껴진다.

 우리는 흔히 기생충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에 기생하는 회충, 구충, 편충, 촌충, , 벼룩 같은 기생충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에만 기생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생충은 세상 모든 생물에 존재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기생충을 갖지 않는 생물은 지구상에 단 하나도 없다. 심지어 다른 생물이 비집고 들어갈 구석이 없어 보일 정도로 작은 바이러스에 기생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본문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나는 계속해서 기생충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선 바라봤을 것이다. 구태여 존재하지 않아도 될 것들이 왜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안고서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았을 것인데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순간, 기생충이 무조건 사라져야만 하는 것들이 아닌 공존하며 살아 가야 하는 것들임을 깨닫게 된다. 일전에 독버섯이 쓸모도 없이 자라나는 것이라며 생각했던 나에게 독버섯의 존재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닌 자연을 위해 존재하는 종이라는 것을 배우게 해 준 것과 같이 이 책은 기생충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그것들에 대해 모르고 간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꼬집어 주는 책인 것이다.

기생충에 대해 그저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이러한 생각은 오만한 것임을 즉시하게 한다. 하기야, 얼마 전까지도 독버섯의 존재 자체를 반문하고서는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분히 인간의 입장에서 식용이 되느냐 불가하느냐로 판단하는 것들이었으니 이러한 생각을 뒤집는 데까지 30여년이란 시간이 걸렸던 나에게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면서도 값진 책이 아닐 수 없었다. 기생충이 있으면 병에 걸리는 것이 당연한 순이라고만 알고 있기에 지구상에서 근멸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 책은 기생충을 통해서 병을 치유하는 물질을 발견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한 기생충 덕분에 생존에 유용한 방향으로 진화하게 된다는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기생충의 존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고 보고 있는데 미라의 장기 내부에서나 화석에서도 발견이 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박테리아와 같은 단순한 생명체들에게도 기생충이 발견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기생충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존재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기생충이 있다는 것은 그 숙주가 존재한다는 것의 반증인데 이러한 숙주과 기생충의 관계를 보노라면 기생충이 숙주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연가시가 곤충 혹은 동물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러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톡소포자충에 걸린 사람의 경우, 특히 남자는 고양이 소변에 더 반응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보며 사람에게도 은연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여기엔 남녀 차이도 존재했다. 즉 톡소포자충에 걸린 남자는 건강한 남자보다 고양이 소변을 훨씬 더 좋다고 한 반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여자는 건강한 여자보다 고양이 소변에 대한 혐오감을 더 나타냈다. 위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 소변냄새를 덜 싫어하게 된다고 한 바 있는데, 남자들이 쥐와 똑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게 남자가 단순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남자만 따로 쥐에서 진화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톡소포자충이 남자를 좀 더 만만하게 보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본문

 특히나 이 책 안에서는 톡소포자충이 고양이를 통해서 전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잘못된 것들이며 이 오해 때문에 버려지는 고양이들이 많았다는 사실과 함께 오히려 그렇게 고양이를 버리는 것은 되려 톡소포자충을 퍼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난치의 병으로 알려져 있는 치매에 있어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경우 알츠하이머에 덜 걸린다는 결과가 있기에 언젠가는 이것이 치매를 예방하고 고칠 수 있는 치료제로도 탄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해주고 있다.

 호바스라는 학자는 표면을 끈끈이로 만든 가짜 말 모형을 준비했다. 흰 말, 검은 말, 갈색 말, 그리고 얼룩말, 그들은 미리 잡아 온 말파리를 거기다 풀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각각의 말 모형에 붙은 파리 숫자를 셌다. 결과는 놀라웠다. 검정말에는 562마리가, 갈색말에는 334마리가, 흰말에는 22마리가 붙은 반면 얼굴막에 붙은 파리는 겨우 8마리였던 것. –본문

 이렇듯 기생충이 오롯이 나쁜 것으로만 볼 수 없는 것으로 진화를 해온 하나의 개체를 마주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얼룩말의 탄생이었다. 수면병의 매개체인 체체파리를 피하기 위해서 원래는 그저 흰 색 혹은 검은색의 말이었던 것들이 줄무늬를 가진 현재의 얼룩말로 진화하게 되며 이러한 줄무늬는 체체파리로 하여금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스스로의 생명력을 끌어올리며 현재까지 지구상에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크게 보면 기생충이 없는 곳이 없으며 어디서든 마주할 수 있는 것들이 기생충이라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선택의 문제를 떠나 어찌하였든 그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라면 그것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은 그저 필요 없는 것, 혹은 구태여 알아야 한다기 보다는 사라지기만을 바랐던 것들이었다면 이 책을 통해서 마주한 기생충은 의외의 모습들이 더욱 많았으며 그렇기에 나는 이전에는 가져본 적이 없던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닌, 공존해야 하는 기생충에 대해서 지금부터라도 더욱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아르's 추천목록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 / 정준호저 

 

 

 

독서 기간 : 2014.06.15~06.17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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