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제목만으로도 마음이 아련해진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라니. 이 한 문장만으로도 무언가 울컥하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는 것은 사랑이라는 따스하고 숭고한 순간들을 지나 찾아오는 이별이라는 시간을 견뎌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저 찬란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랑의 뒷면은 생각지도 못하게 아프고 시린 결말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그 세계를 진입할 때만 해도, 아니 그 초입에 있을 때만 해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그저 영롱하게만 빛날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제껏 함께한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을 함께하게 해보라. 때로는 세상이 변할 때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그들은 추락해 불에 타오를지도 모른다. 혹은 타올라서 추락하거나. 그러나 때로, 새로운 일이 벌어지면서 세상이 변하기도 한다. 나란히 함께 그 최초의 환희에 잠겨 몸이 떠오르는 그 최초의 가공할 감각을 만끽할 때, 그들은 더 멀리, 그리고 더 선명하게 본다. -본문 

  

 그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사랑을 만들어간다. 수 십년 동안 각자의 생활 방식에 젖어 살고 있던 하나의 단일한 세계가 포개지면서 그 안에서 점점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교집합을 만들어가며 서로의 모든 것들을 공유하며 마음을 주고 받는 것이 바로 사랑인 것이다

 

 그래, 그것이 핵심이다. 서로 함께 한 적이 없던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것. 함께 함으로서 찬란하게 빛이 난다는 것이 사랑의 시너지일것이며 그렇게 전혀 다른 두 세계의 만남에 대해서 저자는 1장에서는 풍선 기구에 매료되어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이 소설의 장막을 열었을 때만 해도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들인가, 하는 의구심을 안고 보고 있었다. 어느 누가 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그보다 더 큰 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었으며 그렇게 하늘을 떠 다니는 것을 동경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저리 주저리 흘러나오는 이 곳에서 제목에서 말해주는 아련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 여기서 책을 덮어버렸다면 나는 뒤에 이어질 엄청난 세상이 있다는 것을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고 만약 그러했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에 간담이 서늘해진다. 풍선기구와 사진기가 만나 그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내듯 버나비와 사라 또한 이전에는 없었던 그들 만의 세상을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관습적인 삶의 기준으로 볼 때, 둘은 각각 이국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함께할 때 그의 눈엔 어떤 연극도, 연기도, 무대의상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근위기병연대의 비번 제복 차림이고, 그녀가 모피와 안에 죽은 올빼미가 앉아 있는 듯 보이는 모자를 옆에 벗어던진 채로 있었다 해도 말이다. 그는 스스로도 인정하다시피 반쯤은 혼란에 빠져 있었고, 짐작건대 4분의 3쯤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본문  

 

 인생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걸어오다 보면, 만약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에 와서 바라보건대 그 당시에는 고심 끝에 내렸던 일들이 결론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 상처 혹은 실패를 남기고 간 것을 보며 허망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버나비와 사라의 이야기 역시 그들에게는 아픔만을 남기고 간 시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 하던 그 순간, 아니 그들이 마주했던 그 시작점에서는 그 누구도 자신들의 미래가 그렇게 마무리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지 못했고 시간을 되돌려 처음으로 되돌아 간다고 해도 그들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결말을 알고 있는 것은 현재의 지금이고 그들이 마주했던 그 때는 이미 오래 전의 과거이기에, 그들은 그때 당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자신의 세포 감각이 일러주는 그 방향으로 다시 움직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그는 깨달았다. 그가 물었다면 그녀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동안 당신을 사랑할거예요'라고 대답했으리라는 것을. 사랑에 빠진 자가 그 이상을 요구할 수 있을까? 그때에도 프롬프터의 목소리는 그말은 '영원히'라는 뜻이야 라고 속삭였을 것이다. 남자의 허영이란 가히 이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이라는 것도 어디까지나 그의 환상이 구출한 것에 지나지 않았단 말인가? 그는 믿을 수도 없었고 믿지고 않았다. -본문 

 

 어긋난 결말. 그래, 이런 것들이 세상에 뿌려진 사랑의 수 만큼이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들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내것이 아닌 타인의 고통이기에 이렇게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것이겠거니, 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나는 그들에게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라고 대답해 줄 것이다. 그것이 내가 지나온 삶의 단편적인 경험이니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장에서 마주한 세상은 나는 아직 마주해보지 않은 세상이었다. 아니, 마주하고 싶지 않은 세상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날 같은 한시에 눈을 감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어떠한 것보다도 영광스러운 행복을 안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그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참담히 느낄 수 있었고 아직 가보지 않은 그 길을 그의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에 박히듯 감히 아픔을 읽어내었다고 말하고 싶다.  

 

 8년간 동고동락했던 파트너가 에이즈로 죽은 한 친구가 내게 두 가지를 말해주었다. '문제는 다만, 밤시간을 견디는 것뿐'이라는 것과 '단 하나 좋은 점이 있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라면 내겐 문제가 아니었다. 증세에 맞는 약을 정량 복용하면 되니까. 문제는 밤이 아니라 낮을 견디는 것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는 주로 아내와 함께하는 것을 의미했다. 나 혼자서 하길 좋아했던 것에 대해 말하자면, 나중에 아내에게 그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는 즐거움이 얼마간 포하모디어 있었다. 그런 것 말고 이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본문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그의 통렬한 아픔들이 점점 스며들게 된다. 누군가를 잃어버린, 그러니까 혼자 남겨진 당사자에게는 홀연히 슬픔이라는 그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향한 분노와 자신을 위로해 주는 이들에 대한 비뚤어진 반항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력감과 홀로 남은 시간들을 견딘다기 보다는 고통 속에 남아야만 했고 곁에 있는 사람의 체온을 느낄 수 있는 이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과 이미 떠나버린 이에 대한 원망도 꿈틀거리며 부고 기사를 볼때면 그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지내고 갔나, 가 아닌 반려자와 얼마만큼의 시간을 함께 했나, 를 계산하게 할 만큼, 누군가를 잃어버린 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교집합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 남겨진 하나를 통으로 또 잃어가는 모습이었다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 많은 감정들이 이 안에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을 때마다 그 순간만큼은 그 하나하나의 느낌들을 오롯이 이해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랑에 대해 안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없게 만드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줍잖은 문장으로 나는 이 책에 대해 뭐라 평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읽어보시라, 꼭 읽어보시라, 라는 이야기만 남기려 한다. 그 어디서도 마주할 수 없었던 것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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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강 / 우애령저


 

 

독서 기간 : 2014.06.19~06.21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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