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은 내 베스트 프렌드 - 프레너미들의 우정과 경쟁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16
김학민 지음, 조은애 그림 / 샘터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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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말처럼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숙명이기에 그 안에서 우리는 친구를 마주하기도 하고 때론 적을 마주하기도 한다. 주변에 있는 이들은 친구와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다양한 관계들이 있는데 그 안에서도 같은 분야 안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책 안에서 소개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그 때만해도 분필로 칠판 서기를 했던 시절에 같은 무리의 친구와 나는 매번 칠판에 판서를 하는 일을 하곤 했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는 그 일을 나와 친구에게 돌아가면서 시키곤 하셨는데 별 것 아니었던 그 일은 추후 선생님께서 누구를 더 편애하신다는 묘한 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일기장에 고스란히 그러한 생각들을 써 내려갔던 우리는 일기 검사를 할때면 한명씩 면담을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했다곤 하지만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4학년 때의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그 때의 그 친구가 내게는 공부를 하게 하는 힘을 주었나 보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애플의 스티븐 잡스도 모바일 컴퓨팅 시대의 서막을 여는 장본인들로서 서로의 끈끈한 협력을 도모하게 되는데 차후 애플의 iOS에 필적할 만한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구글에서 개발하게 됨으로서 이들은 프렌드에서 프레미너로 변모하게 된다.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보다는 어느 순간 라이벌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그들은 고흐의 색감이나 붓터리를 따라하고 있는 고갱에게는 굴욕과도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하고 고갱으로부터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을 수 없던 고흐는 그 순간들을 분노하게 된다.

 

 후대의 우리에게는 더 없이 아름답던 작품을 남긴 그들이 서로에게는 앙숙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 서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그들의 작품은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르고 다른 듯 하면서도 왠지 같은 것 같다.

 

 

 내가 닮고 싶은 가장 이상적인 라이벌의 관계는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였다. 언제나 2위의 이름표를 달아야만 했던 카레라스는 도밍고가 무척이나 미웠을 것이다. 그만 없었어도 세상의 1위가 될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대중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고 싶어 했으나 서로에게는 부담스러웠던 그들은 결국 같은 무대에 서지 않을 것을 선언해 버리고 각자의 무대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카레라스는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 어떻게든 병을 쾌유해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로 금전적인 문제였다. 그러던 그에게 에르모사 재단의 후원으로 치료를 받게 되고 그렇게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이 바로 그의 숙적인 플라시도 도밍고에 의해서 였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
카레라스는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귀한 성악가야. 관객들은 그의 노래를 오래오래 들어야 해."
 "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비밀로 하시려는 거죠? 이게 세상에 알려지면 선생님의 명성이 더 높아질 텐데요."
 "
카레라스는 몸도 마음도 망가진 상태야. 그런데 자존심까지 망가져야 하겠나?" -본문 

 

 원하는 원지않든 마주해야 하는 이들이 라이벌의 관계라면, 언제 어디서 나타날 지 모를 이이지만 그에게 나는 좋은 라이벌로 그는 물론 나에게도 좋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이였으면 좋겠다. 카레라스와 도밍고처럼 극적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부디 마주할 시간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해가 되지 않는 그런 이들이 되어 보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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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리더십 / 차동옥, 윤태식저

 

 

독서 기간 :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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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김혜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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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부터 '노숙자'라는 단어는 물론 그들의 존재가 일상처럼 느껴져 버렸다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정말 어느 순간부터 하나 둘 늘기 시작한 그들은 이제 서울 도심 속에서 쉬이 마주할 수 있는 이들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이 세상에 있기는 하나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내 스스로도 노숙자들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가족이 있었고 그들만의 직업이 있었고 사랑은 물론 아픔도 있는 우리와 동일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나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그저 그들은 거리의 사람들이었고 왜 이들에 대해서 정부는 별다는 대책이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들만 잠시 했을 뿐그들을 마주한 그 몇 초 이후 물거품처럼 사그라든다.   

 

 책 속의 주인공들에은 딱히 이름이 주어지지 않는다그저 남자와 여자한씨정씨 등의 이름으로만 등장하게 되는데 노숙자 보호 센터에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저자는 노숙자와 일반인들에게도 이름과 이름이 없는 이들로서 구분을 하려 했는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하기야 우리도 그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알고자 하기 보다는 그저 노숙자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그들을 이야기하니우리 스스로도 그들과의 세계를 이미 구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어쩔 수 없이 거리의 사람들의 행렬에 동참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 여자가 자신의 캐리어를 가져가버린 그 순간부터이다그다지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리의 사람들과 자신을 구분케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일은 매개체였던 그 가방이 증발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그들의 세계에 우정이 있고 사랑이 있고 배신이 있는그러니까 우리와 동일한 세계의 일들이 발현되는 곳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특히나 사랑이라는 것은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라 치부했는데 그는 그 곳에서 여자와 함께 사랑을 하고 또 그것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며 그녀가 아프게 되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살려내고 싶은 간절함을 느끼기도 하나 결국은 다시 타인으로 돌아서 버리게 된다.  

 

 돈이 어디서 났니?
 
여자의 손이 내 이마를 쓰다듬는다내 눈가나 콧잔등을 닦아주기도 한다문득 여자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싶어진다그런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작고 노란 새끼 거위처럼 숨을 쉬고 웃고 우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던 때로 되돌아가고 싶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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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집에 가고 싶지 않다 / 박숙희저


 

 

독서 기간 : 2014.06.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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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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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진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라니. 이 한 문장만으로도 무언가 울컥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따스하고 숭고한 순간들을 지나 찾아오는 이별이라는 시간을 견뎌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저 찬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랑의 뒷면은 생각지도 못하게 아프고 시린 결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 세계를 진입할 때만 해도, 아니 그 초입에 있을 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저 영롱하게만 빛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는 세상이 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에 타오를지도 모른다. 혹은 타올라서 추락하거나. 그러나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본문 

  

 그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간다. 수 십년 동안 각자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살고 있던 하나의 단일한 세계가 포개지면서 그 안에서 점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집합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모든 것들을 공유하며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래, 그것이 핵심이다. 서로 함께 한 적이 없던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것. 함께 함으로서 찬란하게 빛이 난다는 것이 사랑의 시너지일것이며 그렇게 전혀 다른 두 세계의 만남에 대해서 저자는 1장에서는 풍선 기구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의 장막을 열었을 때만 해도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들인가, 하는 의구심을 안고 보고 있었다. 어느 누가 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 더 큰 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하늘을 떠 다니는 것을 동경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흘러나오는 이 곳에서 제목에서 말해주는 아련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 여기서 책을 덮어버렸다면 나는 뒤에 이어질 엄청난 세상이 있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고 만약 그러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풍선기구와 사진기가 만나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듯 버나비와 사라 또한 이전에는 없었던 그들 만의 세상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관습적인 삶의 기준으로 볼 때, 둘은 각각 이국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함께할 때 그의 눈엔 어떤 연극도, 연기도, 무대의상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근위기병연대의 비번 제복 차림이고, 그녀가 모피와 안에 죽은 올빼미가 앉아 있는 듯 보이는 모자를 옆에 벗어던진 채로 있었다 해도 말이다. 그는 스스로도 인정하다시피 반쯤은 혼란에 빠져 있었고, 짐작건대 4분의 3쯤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본문  

 

 인생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걸어오다 보면, 만약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에 와서 바라보건대 그 당시에는 고심 끝에 내렸던 일들이 결론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상처 혹은 실패를 남기고 간 것을 보며 허망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버나비와 사라의 이야기 역시 그들에게는 아픔만을 남기고 간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하던 그 순간, 아니 그들이 마주했던 그 시작점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미래가 그렇게 마무리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고 시간을 되돌려 처음으로 되돌아 간다고 해도 그들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는 것은 현재의 지금이고 그들이 마주했던 그 때는 이미 오래 전의 과거이기에, 그들은 그때 당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자신의 세포 감각이 일러주는 그 방향으로 다시 움직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그는 깨달았다. 그가 물었다면 그녀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할거예요'라고 대답했으리라는 것을. 사랑에 빠진 자가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때에도 프롬프터의 목소리는 그말은 '영원히'라는 뜻이야 라고 속삭였을 것이다. 남자의 허영이란 가히 이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의 환상이 구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그는 믿을 수도 없었고 믿지고 않았다. -본문 

 

 어긋난 결말. 그래, 이런 것들이 세상에 뿌려진 사랑의 수 만큼이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들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내것이 아닌 타인의 고통이기에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겠거니, 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나는 그들에게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나온 삶의 단편적인 경험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장에서 마주한 세상은 나는 아직 마주해보지 않은 세상이었다. 아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날 같은 한시에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떠한 것보다도 영광스러운 행복을 안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참담히 느낄 수 있었고 아직 가보지 않은 그 길을 그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박히듯 감히 아픔을 읽어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8년간 동고동락했던 파트너가 에이즈로 죽은 한 친구가 내게 두 가지를 말해주었다. '문제는 다만, 밤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라는 것과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라면 내겐 문제가 아니었다. 증세에 맞는 약을 정량 복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밤이 아니라 낮을 견디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는 주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 혼자서 하길 좋아했던 것에 대해 말하자면, 나중에 아내에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즐거움이 얼마간 포하모디어 있었다. 그런 것 말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본문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그의 통렬한 아픔들이 점점 스며들게 된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그러니까 혼자 남겨진 당사자에게는 홀연히 슬픔이라는 그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자신을 위로해 주는 이들에 대한 비뚤어진 반항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과 홀로 남은 시간들을 견딘다기 보다는 고통 속에 남아야만 했고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과 이미 떠나버린 이에 대한 원망도 꿈틀거리며 부고 기사를 볼때면 그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지내고 갔나, 가 아닌 반려자와 얼마만큼의 시간을 함께 했나, 를 계산하게 할 만큼, 누군가를 잃어버린 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교집합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 남겨진 하나를 통으로 또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 많은 감정들이 이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그 순간만큼은 그 하나하나의 느낌들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랑에 대해 안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줍잖은 문장으로 나는 이 책에 대해 뭐라 평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읽어보시라, 꼭 읽어보시라, 라는 이야기만 남기려 한다. 그 어디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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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 우애령저


 

 

독서 기간 : 2014.06.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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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 - 조심하라, 마음을 놓친 허깨비 인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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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라는 것이 내 안에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요동치곤 한다. 분명 나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주인이라기 보다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순간들이 도래하곤 하는데, 정민선생의 <조심>은 내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그 방법들에 대해 고어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팽팽 돌아가는 세상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덩달아 일회일비하다 보면 내 안에 나는 없고 세상으로 꽉 차버린다. 나를 잃으면 허우대만 멀쩡한 쭉정이 삶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돌보잖고 헛된 꿈을 향해 질주한다. 성취할수록 허탈하고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허망하다. 모든 것을 다 쥔대로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본문 

  

 퇴근하는 길에 주로 책을 보고 집에 들어서서는 이른바 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기 보단 엎드려서 책을 보는 것이 익숙해져 있는데 작은 탁상에 앉아서 책을 보다가도 어느새 자세는 흐트러져서 이불 위를 가로지른 자세로 책을 보다 잠이 드는 일이 허다하기에 나에게 책을 읽는 자세를 묻는다면 그야말로 널브러져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자세가 어찌되었건 책을 읽으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름지기 시간을 아껴 무릎을 딱 붙이고 글을 읽도록 해라. 의문이 나거든 선배에게 물어 완전히 이해하고 입에 붙도록 해서 가슴 속에 흐르게끔 해야 힘 얻을 곳이 있게 된다. 절대로 대충대충 지나치면서 책 읽었다는 이름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본문

책을 읽는 대에 무어 그리 필요한 것들이 많은가, 라는 생각이 스칠 수도 있지만 독서의 자세는 책에 담긴 내용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시초가 되는 것으로 자세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아닌 마음을 먼저 다잡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듣거나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가 책상을 마주하고 있는 것도 그 마음을 다잡기 위함인데 왜 책을 읽을 때는 이토록 흐트러진 마음을 안고서 봤던 것인지.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책을 읽는 자세를 바로 잡아보려 노력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한 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집을 보며 망연자실하고 있을 지인에게 위로 드리려다 외려 축하한다는 말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당나라의 유종원이란 어르신이 실성을 하신 게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처럼, 누군가가 잘 되면 속이 쓰리고 누군가 나보다 못되면 내심 기뻐하는 심성을 가지신 분인 건지, 라는 생각과 대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라는 의구심을 안고 계속해서 문장들을 좇아가다 보면 그가 말한 저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화마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이나 그에게는 아직 그 자신이 남아 있다. 살다 보면 이보다 더 큰 일들을 겪을 수 있고 이 일을 기반으로 하여 앞으로는 더 좋은 일들이 도래할 것임을 예견하며 전해준 이야기라고 하니 유종원 선생을 의중을 몰랐더라면 나는 그에게 배신감을 넘어 분노에 휩싸여 어떠한 답변을 퍼부었을지 모를 일이다.

 

 

공공연하게 남녀 관계 이야기를 입에 담거나, 남의 신상을 농담 삼아 얘기하는 일. 늙은이가 젊은이 틈에 끼어 남을 웃기려고 지껄이는 꼴. 시시한 신분이면서 점잖은 분들을 친구처럼 허물 없이 함부로 대하는 모양. 가난한 집에서 술잔치를 좋아하는 것.

 대목마다 주변에서 일상으로 대하는 낯익은 풍경들이다. 대체로 인간이란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본문

 언제나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들에 가지려 손을 뻗고 그 욕망의 실체를 알면서도 그것들에 휩싸여 갈대처럼 휘날리곤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처럼 나 역시도 타인을 향해서 무수한 화살들을 날리고 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그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판단하며 그것이 진실인 냥 떠들어대곤 했다. 언젠가는 그것이 내게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오늘만을 사는 사람처럼 살아왔다면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인생이라는 긴 세월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전해주고 있다.

 예전이든 지금이든 사람 사는 모습은 매양 변하지 않고 같은 듯 하다. 오늘을 살면서 어제를 후회하고 내일이 되면 오늘을 또 다시 후회하는 그러한 삶이 아닌, 오늘을 오롯이 살기 위해 내 마음부터 다잡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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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침 / 정민저

 

 

독서 기간 : 2014.06.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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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에 베이다 - 당신과 내가 책을 꺼내드는 순간
이로 지음, 박진영 사진 / 이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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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에 홀려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이전에 단 한번도 마주해본 적도 없는 그의 글이지만 이미 내 안에 들어왔다 나간 것처럼, 그의 모든 이야기들은 내가 고스란히 흡수되었고 그렇게 정신이 나간 듯이 책에 집중해서 읽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몇 페이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 바로 <책등에 베이다>였다.

이어질 목록은 날 베고 간 책등의 이름들이다. 두꺼운 책등에 베이다니. 그럴 수 있나. 물론 뻔한 과장이요, 지극한 수사다. 하지만 다시 생각한다. 기록하고, 이야기하고, 말하고 싶은 책을 처음 발견하고 책등을 향해 손을 뻗었던 그때, 나는 이미 의미로서 베이고 감정으로 훌렸다고. 야경처럼 바라봤던 반짝이는 이름들을 여기에 흩뿌려 놓는다. –본문

그의 문장을 빌러 이야기 하자면 그다지 두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가볍지 않았던 그의 문장들에 나는 온 몸이 베인 상태였으며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를 내 안에 담아놓고 싶어 보고 또 보고, 따라 읽으며 그렇게 책을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국문학과에 들어서서 인문학은 죽었다, 라는 이야기부터 들어야만 했던 저자는 작은 책방을 열고 난 이후에도 서점은 물론 출판계의 죽음이 도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내왔다고 한다. 전 국민이 1년에 1권의 책을 살까 말까 한다는 지금의 시대에 어쩌면 그가 이야기 하려는 책 이야기는 또 다시 외면당할 수 있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장담컨대, 이 책을 한 페이지라도 읽어본다면 책을 그냥 내려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책 안에 담긴 책도 책이지만 그의 글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에게 홀리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장 자크 상페의 원작 <꼬마 니콜라>가 아닌 김모세와 이규성의 <꼬마 니콜라>를 읽으며 양주를 통해 그가 알았던 세계를 체감해가는 이야기는, 어쩜 아무런 연관 관계도 없을 것만 같던 시바스리갈로 이렇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알고 보니 100중에 1이었지만, 그 당시 1이었던 세상은 나에게 오롯이 100을 의미했으니, 그에게 있어서 원작이든 아니든 <꼬마 니콜라>는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였다.

 사족 혹은 주석을 덧붙이자면, 함께 한 몇 번의 식사가 더 있었고, 조금 애틋한 감정도 들었고, 그것은 연애와 닮았고, 웃음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고, 관계와 인연도 있었고, 우리를 파고든 삶의 가혹한 테두리도 있엇지만, 그 모든 일들은 생애 가장 맛있던 고등어 구이를 말하는 것보다 하찮았다. 그 모든 사연들은 그릇 위에 남겨진 뼈와 머리 같았다. –본문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그가 소개하는 책보다도 그 책을 소개하기까지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들에 더욱 매료되어 책을 소개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책보다도 오히려 나는 라는 사람 자체에 더 집중해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니까 <햇빛 속의 여자>를 소개하기 위해 그가 고등어 구이만 먹는 여자에 대한 자신이 그린 꽁트를 소개하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꽁트가 <햇빛 속의 여자>보다 더 흥미로웠으며 그런 그가 소개한 책이라면 일단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나는 그의 문장에 완전히 빠져들고만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것들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들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해서 안 되는 것들의 규제가 더 많이 생기고 모든 것은 책임이 따르는, 그야말로 어른들의 세계에 입성하고 난 후에 언젠가는 나도 가졌을 잃어버린 동심 혹은 그 당시의 세계에 대해 다시금 회상해 볼 때가 있다.

슬프지만 괜찮아. 열 한 개의 문이 남아 있다. 소금쟁이를 타고 탄산 해협을 건널 수 있는 일곱번째 세계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 문만은 어떻게든 지킬 거야. 다짐하고 다짐한다. 나는 조금 전 슬프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때, 슬픔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도덕 선생님이 가정통신문을 나눠준다. 바스라질 듯 얇은 갱지에는 학부모님들은 열번째 문을 꼭 걸어잠가 주세요. 그곳은 어느새 춤의 성역으로 변질되었는데, 아이들에게 춤만큼 유해한 게 또 있을까요. -본문

 훌쩍 클 것을 대비에 넉넉한 사이즈로 샀던 교복이 싫어 몰래 줄이기도 하고 금기사항이었던 귀를 뚫고서는 학교에 등교하며 교문을 통과하던 그 찰나의 느낌들은 지금도 생생히 내 몸에 남아있는데 너무도 자유롭게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어른이 된 지금은 그 때의 그 느낌들이 도무지 되살아 나지가 않는다. 금기 시 되었던 그 짧은 자유들은 그때가 아니면 빛을 바라지 못하는 것처럼 <생물이 사라진 섬>에서도 그 내용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래서 일까, 이 이야기에도 푹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어느 곳을 펼쳐도 모든 곳이 통해 있고 모든 것들을 동하게 하는 그의 이야기가 너무 빨리 끝나 버렸다. 이미 나의 손은 마지막 페이지에 도착했지만 그가 알려준 책들을 통해서 이 기분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그가 베였던 책들이 나에게도 베이길 바라며 다음 책을 찾아보려 한다.

 

 

아르's 추천목록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 / 김진애, 고민정저


 

 

독서 기간 : 2014.06.18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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