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아이 고 - 내 남편의 아내가 되어줄래요
콜린 오클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이제 막 인생의 제 2의 출발을 준비하려는 한 부부가 있다. 그들이 결혼한지는 오래지 않았지만, 아내의 암 투병을 함께 이겨낼만큼 그들의 사이는 돈독했으며 그들의 모습을 꼭 닮은 2세와 함께 두번째 인생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들의 일상은 남들과는 다른 시련을 지나왔기에 아내인 데이지는 유기농의 채소와 과일만 섭취하고 있으며 잭과 데이지 사이에서 ''이라는 단어가 금기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 여느 부부들과 같이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마 데이지가 손더스 선생에게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이들의 평범한 일상은 아주 오랜 동안 지속됐을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시끌벅적하기도 하고 때론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곧잘 서로의 곁을 지키는 그런 모습으로 내일을 지나갔을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그 날, 혼자서 손더스 선생을 만나 매년 하는 검사를 받고서 결과를 받는 그 때, 화이트 보드가 있는 방이 아닌 다른 방으로 데이지를 이끌던 간호사의 손짓은 그녀에게 있어서 별 문제가 없구나 라고 내심 생각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몇 년간 자신의 몸을 위해서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공간 안에서 들려오는 현실은 그녀의 온 몸에 암이 전이되었으며 그녀의 머리 속에는 오렌지만한 종양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게 있어서 이제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데이지는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당신에게 이제 100일 여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만약 내가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느 날인가 데이지가 막연하게 자신에게 죽음이 드리운다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겠다 생각을 하게 될까? 아니면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 다짐하게 될까? 그저 아득한 미래이자 나에게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허황된 꿈을 쫓듯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던 데이지에게 있어 곧 이 생과의 안녕을 고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은 자신이 너무도 사랑하는 잭은 홀로 남겨 둘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에게 맞는 누군가를 만나게 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누가 물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자꾸 생각나는 질문이 있다. 한 달 뒤 죽게 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가방을 싸서 유럽행 비행기를 예약하고 아말피 해안에 집을 빌린 뒤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와 와인을 실컷 먹을 거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진할 정도로 야심히 컸구나 싶다. 죽게 된다 해도 절망하지 않으리라 자신만만했던 스물한 살짜리가 조금 창피하다. 그 애는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레드 와인을 마시며 '카르페 디엠!'을 외치겠다고 했다. 어리석기도 하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같으니. -본문

 

 처음 데이지가 잭에게 아내를 구해줘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부분을 보며 그녀의 선택에 대해 100%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곁에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있다는 생각을 그려보면 무언가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 현재의 나의 모습이기에 과연 데이지는 왜 그러한 선택을 했던 걸까, 라고 계속 되뇌고 있었다. 그러다 20대 초반에 데이지가 했던 죽음을 앞둔 그녀의 막연했던 상상 속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것 역시 20대의 데이지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그저 죽음에 대해 막연함을 안고 있는 나와 현재 데이지가 처해있는 것은 상상과 현실이라는 엄청난 차이 속에 있는 것이기에, 그녀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 어불성설이었음을 느끼게 되며 그녀의 진중한 선택을 하나

 

 잭의 아내를 찾기 위해서 데이지는 고군분투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녀가 다니던 요가 학원에도 나가보고 잭의 연구소 사람들 안에서 찾아보기도 하고 결혼 정보 업체에 그의 이름을 올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일련의 과정을 넘어 이 안에서 전해주는 것은 잭과 데이지 모두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었다는 것이 뒤에 전해지게 된다.

 

 모든 것을 혼자 감내하겠다는 데이지와 그런 데이지의 마지막을 배려하기 위해서 떨어져 있던 그들은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점차 배워가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애잔함이 밀려들며 눈가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러나 데이지와 내 앞의 약간 취한 청중이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내가 그날 6주 전에 그 정류장에서 데이지를 보았고, 내 강의실이 캠퍼스 정반대쪽이었는데도 데이지를 다시 만나길 바라며 날마다 거기 갔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데이지를 만났다. 그리고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벌이 데이지 머리 위에서 윙윙거렸다. 위험한 벌레를 보고 그렇게 고맙기는 처음이었다. -본문

 

 아름다운 커플의 아름답지만 아련한 마지막을 함께 보며 그들만의 약속이 지금도 계속 이어질것만 같아 괜시리 먹먹함이 밀려든다. 이제는 서로 마주할 수 없는 공간 안에 있지만 잭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데이지는 영원히 있다는 것에서 그들은 그야말로 영원히 함께하게 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사랑하는 그 둘이 서로 살을 부비며 살 수 있도록, 데이지와 잭이 더 이상 탄생하지 않길 바라며 먹먹한 이야기를 덮어본다.

 

 

아르's 추천목록


내 아내와 결혼 해주세요 / 히구치 타쿠지저

 

  

 

독서 기간 : 2015.07.13~07.16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 깊이 있는 동유럽 여행을 위한 지식 가이드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처음 책을 받아 들고서는 여행 에세이 책이 도착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저 편하게 읽으면 되겠구나, 란 생각에 그야말로 퍼진 상태로 엎드려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단면으로 보아도 꽤나 페이지에 삽입된 사진들을 보면서 금새 동유럽의 여행기를 보고 덮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이 안일한 마음가짐을 고쳐 먹고서는 바르게 앉아 책을 다시 바라본 것은 책을 펼친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였다. 

 이 안에 등장하는 나라인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는 한번쯤 들어는 본 곳이기에, 특히나 프라하는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거니와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대성당이나 헝거리보다도 부다페스트의 이름이 더 친숙했던 나로서는 어느 정도 이 곳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으나 이 책을 보며 내가 만난 이 안의 이야기는 내가 그저 이 나라의 이름만을 알고서는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여실히 깨닫게 해주었다.

 편안하게 동유럽의 여행기에 대해서 마주하길 바라며 이 책을 펼쳤다면 이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넘어 역사와 방대한 문화적 배경에 압도될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매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의 양을 보면서 금새 읽어 내려가겠구나, 했던 이야기들이 체코의 역사를 넘어 그들을 지배했던 오스트리아의 왕족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쏟아지기에 세계사의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이 안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검색을 하면서 보고 있었기에 꽤나 시간이 들긴 했는데 그래서인지 책을 넘기면 넘길수록 더 깊이 그 나라에 다양한 면을 배우게 된다.

 보헤미아 땅에 왕조를 세운 후 한때 유럽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체코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에서 벗어나 슬로바키아와 함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국명으로 비로소 독립국이 되었다. 그 후 나치 독일의 점령, 공산주의, 1968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 혁명 등을 거쳐 1993년에는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로 조용히 갈라지는 등 격동기를 거듭했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도 수도 프라하는 다행이 조금도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운 옛 시가지의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본문

 크로크의 셋째 딸인 리부셰가 통치자가 되면서 그녀가 강 건너의 한 남자가 문지방을 만들고 있는 그 곳에 성을 세우라고 명하게 되는데, 이 곳이 바로 체코어로 문지방에 해당하는 프라하가 탄생한 비화라고 한다. 어느 곳이든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있을 테지만 그 이야기를 알지 못 한 채 지나치는 것이 대부분인 나에게 있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한 순간의 찰나도 쉬이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이 첨탑은 작은 슈테판이란 뜻으로 슈테플이라고도 불리는데 1368년 착공해 65년 만인 1433년에 완공되었다. 높이가 약 136.4m나 되는 비엔나에서 가장 높은 건축구조물이다. 따라서 비엔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망탑이다. 이 탑은 그냥 짓다 보니 그렇게 높게 된 것이 아니라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언급된 노아의 방주 길이인 300큐빗에 맞춘 것이다. –본문

슈테판 대성당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그저 웅장한 성당이며 높이 솟은 첨탑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만 스쳐 지나갔을 뿐이다. 이 건물의 전망탑의 높이가 창세기에 언급된 이야기를 고스란히 따다 만든 것이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신비로움이 전해지게 된다.

 

슈타트파크라는 시립공원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장소인데, 연주회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이 장소에 자리한 수 많은 레스토랑을 넘어 주변의 아름드리 드리운 전경을 보노라면 언젠가 한번 이곳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관광안내소 건물 앞으로 펼쳐지는 광장에는 신고전주의 양식의 그리스 신전 같은 품위 있는 대주교 궁이 있다. 이 건물 내부에는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이나 비엔나의 쇤브룬 궁에서처럼 거울의 방이라고 하는 널찍하고 화려한 홀이 있다. 지금은 브라티슬라바 시의회가 열리지만 이 홀은 중부 유럽의 역사를 완전히 바꾸어놓은 역사의 장소이기도 하다. 바로 이곳에서 아우스테를리츠 전투의 승자 프랑스와 패자 오스트리아 간 프레스부르크 평화조약 1805 12 26일에 서명되었던 것이다. 이 조약에 따라 천 년의 전통을 이어오던 신성로마제국은 와해되었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영토는 크게 축소되고 말았다. –본문

 슬로바키아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것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터키와 오스트리아를 지나면서 슬로바키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서도 지나치기가 일쑤였던 이곳에 점점 마음을 빼앗기에 된다.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처럼 역사적 배경을 알고 나니 보이는 이 안의 이야기가 점점 더 깊이 자리하게 된다.

 너무도 아름다운 곳이기에 그저 사진만으로도 만족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덮고 난 뒤에 든 생각을 그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으로 만족했다면 그들이 품고 있는 찬란한 이야기는 알지도 못한 채 반쪽짜리 감상에 머물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보았던 에세이들보다 묵직하지만 그 묵직함이 곧 나를 충족하게 하는 힘이 될 터이니 그 시간을 즐기며 페이지를 넘기면 좋을 것 같다.

 

 

아르's 추천목록


이탈리아가 내게로 왔다 / 김윤희저

 

 

 

 

독서 기간 : 2015.07.06~07.09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톨스토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 행복한 삶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레프 톨스토이 지음, 별글콘텐츠연구소 엮음 / 별글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톨스토이의 단상이 담긴 책을 벌써 세 번째 읽는 것은 내 나름대로도 꽤나 열심히 그의 이야기를 찾아보고 있다는 것일 텐데 이런 류의 책이 계속해서 발간된다는 것도 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톨스토이의 단상을 찾아 보기에 끊이지 않고 출간되는 것일 게다. 단상이지만 읽고 나면 그 안에 무한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그의 이야기를 이번에도 다시금 펼치며 그 동안에 쌓여 있던 묵직한 물음들을 내려 놓고자 천천히 읽어본다.


 

 

사람의 인품은 그가 가진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바라봐야 한다는 글을 보면서 나는 내 안에 가진 나의 성품을 어떻게 드러내놓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진 자의 만용이 아닌 드러내지 않아도 은은한 빛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건만 큰소리를 치며 목소리만 높이던 나의 모습은 그가 말하는 인품을 가진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에 자못 씁쓸함이 맴돌게 된다.


 

 

존경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는 다음 글을 보면서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닮고 싶어하며 동경하고 존경하던 이들의 모습이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들이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내가 그리는 모습이 그 모습이 맞는 걸까? 라는 자문을 해보게 된다. 모든 것을 가진 이들을 우러러보고 있는 이들을 보며 그것이 성공이라 말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심취해 그 이상의 것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폐부를 찌르는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어디서 들어봄 직 하지만 늘 거기서 멈춰 있던 나에게 다시 그의 이야기는  짧지만 굵직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그의 지혜를 마주하면서 이제부터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다시 세운 기분이다. 어느 순간 또 지나고 나면 잊어버리곤 하겠지만 계속해서 반복해서 바라본다면 그가 들려준 이야기들이 나의 삶이 되지 않을까. 그러한 날이 도래하길 바라며 틈틈이 이 책을 마주할 생각이다.   

 

아르's 추천목록

 

톨스토이의 자부심이 담긴 단 한 권의 책!

톨스토이가 인류에 전하는 인생의 지혜 『톨스토이의 어떻게 살 것인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생애를 관통하는 사상과 철학을 엮어낸 책이다. 톨스토이가 직접 쓴 글은 물론, 《성경》, 《법구경》, 《탈무드》 등 동서양의 수많은 작품과 선집에서 톨스토이가 직접 선별해 엮은 140가지의 짧은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발췌·수정하였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분노에서 벗어나는 방법’ 등 일상생활의 가르침과 ‘내가 어디서 생겨났는지를 알자’, ‘모든 인간을 사랑하라’ 등의 철학적인 가르침과 ‘기도는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라는 종교적 가르침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현대에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 실려 있어, 인생의 지침을 얻는 데 보탬이 되어줄 것이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독서 기간 : 2015.06.01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혹의 러시아로 떠난 네 남자의 트래블로그 러시아 여행자 클럽
서양수.정준오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업무상 TSR에 대해서도 종종 다루긴 하면서도 그저 화물을 보내는 철도라고만 생각했다. 이것이 유럽과 시베리아를 연결해 주는 철도이면서도 러시아의 발전을 가져오게 한 주요한 철도였음에도 그저 나는 그것이 세상의 가장 긴 철도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그 어떠한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특히나 여행에 대해 생각하는 때에도 우리나라 인근의 일본이나 중국, 대만, 홍콩 등 주변국들에 대해 한번씩 생각해 보았음에도 러시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곳이지만 왜 나에게 있어서는 러시아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들보다도 멀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나에게는 그저 지구 상에 존재하는지도 별 관심 없던 이 곳을 왜 이 책 안의 4명의 남자들은 대담한 여행을 떠나게 했는지. 과연 이 안에는 어떠한 매력이 담겨 있길래 이들을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책을 펼쳐보게 된다.


 

 사실 엉뚱한 4명의 남자라는 생각에 펼친 그들의 스펙을 보노라면 입이 절로 딱 벌어지게 된다. 방송사의 PD로 일을 하다 휴가만은 놓칠 수 없다며 떠난 이도 있고 2006년 대한민국 최초 우주 선발인에 도전했던 이도 있고 금융권 공기업에 안착했으나 이 모든 것을 두고서는 떠난 이도 있고 3억 가까운 비용을 지원 받아 공모전을 진두지휘한 이도 있고. 그야말로 이 네 남자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그들의 이 놀라운 조합은 러시아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궁금증이 일렁이다 못해 페이지를 빠른 속도로 넘기게 된다.


 나도 사실 러시아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다. 그런데 이걸 어째. 이미 그 맛을 알아버렸다. 한맏디로 꽂혔다.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한 상상 이상의 즐거움.
 
조금은 거칠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러시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에게 너무 알려져 있지 않은 은둔의 장소. 가치를 발견하는 이들에게만 그 농밀한 속살을 조금씩 내보일지니. 나 혼자 알고 있다가 죽기에는 도저히 입이 간지러워 못 참겠어, 대나무 숲에 소리 지르러 온 충신의 마음으로 키보드 앞에 앉았다. -본문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조합이었지만 여행의 의도만큼은 너무도 평범했던, 아니 오히려 순수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그저 러시아라는 새로운 곳을 알아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뭉쳐서 떠나게된 그들은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술을 도란도란 나눠마시며 그제서야 그들이 러시아에 들어서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그들 역시도 러시아에 대해 무언가를 다 알고 떠난 것이 아닌 그저 떠나보자, 라는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라는 이름보다도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거장들의 이름이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이 모습을 보며 그들을 품고 있던 러시아는 과연 어디일까, 라는 물음을 갖게 한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을 보면서 사실은 붉다라는 단어 안에 아름답다라는 뜻도 함께 있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광장은 아름다운 광장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우기도 하고 아름다운이라는 형용사를 거침없이 붙이는 이 낯선 러시아의 매력을 조금씩 벗겨내어 전해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러시아가 이런 곳이었구나, 를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넵스키 대로에 볼일이 있어서 오지만, 넵스키 대로에 들어선 순간 그 일을 잊고 만다. 그저 그 거리에 취해 거닐 뿐이다. -본문 

 

 커피는 미국인이라는 재밌는 번역의 카페에서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피의 사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이야기만 들어봤던 백야의 넵스키 대로를 그들과 함께 거닐면서 함박 웃음을 띄워보기도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줄을 알았지만 그 가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러시아라는 보석의 대륙에 대해서 곁에 있지만 그 진중한 의미를 몰랐던 친구처럼 어느 새 따스하게 그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이 유쾌발랄한 네 남자의 여정이 다시 시작되길 바라며 그들의 다음 행로는 어디로 향하게 될지 다시 기다려진다.

 

 

아르's 추천목록

 

열차길 1만 3000km를 달려간 취재기행 20여 도시의 풍물, 사랑과 열정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4년 발효된 한러비자면제협정 덕분에 러시아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두나라 국민은 이제 비자 없이도 상대 국가를 60일 동안 자유로이 다녀올 수 있다. 한국을 찾는 러시아 사람,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도 부쩍 늘고 있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했던 내용을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철길 따라 형성된 도시의 역사와 풍물, 그 속에 얽힌 러시아인과 한인들의 혼이 서린 발자취를 보고 느낀대로 소개한다. 신문 지면의 제약으로 미처 싣지 못했던 내용이나 사진들, 여행 정보를 추가로 보완했다. 이 책을 시베리아-몽골횡단철도로 여행하려는 분들께 추천한다.

[예스24 제공]

 

 

 

 

 

 

독서 기간 : 2015.06.05~06.06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소중한 하루 - 삶을 다시 사랑하게 하는 홍승찬 교수의 한 줄 지혜
홍승찬 지음 / 별글 / 201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르's Review

 

 

 한동안 책을 읽는 것도 버겁던 즈음, 평상시에는 책이 없으면 불안하기만 했었으나 희한하게도 나름의 슬럼프에 빠진 것인지 책이 쌓여 있어도 손도 대고 싶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아등바등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이유도 모른 채 허덕이는 게 싫어서 멀리하기만 하던 그때, 그저 표지의 곰을 보면서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에 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는 생각도 잠시, 그들을 바라보는 눈을 쫓아 가다보니 어느 새 나는 사라지고 없었다. 나라는 존재가 없이 서 있는 나는 텅 비어버린 상태였고 그렇게 멀대처럼 서 있는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고만 있는 듯 했다. 지금의 내가 이런 것은 나 조차도 혼자 서 있지 못하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을 스쳐 해본다.
 


 
 
언젠가부터 나중에 나의 결혼식은 아무도 오지 않는 텅빈 객석만이 남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친근하게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거나 안부를 묻지도,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늘 숨어 살다시피 하는 나로서는 점점 줄어드는 인간관계의 틀 안에서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그러다 이 책의 이야기를 보고 나서 다시금 마음을 추스려 본다. 내 인생의 행복과 기쁨, 슬픔을 함께 나눌 사람의 숫자가 그 무에 그리 중요하겠냐고 말이다. 그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임에도 나는 여전히 수에만 연연하고 있었구나하며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모든 것이 변하기에 세상에 의미가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지금에만 머물러 하려했던 것은 아닐까. 마음은 저 멀리를 내다보며 몸은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서는 아등바등하고만 있었으니 말이다.

 

 매 페이지마다 짧은 단락의 이야기들이 편안하게 전해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바라봐야하는 것이 아닌 그저 스쳐지나가듯 흘러가는 이야기들이 편하게 전해지고 그래서 오랜만에 한번에 읽어내려갔던 책이었다.

 

 

 

 

아르's 추천목록

 

세상이 조용하다고 생각한 한 소녀가 있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한 소녀는 나중에야 자신만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텔레비전 소리 볼륨을 아무리 올려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소녀를 보고 엄마는 절망한다. 그제야 소녀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싶었던 소녀는 자신 대신 소리를 들어줄 귀가 큰 토끼 ‘베니’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자신이 만들어낸 토끼 ‘베니’와 함께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한 소녀에 대한 희망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녀가 잘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뿐이었다. 그녀는 들리지 않아도 그림은 그릴 수 있으니까 2008년부터 ‘싸이월드’에서 스킨작가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그림을 알리고 유명해지기도 한 그녀는 자신 대신 많은 일을 해주는 토끼 ‘베니’에게 감사해하며 유쾌하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몇 년 전, 그녀는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유전적 병인 이 병은 점점 시야가 좁아지는 병으로 결국에는 아예 보이지 않게 되며 아직까지 치료법도 없다고 한다. 세상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조금씩 맺어가던 그녀는 이제 자신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는 것에 슬퍼하지만 그 안에서 다시 희망을 찾는다.

언제나 유쾌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매일매일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서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한다. 빛이 완전히 사라져도 그녀는 계속 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그녀는 그림을 그려나갈 것이다.

[알라딘 제공]

 

 

 

 

 

 

독서 기간 : 2015.05.30

by 아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